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 들어서면 주변약국 초도화, ‘볼룬터리체인’ 대안으로 떠올라
시설 교육 투자 늘려 고객 서비스, 직원은 주5일 근무에 연봉 1억

 

일본 약국경영 연수에 앞서 참가자에게 일본 약국의 궁금한 점에 대해 사전 질문을 한 결과 많은 약사들이 법인약국에 대한 궁금증을 내비쳤다. 이에 비즈엠디에서는 3박 4일 연수기간 중 약국 견학과는 별도로 ‘법인약국 세미나’를 갖기로 하고 일본 나고야에 10개 조제전문 체인약국을 운영하는 교포 3세 추월봉 약사를 초빙해 일본의 법인약국에 관한 제도 및 현황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또 이번 방문약국 네 곳 모두 법인약국이었기 때문에 약국을 방문할 때 마다 법인약국에 대해 궁금한 사항을 물어볼 수 있었다.

 

영리법인 주식회사 형태 대부분
법인약국은 자본과 조직의 대형화로 시설 및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여 소비자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다. 또 근무하는 약사들도 대형 직장으로서의 복리후생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대형 체인약국 하나가 들어서면 주변의 많은 약국을 초토화 시켜 문을 닫을 만든다.    


일본은 법인약국을 회사법에 따라 설립할 수 있다. 의료법인은 의사만 설립할 수 있기 때문에 약국은 영리법인만 가능한 것이다.


회사법에 따르면 주식회사, 합명회사, 합자회사, 합동회사 형태가 가능하지만 주식회사 형태가 가장 일반적이다. 따라서 일본의 법인약국은 대부분 ‘영리법인 주식회사’ 형태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이런 ‘형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추 약사는 “약국을 개인으로 할 것인지 법인으로 할 것인지 등의 형태보다는 경영상 세금이나 직원관리 등 업무의 편의를 고려해서 선택한다”며 “의약품 재고관리의 일원화, 약품 조달, 소비품 일괄 구입, 인력 관리와 세금, 사회적 신용도 등의 모든 사항을 고려했을 때 법인 형태가 훨씬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약국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약사법에 의해 약국 개설 허가신청을 해야 하며 처방전 조제를 위해서는 보험약국 지정 신청을 별도로 거쳐야 한다.


법인약국 설립의 경우 구성원 중 약사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아도 약국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 때문에 개설자와 관리약사는 다른 경우가 대다수이며 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는 모두 회사의 직원으로 소속된다.


즉 개인이나 법인의 대표인 약국 개설자에게 약사자격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약국 관리약사는 보험에 등록된 약사여야 하며, 약국 업무 외에 다른 업무는 일체 종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일본에서 제약회사가 법인약국을 운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도매상의 경우 많은 회사들이 체인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도매상 랭킹 5위 정도인 동방약품의 경우 약 1000개의 체인약국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 5일 근무에 60세 정년 보장
법인약국 도입의 또 다른 장점은 약사들의 근무 환경이다. 약사들은 주 5일 근무에 공휴일은 별도로 쉰다. 나홀로약국을 하며 야간 근무까지 책임지는 국내 약사들과 가장 대비되는 부분이다.


법인약국과 개인약국에 근무하는 약사들의 월급과 정년퇴직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추 약사에 의하면 졸업 직후 약국에서 받는 약사들의 연봉으로 약 400~450만 엔 정도이며, 전체적인 평균은 600~800만 엔 정도라고 말한다. 하지만 연봉 외에 교통비와 주거비 등을 지원받고 추가 근무에 따른 수당도 지급되기 때문에 실제 연봉은 더 높은 수준이다. 한편 일본약제사회가 매년 조사하여 발표하는 약학대학 졸업생 취업 동향보고에 따라면 약국 근무 초임 약사의 월급여가 24~28만 엔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대도시와 지방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퇴직 나이는 직장마다 다르지만 60~65세를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연차가 오래된 약사의 경우는 임금의 50%를 받고 계약직으로 근무하기도 한다.


안성보룡약국 김수영 약사는 “주부약사로서 이런 시스템이 너무 부럽다”며 “그동안 일했던 약국은 월차나 생리휴가도 없었고 일이 많을 때는 남아서 일해도 인정상 자진해서 돕는 수준이었다. 돈을 떠나 이런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것이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여약사 입장에서는 너무나 매력적인 조건”이라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여약사 역시 “법인약국과 개인약국은 자본만의 차이가 아니라 경영마인드의 차이다. 이런 복리후생 여건 등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을 빨리 도입하지 않으면 법인약국 도입과 상관없이 다른 사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규모 자본에 대항하는 볼룬터리체인
하지만 거대 자본의 출현으로 비교적 작은 규모의 약국들이 타격을 받는 것 역시 사실이다. 25년 전 마츠모토기요시나 이온 등 대형 드럭스토어가 진출하면서 비교적 작은 규모의 약국들이 문을 닫고 있는 것.


비즈엠디 이승탁 도쿄지국장은 “우리가 방문했던 HAC와 같은 대형 드럭스토어가 들어서면 그 지역의 상권을 파괴하게 마련”이라며 “골목상권이 1500원에 판매하는 콜라를 HAC에서는 880원에 판매하는 등 가격 경쟁력의 우위 때문이기도 하지만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설명 중 흥미로운 대목은 볼룬터리체인(Voluntary chain)이다. 대규모 자본에 맞서 지역의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힘을 합하는 것을 말하는데, 독립자본에 의한 다수의 소매점이 모여서 각자가 갖고 있는 기능의 일부를 체인본부에 위탁하여 체인시스템을 갖추고 영업을 하는 방식이다.


체인점은 체인본부의 경영에 참여하는 등 서로 간에 수평적 관계가 중시 되므로 본부의 영향력이 적은 공동마케팅 및 공동 수익배분식 운영 형태를 갖고 있다. 이 방식은 의사결정이 느려 신속한 시장대응이 늦지만 자발적인 참여로 인한 결속력이 장점이다.


일본의 경우 도쿄에 위치한 주식회사 선드럭(Sundrug)은 지난해 3월 현재 154개의 법인 직영약국과 35개의 프랜차이즈약국, 9개의 볼룬터리약국, 법인본부, 5개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중대형 법인약국이다. 지난해 899억 엔의 매출과 34억6천만 엔의 순수익을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드럭은 이보다 한수 아래인 성광당약국과 제휴를 통하여 △출점(개점)경쟁을 가속화하고 △다른 업태와 경계가 희박해지고 있으며 △가격경쟁으로 인한 이익률 저하에 대비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도 이미 약국체인을 상당히 진척시켜 많은 수의 약국들이 볼룬터리체인에 의지해 약국을 경영하고 있다. 또한 대형마트에 대응하여 볼룬터리 체인화한 마트들도 상당수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연수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약사회 임원들을 중심으로 ‘대자본의 독과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 반면, 일선 약사들의 경우에는 ‘지역밀착형 약국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거나 ‘법인약국 도입이 오히려 약사들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기회’라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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