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사례를 통해 재택의료 시스템 안에서 약사의 역할을 조망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약사회(회장 조찬휘)와 한국의약통신(대표 정동명)은 11일 대한약사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한일 재택의료 교류회'를 개최했다.

일본 측에서는 우카이노리오 가나가와현 약제사회장과 발표자인 쿠시다 카즈키 쇼와약과대학 교수, 후지타 쥬리 약사(다나시약품), 이마죠 히로후미 약사(닥터곤가마쿠라클리닉), 코바야시 히로노리 약사(메디컬파마시 쵸자마치약국), 가라사와 준코 약사(쯔루미약국), 후지타 켄지 약사(시드니대학 약학부 박사 과정)를 포함해 15여명의 인사들이 대한약사회관을 찾았다.

대한약사회에서는 조찬휘 회장을 위시로 박인춘 노숙희 백경신 부회장, 강봉윤 정책위원장, 김영희 홍보위원장, 최두주 정책위원장 등이 참여했고 이모세 보험위원장과 안화영 경기도약사회 부회장이 '노인장기요양보험, 방문건강관리, 방문약료'와 '시흥시 의료급여 수급권자 방문약물 관리 사업'을 주제로 발표자로 나서는 등 총 50여명이 회의장을 가득 채웠다.

▲ 쿠시다 카즈키 쇼와약과대학 교수

일본 재택의료 '인생의 마지막 정든 지역서' 목표

일본 재택의료의 목적은 환자가 정든 지역에서 자신의 생활을 인생의 마지막까지 영위할 수 있도로고 하는데 있다.

환자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의료와 개호, 간호와 재활, 보건과 예방, 생활지원과 복지 서비스 등이 환자의 상태에 맞게 통합적으로 제공되는데, 의사와 간호사, 약사, 복지용구상담원, 방무노우미, 재택케어매니저 등이 한 팀을 이뤄 환자와 가족을 함께 돌본다.

쿠시다 카즈키 쇼와약과대학 교수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약사가 관여하는 포인트는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를 중심으로 △암환자와 완화의료 △치매와 인지증 △소아`난치병 △신경난치병 등 다섯 분야이다.

카즈키 교수는 "현재 일본에서 다섯가지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약사가 대응체계를 갖추려고 하고 있다. 무엇보다 기본이 되는 것은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라며 "베이비붐 세대가 75세 이상이 되는 2025년을 목표로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는 물론 의사와 약사 모두 결국은 사람"이라며 "지역의 의료와 복지가 환자가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마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왼쪽부터) 후지타 쥬리 약사, 타카오카 리카 코디네이터, 마키무라 아케미 간호사

요양 등급 받으면 코디네이터가 치료 전반 기획

도쿄도 니시도쿄시의 재택의료 사례도 소개됐다. 도쿄도 니시도쿄시에서는 '니시도도쿄시 재택 요양 제휴 지원 센터'에서 재택의료를 관장하는데, 이날 발표에는 타나시약품의 재택 담당 임원인 후지타 쥬리 약사와 사사키 방문 간호 스테이션소속인 마키무라 아케미 간호사, 재택케어 매니저인 타카오카 리카 코디네이터가 나섰다.

재택환자가 국가로부터 7단계로 이루어진 '요개호 등급' 중 하나로 판정을 받으면, 보험보장을 받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코디네이터가 전체적인 치료 스케줄을 짜주고, 의사 또는 방문 간호사 중 한명이 매일 반드시 방문하는 식이다. 약사는 이 과정에서 의사와 처방내역을 상의하고 자택을 방문하며, 가족들의 정신적 지원까지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이마죠 히로후미 닥터곤가마쿠라클리닉 약사

재택의료 전문 진료소에서 처방내역 검토

일본의 약사들은 지역약국이나 지역센터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것 외에 재택의료전문 진료소 소속으로 환자를 돌보기도 했다. 이들의 주 역할은  의사와 함께 자택에 방문해 처방내역을 검토하는 것이다. 실제 조제와 복약지도는 지역약국에서 담당하고 있었다.

진료소인 닥터곤가마쿠라클리닉에서 근무하는 이마죠 히로후미 약제사에 의하면 이런 진료소 기반 서비스는 아직 전국에 몇개 되지 않을 정도로 도입 초기 단계에 있다. 현재 진료소 소속 약사는 일본 전국에서 9명이다.

