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本 약국을 가다 <2> 일본 드럭스토어 시장 현황 및 일본 약국경영연수단의 '生生 TALK’
기자명
정지은
입력 2013.05.1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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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로 상식 쌓고, 주재원 통해 현지 약국 유통 느껴 느낀 점 공유하고 귀국 후 응용 고민하며 새 도약 약속
비즈엠디(대표 정동명)가 주최한 일본 약국경영 연수단이 3월14일부터 17일까지 3박 4일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연수는 제31회 건강박람회 및 실버종합박람회와 제13회 드럭스토어박람회 참관, 도쿄 시내 우수약국 방문을 골자로 50여명의 개국 약사와 약국체인, 제약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해 어느 때보다 성황을 이뤘다.
본지는 지난 호에 이어 일본 드럭스토어 시장의 현황과 약국경영연수단이 보고 느낀 그대로를 생생하게 전한다.
일본 약국 현황 퀴즈 풀며 기초지식 쌓아 3월14일 하네다 공항에 도착, 버스로 첫 약국탐방에 나서던 53명의 약국경영 연수단원에게 퀴즈가 배달됐다.
이동 시간을 이용해 정동명 비즈엠디 대표가 일본 약국 현황 퀴즈를 준비한 것. 11년째 연수단을 이끌고 있는 정 대표는 약사들과 함께 일본을 찾을 때마다 일본의 약국, 약사 현황에 대해 소개 하는데, 이번 연수에서는 단원들의 흥미 유발을 위해 특별히 총 36개 항목의 퀴즈를 만들었다.
일본의 약사법과 약제사회 시스템, 사회적 통념 등 각 분야를 망라하고 있는데다 상품으로 ‘비즈엠디 파머시저널’의 정기구독권까지 걸려 있어 회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한민국의 ‘약사회’에 해당하는 일본의 ‘약제사회’는 올해 창립 120주년을 맞았다. 1953년 미군정에 의해 의약분업을 시작했고, 임의분업 형태이지만 현재 처방전 발행률은 68%에 달한다. 한국에 없는 약력관리료가 있고 조제료도 노인복약지도료, 재택방문약력관리료. 의약품정보제공료 등 다양한 항목에, 조제료는 행위별수가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약국 서비스 시스템인 ‘단골약국’ 개념은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다. 병의원은 여러 곳을 복수로 이용하더라도 약국은 한 곳을 단골로 이용해 약력관리에 의한 중복투약, 상호작용 방지 등 의약분업의 취지를 살리자는 취지이다. ‘기준약국’은 환자들이 단골약국을 만들기 위한 약국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으로 시도약사회가 39개 항목을 충족하는 약국에 대해 지정한다.
연수교육은 의무화가 되어 있지 않아 약제사연수센터 및 각 지역 약학대 등과 연계해 진행되며 ‘인정연수 약제사’ 제도를 만들어 이 증서를 벽에 걸거나 명찰 등을 만들어 패용하면 소비자로부터 높은 신뢰를 받는다.
일본에서는 1994년 도입된 재택의료법에 의해 약사가 환자의 집을 방문하여 투약 및 복약지도 행위를 할 수 있고, 약을 직접 배달해주기도 한다.
의약품은 전문약과 일반약을 의료용의약품과 일반용의약품으로 나뉘는데 일반용의약품은 2009년부터 리스크 정도에 따라 1, 2, 3류로 다시 분류된다. 부작용 위험성이 높은 1류 의약품은 약사만 판매할 수 있고, 서면 복약지도가 의무화되어있다. 2, 3류 의약품은 등록판매자(시도지사 자격증)가 판매할 수 있다. 등록판매자는 직접 판매소를 개설해 2, 3류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
일본은 2008년부터 처방전에 ‘후발약으로 변경 불가’(2006년부터는 변경 가능) 란을 설치하고 의사가 이 란에 서명을 하지 않으면 약국에서 제네릭 의약품으로 대체조제가 가능하다.
의사는 대체조제를 허용하면 처방전 1매당 20엔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현재 처방전의 약 75%가 대체조제를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약국은 전체 처방전의 30% 이상을 제네릭으로 대체조제하면 조제료를 올려주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은 이를 통해 의사에게는 인센티브, 약사에게는 약의 선택을 주고, 환자는 약 값을 절감할 수 있으며, 정부의 보험재정 안정화, 국내 제약회사의 개발 육성 등 소위 5자(의사, 약사. 환자, 정부, 제약) 모두가 윈윈하는 합리적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드럭스토어의 생존 방법 일본 약국, 약사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방문한 CFS 체인 HAC에서는 매장 관람 후 다케치 모리히로(武市守弘) HAC 의료개발본부장의 강의가 이어졌다. 일본 약국은 대부분 매장과 별도로 강의실을 갖고 있어 교육장으로 사용한다.
