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인식해 미리 등록된 성상과 비교, 정확도 99.5%
정제 99% 파손되지 않고 분할, 투약 현황도 화상으로 기록

2016년 10월 9일부터 10일까지 일본 나고야 국제회의장에서 제49회 일본약제사회 학술대회가 열렸다.

학회 참가비가 우리 돈으로 13만원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1만 5,000 명이 넘는 개국약사 등 약학 관련 인원이 모여 성대한 학술 잔치가 되었고, 발표된 학술논문만도 700여 편이나 되어 함께 참관한 우리나라 약사들의 많은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행사장에 마련된 200여개의 부스에는 “프로페션을 추구한다(Best and beyond)”라는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와 잘 어울리는 다양한 상품과 IT솔루션, 학술서적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복약지도를 추구하는 일본 약국의 현재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조제수가 등 여러 가지 환경은 다르지만 우리나라 약국에 당장 적용해도 좋을만한 내용들이 가득했다.

오조제·오투약 방지를 위해 개발된 획기적인 방식의 기계·기구들이 대거 선보였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IT솔루션들도 여러 형태로 개발되어 약사와 환자와의 원활한 소통을 지원하고 있음은 물론 제약업체들도 약국 운영의 편리성과 깊이 있는 복약지도가 가능할 수 있도록 제품의 포장 형태에서부터 학술자료 제공에 이르기까지 환자를 대면하는 약국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일선 약국들의 환자 상담에 대해 의미와 가치를 두고 우리나라의 10배에 달하는 조제료를 지급하는 제도적인 장치와 복약지도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 애쓰는 일본 약국들의 노력에 제약, 도매, IT솔루션, 기계·기구 등 약국 관련 업체들의 끊임없는 지원들이 어우러진 일본 약국가의 미래는 매우 밝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일본 연수일정을 기획하고 짜임새 있는 운영으로 많은 견학이 가능하도록 애써주신 ㈜비즈엠디 한국의약통신 정동명 대표님께 감사드리며, 우리나라 약국에도 도입되면 유용한 몇 가지 내용들을 소개함으로써 약사 및 약계 관련 인사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한다.

1. 오조제/오투약 방지 시스템 소개

▲ PTP 화상인식 조제 감사기

여러 제조회사에서 다양한 형태의 조제감사 시스템을 개발하여 전시하고 있었다.
주로 화상인식 시스템을 탑재하여 미리 등록된 약품의 성상과 감사 대상 약품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오조제 여부를 판단하며 99.5%이상의 정확도를 자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PTP조제가 주류를 이루는 일본의 조제 형태를 반영하여 제약사에서는 PTP포장마다 뒷면에 바코드를 인쇄하고 있는데 바코드 인식시스템을 함께 가동하여 환자가 처방받은 약과 같은 약인지 이중 체크할 수 있으며, 각 약품의 무게를 체크하여 조제 약품의 수량이 처방대로 정확한지에 대한 판단도 함께 이루어진다.

신기한 것은 일본 약사들이 대부분 PTP를 고무줄로 묶어 조제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화상인식 시스템이 고무줄의 여부를 판단한 후 총 무게에서 고무줄의 무게를 감안하여 수량 파악을 하므로 고무줄의 있고 없음과 상관없이 항상 정확한 수량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TP 화상인식 조제 감사기에서 오조제 여부 자동 판단
▲ PTP 화상인식 조제 감사기에서 오조제 여부 자동 판단

한 번에 한 품목씩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인식기에 여러 종류의 PTP를 넣고 한꺼번에 실행해도 각각의 약품이 환자가 처방받은 약과 일치하는지 동시에 처리하여 업무처리 속도도 매우 빠르다는 것이 큰 장점이며 처방약에 대한 정보는 약국 청구관리 프로그램과 연동되어 자동으로 인식되므로 별다른 절차 없이 약만 인식기에 넣으면 된다.

▲ 같은 방식, 다른 형태의 PTP 화상인식 조제 감시기들

여러 회사의 제품이 전시되어 있었으나 크기와 모양만 조금씩 다를 뿐 그 기능과 운영 방식은 대부분 비슷한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도입된다면 PTP포장 인식 외에 낱알 인식 기능이 더 추가되어야할 것 같은데 현재 시스템으로도 낱알 성상을 등록하면 충분히 인식 가능하다고 한다.

각 약품의 성상, 무게, 바코드 등의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제조사의 서버로부터 실시간으로 지원받을 수 있으며 약국 자체 등록도 가능하다.

▲ PTP 포장 밑면/ 측면 촬영 조제 감사기
▲ PTP 포장 뒷면의 바코드를 인식하는 조제 감사기

변형된 형태의 조제 감사기도 여러 종류 전시되었는데 무게를 재는 기능 없이 PTP약품 묶음의 밑면 및 측면 촬영 영상에 화상 인식 기능을 적용시켜 약품의 종류를 파악하고 그 수량까지 판별할 수 있는 화상인식 조제 감사기도 있었으며, 반대로 중량 감사를 주 기능으로 하여 암실 대신 노출형 웹카메라를 장착함으로써 화상인식 기능은 유지하면서 감사 업무의 효율을 극대화 시킨 기종도 선보였다.

