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상·조제약국·드럭스토어 모두 ‘소비자 만족’ 최우선
약국 체인 휴베이스 회원 30명 참가, 선진 경영 노하우 얻어가

비즈엠디 한국의약통신(대표 정동명)이 지난 10월 7일부터 9일까지 2박 3일간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개최된 제49회 일본약제사회 학술대회 참관 및 약국경영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는 선진 약국경영 노하우와 더 나은 서비스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약국체인 휴베이스(대표 홍성광)의 회원 30여명과 강남구 삼성동 열린약국 이병각 대표약사 등 3명이 참가했다.

연수단은 첫날 오후 일본 의약품 도매상 랭킹 1위인 주식회사 메디세오 나고야 북부지점과 조제전문약국인 히마와리약국을 견학했으며, 둘째 날은 아이치현 내에 63개의 점포를 운영 중인 드럭스토어 (주)B&D를 방문했고, 마지막 날에는 제49회 일본약제사회 학술대회를 참관하며 일본 약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에 본지는 이번 연수에서 방문한 약국과 도매상에 대한 소개와 함께 일본약제사학술대회 현장을 스케치하고 서울 강남구 열린약국 이병각 약사와 서울시약사회 제약유통이사인 고기현 약사의 ‘일본약제사회 학술대회 참관기’를 기획특집으로 함께 게재한다.

■ 일본 의약품 도매상 랭킹 1위 ‘메디세오’
연수단은 7일 가장 먼저 일본 의약품 도매상 랭킹 1위 ‘메디세오’의 나고야 북부지점을 방문했다. 일본의 의약품 물류 시스템과 도매상이 약국에게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 등에 대해 알고 싶다는 휴베이스의 요청에 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아이치현에서 조제전문약국을 운영하는 추월봉 약사의 도움을 받아 일본 도매상 랭킹 1위인 메디세오 본사를 섭외하고, 나고야시 시내에 위치한 나고야 북부지점을 방문하게 되었다.

▲ 메디세오 측에서는 연수단을 위해 특별히 세미나실을 마련하고 통역기와 한국어로 된 PPT를 준ㄴ비하는 등 세심한 배려로 연수단을 감동시켰다.

연수단을 태운 관광버스가 메디세오 나고야 북부지점의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메디세오 아카사키 히데오 지점장과 사에구사 오사무 매니저를 비롯한 직원들이 일찍부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신 미소를 보이며 우리를 맞은 그들은 연수단을 위해 준비한 큰 세미나실로 안내했고, 회사 소개를 위해 한국어로 준비한 PPT와 자리마다 놓여 있는 녹차 등 세심한 배려로 연수단에게 일본의 접대 문화를 선보였다.

물류센터를 견학하면서도 3팀으로 나눠 가이드를 배치하고, 가이드가 공간이 바뀔 때마다 한국어로 된 대형 푯말로 어떤 곳인지 안내했으며, 소음 때문에 통역 내용이 잘 들리지 않을 것을 우려해 모든 참가자에게 동시통역 수신기를 지급하는 등 작은 곳 까지 세심한 배려와 정의를 다했다.

메디팔 홀딩스의 자회사로 전국 154개 지점 운영
메디세오는 메디팔 홀딩스의 자회사로 의료용의약품(ETC)과 일반용의약품, 의약부외품, 시약, 의료기기 등 종합 도매업체이다. 메디팔홀딩스는 메디세오 외에 의료용 도매상인 ㈜아톨, 일반의약품과 화장품, 일용품 도매상인 ㈜PALTAC 등을 소유하고 있다. 총 매출은 22조 3000억 가량.

메디세오는 일본 최대 제약회사인 다케다약품공업이 대주주로 구라야, 산세이도와 동경의약품 등 일본 최대 도매상 들이 합병하여 2004년 설립되었으며, 일본 내에 154개 지점을 소유하고, 5700여명의 종업원이 근무하고 있다. 나고야 북부지점의 경우 23,000여개 품목을 취급한다.

회사 소개가 끝나자 연수단은 3개의 팀으로 나누어 물류센터를 견학했다.