강의가 끝나자 연수단의 폭풍 같은 질문이 쏟아졌다.
셀프메디케이션 코너인 ‘하카루바(자가측정코너)’와 드럭스토어 운영방식에 대한 물음이 주를 이뤘다.
박정관 위드팜 대표는 취급품목수와 매장 규모에 대해, 박종화 온누리 대표는 품목 선택 기준에 대해 질문했고, 다케치 본부장은 450평 규모에 2만5천개 품목을 취급하고 있으며 POS를 바탕으로 판매량을 분석한다고 답했다. 김지은 뚝도시장약국 약사는 드럭스토어 내 조제실 운영 방식에 대해 질문했다. 이에 대해 다케치 본부장은 현재 CFS 본사에 소속된 약제사와 조제전문회사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답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개국을 준비 중인 최혜정 약사는 HAC 방문 후 “분위기는 우리나라 이마트나 올리브영과 비슷하지만 그보다 안정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며 “칸막이가 설치된 복약상담코너와 대기석, 약사 실명제 등이 서비스 측면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재현 대전독일약국 약사는 “일본에서는 법인이 약국을 운영하기 때문에 재고 부담이 없지만 우리는 한계가 있다. 그래도 한국에 돌아가면 이 점을 잘 생각해 제품 다양화를 시도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변화하는 조제전문약국 곧바로 도착한 평안당약국에서는 시미즈 마치(淸水眞知) 약사의 약국소개 설명을 들은 후 약국을 둘러볼 수 있었다. 특히 평안당약국에서는 연수단의 원활한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 교포 출신 2명을 통역자로 초청하는 성의를 보여 우리를 감동하게 했다.
시미즈 마치 약사의 강의 후 정지연 인천시 중동구약사회 부회장은 인력관리 방안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그들만의 노하우가 궁금했던 것. 시미츠 마치 약사는 “일본 약제사들은 조제 건수가 40건으로 제한돼 있지만, 실제 일평균 처방전을 소화할 수 있는 약사보다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해 복약상담에 주력한다”며 “이외에도 고용환경의 질을 높이기 위해 IT기계를 도입하고, 남는 시간에는 약력관리를 위한 연구와 약대 실무실습 등에 매진한다”고 전했다.
법인 형태의 약국 운영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시미즈 약사는 “현재 회사 임원 중 약사는 4명이다. 약사는 약의 전문가이지만 경영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약국탐방이 끝난 후 이병각 열린약국 약사는 “평안당 약국을 3년 만에 방문했는데 레이아웃을 비롯해 많은 것이 바꿔 있어 놀랐다”며 “매일 진화하는 것이 일본 약국의 특성”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튿날 방문한 조제전문 단골약국 ‘토마토약국’에서 연수단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다양한 POP와 복약상담 수첩. 토마토약국에서는 약사들이 직접 POP를 제작하고 본사 측에서도 이를 위한 교육을 적극 지원한다.
허재필 갈더마코리아 대리는 “버스정류장 시간표까지 직접 만들어 게시한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환자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서비스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배울 것이 많다”고 소감을 밝혔다.
꾸준히 약국경영 연수단에 참여하고 있는 열린약국에서는 실제로 복약상담 수첩을 응용해 환자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이병각 열린약국 약사는 “일본에서는 복약상담 시 수첩을 이용해 개인약력을 관리하지만, 우리 약국에서는 질환별 정보를 정리한 자료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 해 환자들에게 나누어주고 있다”고 응용 사례를 소개했다.
일본 드럭스토어 업계의 생생한 뒷이야기 약국탐방 외에도 일본 드럭스토어 현황에 대한 생생한 정보는 이승탁 비즈엠디 도쿄 주재원을 통해 들을 수 있었다. 현재 일본의 프랑스계 화장품 회사에서 드럭스토어 등의 유통업무를 맡고 있는 이 주재원은 주로 이동시간을 이용해 단원들에게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 드럭스토어 업계의 가장 큰 행사는 매년 4월과 9월 ‘다나와리(매대 진열)’를 하는 날이다. 3월 말이 되면 드럭스토어 본사에서는 각 제약사 직원들과 함께 판매 순으로 상품 진열 순서를 정하고 각 점포에 표준 매대를 설계해 보낸다. 8월까지 판매 결과를 토대로 다시 9월에 재배치가 이루어지는 것.
