정부가 지난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13년 만에 약가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2026년 1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되는 이번 개편안은 환자의 치료 접근성 향상과 제약산업 혁신 촉진, 약제비 부담 경감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 한다.

희귀질환 치료제 등재 기간 획기적 단축
개편안의 핵심은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현재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단축하는 것이다. 이는 환자들이 혁신 신약에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신약 개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이중약가제도인 '약가 유연계약제'를 도입하며, 빠르면 2026년 2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약가유연계약제는 의약품의 실제 가격과 표시 가격을 다르게 적용하는 제도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제약사 간 별도 계약을 통해 건강보험 신속 등재를 지원한다.
중증·난치 치료제 등 혁신 신약의 가치를 평가하는 비용효과성 평가 체계도 단계적으로 고도화된다. 단기적으로는 ICER 임계값을 적정 수준으로 상향하고, 중장기적으로는 AI 등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접목한 신규 모델을 정립할 계획이다.


제네릭 약가 구조 전면 재편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은 현행 53.55%에서 40%대로 조정된다. 2026년 하반기부터 신규 등재되는 제네릭과 2012년도 일괄 약가인하 이후 현재까지 약가인하 없이 최초 산정가격이 유지되고 있는 약제를 대상으로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약가인하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약 3000여개의 의약품이 우선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며, 2026년 7월부터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이번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통한 국민건강보험재정 절감액은 약 1조원으로 추정되나, 정부는 재정 절감보다는 13년간 정비하지 못한 약가제도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가산제도는 혁신성과 수급안정 기여 중심으로 개편하며, 동일성분 11번째 제제부터 5%포인트씩 약가를 인하하는 계단식 인하를 강화한다. 혁신형 제약기업이 되면 약가 가산이 68%이며, 연구개발 비율에 따라 약가 가산율을 차등 적용해 경쟁을 유도 할 방침이다.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 대책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퇴장방지의약품 지정 기준 상향과 원가보전 기준 현실화 등을 통해 공급 기반을 강화하며, 이는 2026년 하반기 시행 예정이다.
국가필수의약품 약가 가산은 신규 등재 제품에서 기등재 의약품까지로 확대되며, 국산 원료를 사용한 약제의 우대 기간도 안정적으로 보장된다. 정부는 민관 협력 기반의 선제적 모니터링을 통해 수급 불안정 약제를 상시 관리할 계획이다.


사후관리 체계 통합·정례화
사후관리제도에서는 사용범위 확대와 사용량-약가 연동 조정 시기를 일치·정례화하고, 실거래가 조사는 인센티브 기반 구조로 전환해 시장경쟁을 유도한다. 이 내용은 2027년부터 적용된다.
급여적정성 재평가는 선별등재 이후 약제도 대상으로 포함하되 임상 유용성의 재검토 필요성이 확인된 약제 중심으로 평가 하도록 개편되며, 2027년부터 3~5년 주기로 종합적 약가 평가·조정 기전을 적용할 계획이다.


건강보험 시범사업 3년 연장
보건복지부는 이번 건정심에서 2025년 12월에 종료되는 3개 건강보험 시범사업을 2028년 12월까지 3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연장 대상은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이다.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은 방문진료 시 동반인력 수가를 신설하고, 소아·의료취약지에는 가산 등 수가 개선이 이뤄진다. 현재 526개 의료기관과 696명의 의사가 시범사업에 등록했으며, 참여환자는 2020년 1552명에서 2022년 4351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주요국 약가제도와 비교
OECD 주요국들의 약가제도를 살펴보면, 32개 OECD 국가 중 30개 국가는 역사적으로 제약 부문에 가격 통제를 부과하지 않은 미국보다 처방약 가격이 낮은 수준을 보이며, 2018년 기준 룩셈부르크, 튀르키예, 노르웨이가 미국 대비 가장 낮은 약가를 기록했다.
2018년 OECD 32개국의 의약품 가격 통제로 인해 제조업체 판매액이 77% 감소했으며, 이는 약 2540억 달러 규모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가격 통제를 완화할 경우 제약사의 연구개발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반응과 향후 전망
국내 제약업계는 이번 개편안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네릭 약가는 하락하겠지만 신약 보상은 강화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움직일 것으로 전망하며, 기업들은 연구개발 중심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업계 의견은 제네릭 약가를 절대 손대지 말라는 주장이 아니며, 산업 성장과 보건 재정의 균형이 유지되는 방향으로 조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종합적 개선 방안을 통해 우리의 약가 제도를 주요국 수준으로 선진화하여 국민들의 치료 접근성은 대폭 높이고 약품비 부담은 경감될 것"이라며, "혁신 및 보건 안보를 위한 투자 정도에 상응하는 합리적 보상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국내 제약산업계가 보다 진일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정책과제들은 건정심 보고 이후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며, 관련 법규를 신속히 개정하여 2026년 1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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