1층에서는 제약회사에서 들어오는 제품을 분류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제약회사별로 박스에 바코드를 붙여 분류하는데, 시스템이 전자동화 되어 있어 전산으로 각자 위치로 보내진다. 사에구사 오사무 매니저는 “초기에는 직원들이 한 공간에 모여 직접 의약품을 분류하다 이 공정을 줄이기 위해 바코드를 붙이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20군데 가량의 분류공간을 만들어 빠르게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약국으로 배송하기 위한 적재 작업이 한창이었다. 신제품이 들어오는 경우에는 스캔을 뜨고, 무게와 사이즈를 측정해 상자 사이즈를 선택하는 과정을 거치며, 이를 DB화해서 보관한다.

3층은 약국의 주문에 맞게 제품을 박스에 담는 작업을 하는 곳이다. 6개의 박스를 담을 수 있는 자동화된 카트를 사용하는데, 카트에 탑재된 태블릿에 창고 지도와 함께 해당 의약품의 위치가 뜨고, 제품을 찾아 바코드를 찍고 박스에 담으면 다시 한 번 카트에 탑재된 저울에 무게를 재서 맞게 넣었는지 확인 작업을 거친다. 해당 의약품이 아니거나 무게가 맞지 않을 경우에는 바코드 리더기나 카트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서 알람이 울린다.

사에구사 오사무 매니저는 “이 과정 때문에 1층에서 정확하게 제품 정보를 입력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며 “크기와 용량, 입고날짜를 확인하는 것을 물론 유통기간이 빠른 순서대로 의약품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담겨진 의약품은 마지막에 한 번 더 사람의 확인을 거친 후 카메라로 촬영해 증거를 남겨 놓는다.
3층의 다른 편에는 냉장보관실과 향정신성의약품 보관실이 갖춰져 있고, 4층에는 영업사무소와 식당이 있다.

이밖에 메디세오 측에서는 나고야 물류센터가 지진 등 대형 자연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면진설계가 되어 있고, 4일을 버틸 수 있는 자가발전기는 물론 식음료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나면 보통 수습에 3일 가량이 걸리기 때문이다.

도매상 선정 기준은 ‘영업사원과의 신뢰’
물류센터 견학이 끝나고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의약품 배송 시스템과 약국 서비스 등에 대한 연수단의 질문이 쏟아졌다.

아카사키 히데오 지점장은 메디세오는 1일 4배송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약국에서 약이 떨어지면 해당 의약품을 바코드를 찍어 주문을 하는데, 미리 설정해둔 도매상으로 알아서 주문이 들어가는 방식이다. 메디세오만의 독자적인 주문 프로그램이 있지만, 다른 프로그램으로도 주문은 가능하다. 다만 청구프로그램과는 연동되어 있지 않고 자동 수발주는 제공하지 않는다.

또 일본에서 약국이 거래 도매상을 결정할 때 약국장과 영업사원과의 신뢰관계가 가장 큰 기준이 된다면서, 서비스도 큰 축을 담당하지만 결국 돈과 관련된 금전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자동화의 마천루 ‘히마와리약국’
메디세오를 견학한 뒤 오후 5시에는 조제전문약국인 ‘히마와리(ひまわり, 해바라기)약국을 방문했다. 재일동포 3세인 추월봉 약사가 운영하는 히마와리 약국은 나고야시 바로 옆에 있는 아이치현 도시 이누야마(犬山)시에 위치하고 있다. 

▲ 히마와리약국 추월봉 대표약사와 근무약사, 연수단의 모습

1989년 설립된 유한회사 ‘히마와리 약국’은 이누야마시 및 인근 지역에 총 7개 지점에서 약사 32명, 직원 9명, 본사직원 1명 등 총 42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본지와 오랜 인연으로 한국 약사들의 일본 약국경영 연수를 할 때 도쿄까지 찾아와 강연을 해주기도 한 추월봉 약사는 “히마와리약국은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체질과 병용 약, 알레르기 유무 등을 파악해 조제와 투약, 복약지도에 전념하고 있다”며 “환자들을 위한 서비스 외에도 조제기구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등 직원들이 일하기 편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히마와리약국 처방전의 대부분은 근처의 종합병원에서 나온다. 250베드를 갖춘 병원으로 히마와리약국을 포함해 4곳의 약국에서 처방을 소화하고 있다. 히마와리약국으로 오는 처방전은 일평균 100건 정도. 1500개 종류의 약품이 구비되어 있고 7명의 약사들이 근무한다.