때문에 각 제약사와 도매상에서는 5단 매대의 ‘황금칸’으로 불리는 4번째 칸을 차지하기 위한 사투가 벌어진다. 대신 영원사원들은 리베이트를 할 필요가 없고 할당량도 없다. 그들의 주요 업무는 제품 POP와 청소도구를 들고 매일 매장을 찾는 것. 타 회사 동향 등을 파악해 정보를 본사에 전달하는 역할도 맡는다. 이 주재원은 “일본에서 사람에게 의존해 제품을 파는 시스템은 20~30년 전에 사라졌다”며 “가장 우수한 영업사원은 바로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손님을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다양한 방법이 발전했다. 손님들의 동선을 파악해 상품을 진열하고 매장 뒤쪽으로 갈수록 불의 밝기를 줄이는 등 몇 만 가지의 기술을 각 체인마다 보유하고 있다.
일본의 제약유통업계는 제약사-대리점(도매상)-점포(약국)의 사슬을 갖는다. 일본에서는 도매상 역할을 하는 대리점이 자체 생산도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 현실과 꼭 맞는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제약사보다 더 큰 규모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드럭스토어와 편의점의 규모가 성장하면서 덩달아 도매상의 덩치까지 불어나고 있다. 거대 드럭스토어 체인에서는 자체 도매상을 운영하기도 한다.
한국과 가장 큰 차이점은 제품별 마진의 차이가 적다는 것. 일본 제약 유통업계에서는 자체정화를 통해 도매상이 15%, 점포가 20%의 마진을 챙긴다. 때문에 할인행사도 자주 하지 않고, 주문량에 따른 공급가격의 차이도 적다.
반품시스템도 원활한 편이다. 드럭스토어 업계에서는 워낙 많은 제품이 다양하게 생산되기 때문에 판매율이 저조하면 제약사 측에서 먼저 회수에 나선다. 신제품 출시에 맞춰 자체적으로 회수하기도 한다.
연수간담회 통해 성과물 공유 일본에서의 셋째 날, 공식적인 모든 일정을 소화한 약국경영 연수단은 석식 후 간단한 연수간담회를 가졌다. 단원 개개인이 이번 연수를 통해 보고 느낀 것을 공유하기 위한 것.
이재경 울산시약사회장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약사회로 돌아가면 회원들에게 발전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노은미 종로온누리약국 약사는 “1990년대 마트와 결합한 드럭스토어 형식의 약국을 열었다 실패한 경험이 있다”며 “현재 약국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드럭스토어 형식을 도입하는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많은 것은 배워간다”고 말해 단원들의 공감을 샀다.
박종화 온누리 대표는 “이번 연수를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약사상을 보게 됐다. 일본의 하드웨어적인 것도 분명 중요하지만 그들의 경영철학과 정신을 배우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경자 인천시약사회 여약사회 총무도 “무엇보다 일본 약사들의 마음가짐을 보면서 반성하고 많이 배워간다”며 “이번 가을에 있을 일본약제사회 학술대회를 비롯해 내년 약국경영 연수단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구용신 국제약품 부장은 “10년 동안 5번 정도 참가했는데 매년 ‘한개만 건지자’는 생각으로 임한다”며 “올 때마다 새롭게 변해있는 약국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 날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는 서로의 경영비법을 공개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박정훈 울산시약사회 약국지원팀장은 약봉투 뒷면에 복용법을 인쇄하는 방법을 소개하며 “작은 아이디어이지만 약국을 찾는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박용철 울산시약사회 대외협력이사는 모니터에 CCTV를 설치하는 방법을 공개했다. 박 이사의 비법은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어 순식간에 단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연수가 끝나갈 무렵, 연수단은 하나같이 ‘응용’에 대해 고민했다.
보고 느낀 것들을 ‘내 약국’에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우리 현실과 너무 다른 약국의 일본가를 보면서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도 새어나왔다. 하지만 연수단원들은 약국에 돌아가면 꼭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겠다고 약속했고 지역사회와 공생하는 약사상 정립을 위해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어느덧 연수 한 달이 지난 지금, 연수단은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변화를 시도하고 있을까. 그들의 노력이 건강한 약사사회를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