닥터곤가마쿠라클리닉에는 상근 의사 6명, 상근 간호사 7명, 상근 약사 2명, 사회복지사 1명, 임상공학기사 1명, 사무직원 11명, 운전사 2명 등이 월 평균 400명~450명의 재택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외래환자도 월 500명 가량 된다.

약사는 의사와 함께 자택을 찾아 처방의 적정화와 약물치료를 관리한다.

이마죠 히로후미 약제사는 "퇴원 후 집으로 돌아온 44세 난소암 환자가 처음에 모르핀이 200ML만 처방돼 아픔을 호소했는데, 약사가 중재해 최종 적으로 1300ML 처방으로 변경하면서 지금은 3박 4일 동안 여행을 갈 정도로 나아졌다."며 사례를 설명했다.

▲ 코바야시 히로노리 메디컬파마시 쵸자마지약국 약사

재택환자 복약순응도 높이는 '복약지원로봇'

재택환자의 복약관리를 돕는 '복약지원로봇'도 소개됐다.
약사가 환자의 상태에 맞게 1회 복용량을 로봇에 셋팅해두면 알람을 통해 복약시간까지 알려주는 식이다. 약국에서 구입해 환자에게 무료 혹은 유료로 대여한다. 단, 로봇에 약을 조제해서 넣는 행위에 대해서는 수가를 받고 있다.

이 복약지원로봇을 사용하면 복용오류를 막고 복용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과량복용을 방지하고 복약기록도 관리할 수 있다.

메디컬파마시 쵸자마치약국의 코바야시 히로노리 약제사는 "이전에는 복용을 자주 잊고 복용시간의 실수로 낮에 졸음이 몰려왔던 한 환자가 로봇을 도입하자 1년 동안 약 복용을 잊은 적이없었고, 결과적으로 잔약을 줄이는데도 기여했다."며 "한정된 시간 동안 약물 복용 상황이나 컨디션 변화 등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복약지원로봇은 약 2년 전에 도입됐으며 가격은 126만원 정도이다.

▲ 가라사와 준코 신쯔루미약국 약사

재택의료 참여 약사, 바이탈 사인도 체크

일본에서는 약사가 신체 소견까지 관찰하고 있었다. 25년 전부터 재택의료에 참여해온 신쯔루미약국의 카라사와 준코 약사는 "약사의 재택방문에서 환자의 바이탈 체크가 중욧 되고 있다."며 "신체 소견의 관찰은 팀 의료의 일원으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바이탈 사인을 체크하는 약사의 역할은 긴급 상황에서 굉장히 유용하다.

카라사와 준코 약사는 "약사가 약력에 근거해 신체 검사에 따라 긴급 대응이 필요한지 심사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사와 약사, 사회복지사, 도우미가 가는 날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바이탈 사인을 체크해두면 팀 내에서도 정보 교류가 훨씬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 후지타 켄지 약사(시드니 약학대학 약학부 박사과정)

재택의료 질 평가 위한 QI 개발도 한창

약사에 의한 재택의료의 질을 평가하기 위한 Quality Indicator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었다.

현재 호주에서 재택의료를 공부하고 있다는 후지타 켄지 약사는 "얼마전 유럽 30개국 약사가 참여한 약사 직능 QI 학술대회가 있었을 만큼 해외에서는 재택의료분야의 QI에 대한 연구가 이미 진행 중"이라며 "약국 내에서, 약국 간에, 지역 간의 약국 비교가 가능하게 되면 약국은 자신의 품질을 올리기 위해, 일본 후생노동성은 QI가 높은 약국에 수가를 지원하기 위해, 지방 후생성은 QI가 낮은 약국에 패널티를 주기 위해, 환자들은 더 나은 약국을 선택하기 위해 이를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교류회를 개최한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은 "이번 교류회가 양 국가의 약사직능이 처한 현실과 미래 직역확대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의미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고, 우카이 노리오 가나가와현약제사회장도 "일본은 내년에 의료보험과 개호보험, 수가가 동시에 개정 예정이어서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하고 싶었다."고 화답했다.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