하루 100건 처방에도 자동검수기까지 완비
일본의 조제전문약국이 대부분 그러하듯 히마와리 약국 역시 조제실의 전산화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다.

환자가 투약대와 별도로 마련된 접수대에 처방전을 제출하면 바코드 스캐너를 통해 처방 정보가 조제실로 전달되고, 해당약품 찾아 검수를 거치면 인쇄된 약봉투와 복약지도서와 함께 투약대에서 환자에게 전달된다.

▲ 가루약 처방의 경우, 바코드로 해당의약품인지 확인한 후 무게를 달아 정확하게 조제한다.
▲ 조제를 마친 모든 약을 환자에게 나가기 전 반드시 자동검수기를 거친다.

특히 검수의 경우 검수기에 약사들이 처방 정보를 입력하고 해당 의약품을 넣으면 모니터로 약품명과 수량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도 연고를 섞는 기계와 산제기, PTP 제포기까지 완비되어 있다.

또 대부분의 의약품은 PTP째로 나가지만 하루에 5~6건 정도는 자동분포기를 이용하는데, 이럴 경우 수가를 따로 받고 있다.

조제약국인 만큼 복약지도에 쏟는 노력도 각별하다. 한 환자 당 복약지도에 쏟는 시간은 5~10분 정도.약사들도 오후 2시까지 처방을 소화하고 나면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조제실 내 컴퓨터에서 약력관리를 하는데 보낸다.

▲ 약사들은 처방이 몰리는 오후 2시까지 조제에 집중하고,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약력관리를 하는데 보낸다.

이번 연수에 참가한 고기현 약사(서울시약사회 제약유통이사)는 “수가가 높다보니 처방건수가 적은데도 불구하고 약사 7명을 고용해 검수도 꼼꼼히 하고, 약력관리까지 된다는 부분이 부러웠다”며 “우리도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여유 있게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 인구에 대한 배려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배형준 약사(경기도 수원시 우리대학약국)는 “일본 연수프로그램에 3번째 참여하고 있는데, 투약대에 지팡이를 걸어놓을 수 있게 설치된 고리라던지 이러 부분이 갈수록 노령인구에 대한 배려가 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우리도 고령사회로 진입을 앞두고 있는 만큼 약국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병원과 함께 운영하는 ‘B&D’마키노하라 지점
8일 오후 방문한 약국은 아이치현 내에 63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체인드럭스토어 (주)B&D사의 마키노하라 지점이다.

주식회사 B&D는 1985년에 설립된 약국 체인으로 현재 약사 120명을 포함해 전체 1,5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지난해 5월기에만 2400억 원 대 매출을 기록한 대규모 체인이다. 사업 초기에는 서점과 약국의 복합 점포(Book & Drug)로 시작했지만 분업이 활발해지면서 2001년 서점 부문을 철수하고 현재는 Beauty & Drug 컨셉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B&D가 나고야시 내에서만 점포를 여는 이유는 애초에 ‘지역에 밀착한 드럭스토어’를 표방하기 때문. 연수단을 위해 마키노하라 지점에 직접 나온 마사키 칸 대표이사는 “우리 회사는 맹목적으로 매장 수를 늘리거나 규모 확대를 지양하고 있다”며 “고객이 요구하는 최선의 서비스 수준을 유지해 지역에서 사랑받는 약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원 + 약국 + 매장’구조가 수익 면에서 BEST
1,000여평이 넘는 부지에 있는 B&D는 넓은 주차시설과 함께 정면으로는 대형 드럭스토어 건물이, 오른편으로는 의료기관이 입주한 건물이 위치하고 있다. 마키노하라점의 경우 부지 안에 내과와 피부과의원을 유치해 운영하고 있어 약국의 조제 수입을 보장한다. 또 드럭스토어 내에서도 조제실과 매장의 공간을 분리해 의료용의약품(ETC)과 제1류 의약품은 약국에서, 제2류 의약품과 제3류 의약품은 매장에서 취급했다.

