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이건희 회장의 마지막 편지라며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는 글. 삼성 측의 부인에 이어 가짜로 판명됐다. 사진은 온라인 캡쳐.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 직후 온라인에 퍼진 ‘이 회장의 마지막 편지’라는 글에 대해 삼성 측이 "고인이 쓴 글이 아니다"라고 27일 밝혔다.

26일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과 페이스북 등에는 ‘나의 편지를 읽는 아직은 건강한 그대들에게’로 시작하는 ‘이건희 회장이 남긴 마지막 편지’라는 제목의 글이 돌고 있다. 이 편지는 ‘돈과 권력보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삼성이 부인한 이 편지는 “3000원짜리 옷 가치는 영수증이 증명해주고, 3000만 원짜리 자가용은 수표가 증명해주고, 5억짜리 집은 집문서가 증명해주는데 사람의 가치는 무엇이 증명해주는지 알고 있느냐”며 “바로 건강한 몸이다. 건강에 들인 돈은 계산기로 두드리지 말라”고 쓰고 있다.

편지는 “건강할 때 있는 돈은 자산이라고 부르지만 아픈 뒤 그대가 쥐고 있는 돈은 그저 유산일 뿐”이라며 “세상에 당신을 위해 차를 몰아줄 기사는 얼마든지 있고, 세상에서 당신을 위해 돈을 벌어줄 사람도 역시 있을 것이오! 하지만 당신의 몸을 대신해 아파줄 사람은 결코 없을 테니. 물건을 잃어버리면 다시 찾거나 사면되지만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것은 하나뿐인 생명이라오. 내가 여기까지 와 보니 돈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요?”라고 하고 있다.

편지는 또 “돈과 권력이 있다 해도 교만하지 말고 부유하진 못해도 사소한 것에 만족을 알며 피로하지 않아도 휴식할 줄 알며, 아무리 바빠도 움직이고 또 운동하라”며 “아프지 않아도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아보고, 목마르지 않아도 물을 많이 마시며, 괴로운 일이 있어서 훌훌 털어버리는 법을 배우며, 양보하고 베푸는 삶도 나쁘지 않으니 그리 한 번 살아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그러나 뉴스톱은 26일 팩트체크를 한 바에 따르면 이 편지는 몇 년 전부터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어느 부자가 남기고 떠난 편지’라는 제목의 글이라고 밝혔다. 정확히 말하면, 원본에서 일부를 발췌해 짜깁기한 것이다.

구글에 ‘어느 부자가 남기고 떠난 편지’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2018년 12월 6일에 작성된 게시글이 가장 오래된 글로 검색된다. 유튜브에도 역시 비슷한 시기인 2018년 12월 18일에 ‘어느 갑부의 편지’라는 제목으로 해당 내용이 담긴 영상이 올라와 있다. 약 2년 전부터 인터넷상에서 널리 알려졌던 글이란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병원에서 자가호흡을 하며 재활치료를 받아왔다. 그러다 6년 5개월 만인 지난 25일 향년 78세의 나이로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했다. 해당 글이 처음 등장한 2018년 12월, 이건희 회장은 80억 원대 양도소득세를 탈루하기 위해 520개의 차명계좌를 만든 혐의로 입건됐으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직접 조사가 불가능해 기소중지 처분을 받았다. 즉, 시기상으로도 이건희 회장이 남긴 편지라고 보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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