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사용 후 발생한 위막성 대장염 대부분이 CDI 진단
병원 예산, 인력 없고 의료진 인식 부족…전수조사가 R&D 촉매제 될 것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 CDI)은 병원 내 항생제를 사용하는 중 혹은 사용 후 발생하는 전형적인 병원 감염으로, 입원한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설사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2000년 이후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인식 부족은 물론 병원 내 감염관리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된 감염 숫자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에 한국의약통신에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감염내과 전문의인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를 만나 CDI의 심각성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봤다.

▲ 이재갑 교수는 중증 CDI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없고, 병원의 인력과 예산 부족은 물론 의료진의 인식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사진= 한국의약통신DB

Q. CDI란 어떤 질병인가.
항생제를 사용하는 환자에게서 여러 가지 원인으로 설사가 발생하는데, 이런 항생제 연관 설사의 15~25%가 CDI이며, 항생제 사용 후 발생한 위막성 대장염의 경우 95~100%가 CDI로 알려지고 있다.

위막성 장염의 전형적인 증상이 있는 환자들의 위막을 보면 클로스트리디움균 자체가 잘 살아남는다는 특징이 있다. 항생제 내성이 강한 것이다. 이 균의 특징이 ‘아포’라고 해서 자신의 발육 상태가 나빠지면 거북이처럼 ‘아포’가 되어 숨어들어가기 때문에 장내 환경이 열악해져도 죽지 않는다. 환자가 항생제를 쓰면 정상세균이 줄어드는데, 이때 숨어있던 균이 증식하게 되는 것이다. 1~2주에서 한 달 가량 잠복기를 거쳐 다량의 설사를 일으키는 장염을 일으킨다.

Q. CDI는 어떻게 감염되나.
일반인 중에 이 균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고 대부분 병원 내에서 감염으로 획득한다.

문제는 예전에는 치료가 어렵지 않았으나,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이나 유럽에서 중증 환자가 많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전에 3~4%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10% 이상 늘어났고, 재발도 많아졌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이를 일으키는 NAP1/027 균주가 확인되기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해당 환자 전체를 격리할 수 있는 병원도 없고, 알코올 소독에도 죽지 않는다. 클로스트리디움균의 감염을 막기 위해 비누로 세척하라고 하는데, 비누가 소독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문질러서 균을 떨어트리는 방식이다. 현재 국내 감염관리에서 가장 화두가 되고 있는 균이라고 보면 된다.

Q. 국내에서 감염률은 어느 정도인가.
사망률에 대한 전국적인 통계가 없다. 해외사례를 보면 사망률이 12.3%까지 올라가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중증 환자들이 계속 보고되고 있어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망까지 이어지지 않더라도 환자들의 퇴원이 늦어지고 의료비 상승 등 사회적인 비용도 만만치 않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해당 유전형이 많이 발견되지는 않지만, 환자의 생명과도 직결될 가능성이 점진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본다.

Q. 최근에 중증환자가 많아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특정 유전형이 중증 질환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학계에서 어느 정도 정립이 됐다.

CDI 치료에는 metronidazole과 vancomycin이 처방되는데, 해외 가이드라인을 보면 이미 metronidazole에 대해 치료 효과가 70% 미만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metronidazole을 1차 약제로 처방한 뒤, vancomycin을 쓰지 않으면 삭감 당하는 구조이다.

미국에는 vancomycin 외에 출시된 항생제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논의 자체가 없다. 미국에서는 10년 전부터 중증 환자가 많아져 모든 병원이 전수 보고를 하게끔 바뀐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방식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는 하고 있다.

Q. 병원 내 감염이 가장 중요한 원인인데, 국내 의료진들의 인식 수준은 어떤가.
사실 의료진들의 인식 수준이 가장 걱정이다. 장 수술을 하는 외과 전문의들도 잘 모르고 있어, 심각한 수준이 돼야 감염내과로 연락이 온다. 우리 병원 내에서는 설사하면 바로 감염내과로 연락을 하라고 훈련을 시키고 있는 정도이다.

대학병원 내 의사들의 인식 수준이 이 정도이기 때문에, 장이 부어서 터지기 직전에 감염내과로 오는 환자들도 있다. 그 정도로 진행될 때까지 확인이 안될 만큼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인식이 턱없이 부족하다.

Q. 해외서는 vancomycin외에 fidaxomicin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신약 개발 현황은 어떤가.
글라이코펩타이드를 개량한 fidaxomicin은 국내에서도 임상이 진행됐었는데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면역치료제 단클론항체 역시 미국에서는 출시됐다. 하지만 재발률 수치에 대해 아직 논란이 있고, 1회 접종 비용이 50만 원 가량으로 비싸기 때문에 부담이 있다.

비슷한 형태의 다른 약도 임상 중에 있지만, 환자 수가 많지 않은데다 중증에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아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않다.

국내에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쓸 수 있는 치료제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vancomycin을 경구로도 주고 주사도 줄 수 있는데 장이 마비되기 시작하면 경구밖에 줄 수 없다. 주사는 콩팥으로 가기 때문이다. 정 안되면 주사액을 식염수에 믹스해서 관장을 하기도 하고, 너무 심하면 수술해서 장을 잘라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사망에 이르는 환자도 있고 요양병원에 갔다가 다시 재발해서 오는 분들도 있다.

사실 vancomycin도 치료효과는 85%로 보고되고 있는데, 항생제라는 게 효과가 자꾸 떨어지기 때문에 효과를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있다. 또 vancomycin에 대한 내성이 생긴 환자의 경우, 치료제가 없어 용량을 늘리거나 아포를 없애기 위해 주기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쓰고 있기는 하다.

백신 쪽도 현재 화이자제약에서 개발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저희도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데, 올해 말 임상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Q. 원내 감염 관리가 가장 우선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최대한 수가를 인정하는 대신 병원 내 감염을 모두 공개하는 방식으로 경쟁을 시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식으로 하면 모든 병원이 검사를 안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우선은 격리부터 철저하게 시켜야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CDI 환자를 격리시키기에는 병실도 인력도 모두 부족하다. CDI의 경우 반코마이신내성장알균(Vancomycin-resistant enterococci: VRE)보다 감염관리와 소독원칙 모두 엄격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을 쏟고 있지만, 격리수가 개정안도 묶여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연구 역시도 전수조사도 힘들뿐더러 균을 보관하는 키우는 것이 힘들어 제대로 된 연구가 되고 있는 병원이 손에 꼽는다.

현재로서는 전국에 몇 백 개 병원을 지정해 전국 단위의 감염자 숫자를 파악하는 것이 R&D 촉진의 매개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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