▲ B&D는 천평 대지에 약국이 입점해있는 드럭스터오와 의원을 함께 운영한다.

일본의 경우 일반의약품을 부작용 위험성에 따라 3분류로 나누어 판매하고 있는데, 위험성이 높은 경우 1류 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약사만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2, 3류 의약품은 일정 교육을 이수한 등록판매자가 판매할 수 있다. 때문에 매장의 2, 3류 의약품 판매대에는 ‘1류 의약품은 약국에 가서 구매하라’는 안내 메시지와 함께 비어있는 1류 의약품 샘플만 진열되어 있다.

▲ 매장의 2, 3류 의약품 진열대에는 약국의 운영시간과 함께 '1류 의약품은 약국에서 구매하라'는 안내판이 게시되어 있다.

마사키 칸 대표는 연수단을 위해 특별히 매장을 함께 돌며 B&D 창립 과정과 성공스토리, 현재의 운영 상황 등을 들려줬다. 그가 처음 우리를 맞았을 때 63개 체인드럭스토어를 소유하고 있는 대표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소박한 모습에 놀랐다. 또 연수단의 까다로운 질문에도 성의껏 답하고 설명해주는 성실성 있는 자세에 또 한 차례 감동을 받게 했다.

▲ 마사키 칸 대표이사는 연수단이 방문한 날 특별히 마키노하라 지점을 찾아 함께 매장을 돌며 B&D의 운영 상황을 들려줬다.

마사키 대표이사에 따르면 매장에는 14개 섹션에 2만여 품목을 취급하고 있으며, 1일 평균 200만 엔의 매출을 올린다. 약국이 소화하는 처방전은 1일 평균 60매, 조제료 수입은 48만 엔 정도로 전체 매출의 4분의 1 가량인 점유한다.

▲ 매장에서는 14개 섹션에 2만여개 품목을 취급한다.

마사키 대표이사는 일반적인 드럭스토어의 매출구조가 의약품과 식품, 잡화의 비율이 3:3:3인 것에 비해 B&D의 경우 식품이 35%로 제일 많고, 의약품이 18%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약국에는 5명의 약사가 근무하는데 약사의 월급이 비교적 높기 때문에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 드럭스토어 오른쪽에 약국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 조제약국 내부

마사키 칸 대표는 “모든 점포가 마키노하라점처럼 의원과 함께 운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들이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오면서 드럭스토어 매장에 들러 하나라도 구매하기 때문에 ‘의원+약국+매장’의 조합이 가장 좋다”며 “소비자들은 일본의 장기불황이 계속되면서 비교적 저렴한 식료품 때문에 드럭스토어를 찾지만, 의약품의 마진이 좋은 편이라 계속해서 이쪽으로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운영 계획을 밝혔다.

또 드럭스토어를 운영하는데 가장 힘든 점을 무엇이냐는 질문에 “무엇보다 의원을 유치하는 것”이라며 “그래도 마키노하라점의 경우 의원이 문을 연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1일 평균 60건의 처방이 나오고 있다”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보였다.

원스톱서비스 VS 대기업 진출 불가피
B&D의 운영 형태에 대해 연수단 내에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소유구조는 다르지만 국내에도 메디컬 센터 등으로 이미 갖추어진 구조인데다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환자들 입장에서는 편리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이런 식의 사업모델이 성공한다면 대기업의 진출이 불가피해 작은 약국들이 초토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본 약국경영 연수에 참가한 하성현 약사는 “일본의 경우 의약분업이 활성화된 2000년대 이후 일반의약품 대부분을 드럭스토어에 빼앗겼다”며 “우리나라도 최근 쌍벌제와 약가인하 등의 문제로 제약사들이 일반의약품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기는 하나, 분업 이후 자발적으로 일반의약품 시장이 축소되고 있고 슈퍼 판매 품목 확대 등이 논의되는 것으로 보아 이 부분의 리스크는 계속 예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약사들의 꾸준한 관심과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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