▲ 일본약국의 PTP조제 방식의 흔한 예 낱알 분포 포장보다는 PTP 판포장 조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면 조제 시 약품 종류별로 고무줄로 묶는다. PTP 판 포장 뒷면에는 약품을 인식할 수 있는 바코드가 판마다 인쇄되어있어 조제 및 감사 업무에 큰 도움을 준다.

또한 일정 영역의 바닥에 PTP포장의 뒷면이 보이도록 여러 가지 조제약을 펼쳐놓고 스캐너로 일괄 스캔하면 PTP포장 뒷면에 인쇄된 바코드를 인식하여 조제 감사 업무를 수행하는 시스템도 소개되었는데 최소 장비로 간편하고 빠른 업무 진행을 장점으로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PTP 판포장마다 바코드가 인쇄되어있지는 않아 당장 도입하여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시스템이어서 아쉬웠다.

우리나라도 제약사의 협조를 얻어 PTP 판포장마다 바코드가 인쇄된다면 각 약물을 인식하고 판별하는 조제 및 복약지원 시스템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분포약에 대한 화상 감사 시스템도 예전에 비해 많은 개량이 이루어졌는데 우선 그 크기가 상당히 작아져(가로 약 76cm, 세로 36cm, 높이 약 83cm) 탁자 위에 올려놓고 가동시킬 수 있는 기종이 소개되었고, 속도 또한 분당 45포를 체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여 조제 감사 업무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사전에 등록된 약 모양에 대해 화상으로 비교 체크하는 방식이며 약국 청구프로그램과 연동되어 조제 오류 여부를 체크하는 등의 기능은 PTP 화상 조제 감사 시스템과 동일한데 단순히 흑백 사진으로 분포약의 개수만을 체크하여 정확도 99.5%를 자랑 하는 기종도 함께 전시되어 각 약국의 실정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

두 기종 모두 약포지 뒷면에 환자 정보에 대한 QR코드 및 약포지 간격에 대한 특수 기호가 인쇄되어 있어야 작동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 당장 도입하여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나 화상 인식 모듈의 발전에 힘입어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시스템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자동정제 분할기(좌)와 분할한 정제 모습 칼날이 매우 예리해서 손실율이 거의 없고 정확히 반으로 나뉜 모습을 볼 수 있다.

자동정제분할기의 성능도 매우 향상되어 파손되지 않고 회수되는 비율이 99% 이상, 정확히 반으로 나누는 좌우 비율이 49% 이상이라 하고 분할대상 약품의 카세트를 장착한 후 버튼 조작으로 간단히 실행된다고 하니 분할 조제가 많은 약국은 업무효율의 극대화를 위해 관심을 갖고 살펴볼 기종이라 생각되어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시스템은 투약 영상 기록장치이다.

▲ 투약현황 화상 기록기

열린약국 뿐만 아니라 이미 우리나라의 많은 약국에서 환자의 클레임에 대비하기 위해 투약 현황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특별히 이 시스템을 소개하는 이유는 오투약 방지의 목적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시스템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우선 초고화질 카메라를 천정에 설치하여 수직으로 촬영하므로 화면의 왜곡현상이 없고, 1600× 1200 픽셀의 고화질 영상을 매 초마다 기록하여 분포약 한 알 한 알의 식별자까지도 쉽게 인식할 수 있다.

더욱이 사물의 위치와 입력된 정보를 동시에 파악할 수 있는 RFID시스템과 연계하여 특별한 조작 없이 녹화 및 정지/중지가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약국 청구프로그램과 연동하여 환자 조제 정보에서 바로 투약 시 현장 화면을 조회할 수 있기 때문에 오투약에 대한 의심사례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 및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

16년 전 우리나라 의약분업 초창기 시절에 일본 약국을 방문하였을 때는 조제오류를 막기 위해 일본 약사들이 PDA단말기를 들고 다니면서 일일이 이름표의 바코드 한 번, 약품 진열대의 바코드 한 번씩 찍던 모습을 보았다.

그때 당시에는 우리 실정에 맞지 않아 도입할 수 없었고 그 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오조제 방지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는데 일본 약국 견학으로 얻은 지식이 많은 도움이 됐다.

이번 학술대회 부스를 보면 그 후로도 일본 약국가는 잘못된 약이 환자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하는 데 온 힘을 쏟아 부은 흔적이 역력히 드러나 있고 그동안 발전한 IT기술과 화상인식 기술 등을 잘 접목하여 조제감사시스템을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완성해 나가는 것 같다.

약업 환경이 서로 다르므로 똑같이 모방하기 보다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공통된 가치를 추구하는 약사로서 좋은 것을 배우고 우리 실정에 맞게 잘 응용함으로써 도움을 얻는 반면에 이제 우리가 축적한 많은 경험과 노하우도 함께 공유하여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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