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 기금·개최 시기 등 부적절, 일반회원 참여 방법 불투명
‘약사회 세 결집’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9월 개최는 명분 없어

오는 9월 10일부터 14일까지 동시에 개최되는 ‘FIP 2017 서울총회’와 ‘전국약사대회’를 두고 민초 약사들이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쟁점은 크게 세 가지이다. 당초 대선을 염두에 두고 기획됐지만, 탄핵정국으로 대선이 앞당겨질 수도 있어 시기 선택이 적절하냐 하는 문제와, 특별회비로 전국약사대회 기금 2만원을 추가로 징수하는 것, 그리고 추가 징수에도 불구하고 일선 회원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것이다.

大藥 ‘평생 기억될 선물하고 싶다’ 의지 보여
대한약사회는 지난해 12월 2차 이사회에서 FIP 2017 서울총회·전국약사대회 기금으로 특별회비 2만원을 추가 징수하는 사안을 의결했다.

대한약사회는 FIP 서울 총회는 정부와 각계의 지원금, 후원금으로 충당(약 35억 예상)하지만 전국약사대회의 운영 경비는 회원들의 특별회비로 치루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원일 경상남도약사회장은 “전국약사대회를 통해 대선 후보들을 모아 놓고 약사들의 결집된 힘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9월에 전국약사대회를 하면 의미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추가 징수를 반대했고, 최창욱 부산시약사회장도 “전국약사대회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고 기금도 2만원 지원할 수 있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제안 설명에 있어 2만원이 전국약사대회 기금으로 걷는다는 부분을 FIP와 연결시키는 명분이 떨어지고 고민한 흔적이 적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집행부는 결국 9월 전국약사대회 개최안과 특별회비 추가 징수를 의결시켰다. 어렵게 잠실체육관을 빌려 놓았고 1만 명 이상이 오는 행사를 준비하려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9월 개최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은 “FIP 총회라는 세계 행사를 개최하면서 전국약사대회를 함께 열겠다는 점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전국약사대회를 통해 1만여 명의 약사들이 집결해 평생 기억할 수 있는 강의를 회원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다. 의욕을 생각해서라도 통과해 달라.”고 이사들의 의결을 요청했다.

최종이사회, 정기총회 시작하자 회원들 의문 제기
하지만 1월 들어 시도약사회 최종이사회와 분회 정기총회가 시작되면서 여러가지 의견이 제기됐다. 

특히 부산시약사회와 서울시 금천구약사회, 동대문구약사회, 양천구약사회, 경기도 부천시약사회는 전국약사대회기금 추가징수에 반발하면서, 대한약사회 대의원총회 결정 후 집행부에 위임하기로 잠시 결정을 보류해 놓은 상태이다.

부산시약사회는 최종이사회에서 전국약사대회 기금이 구체적인 명목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회비가 바람직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대한약사회에 건의할 것을 주문한 상태이며, 경기도 부천시약사회는 정기총회를 통해 전국약사대회 특별기금 2만원 송금 여부를 대한약사회 총회 결정 이후로 미루자고 의결했다.

금천구약사회 이호선 총회의장은 “9월 FIP와 연계해 전국약사대회를 개최한다고 하는데 전국약사대회는 약사들의 힘을 과시하고 대선과 맞물려 후보들에게 정책을 알리는 기능을 해왔다.”며 “그러나 9월이면 정치 일정상 대선이 끝날 시점이고 전국약사대회가 FIP 서울총회 인력동원을 위한 행사라면 2만원을 낼 필요성이 없는 것 아니냐”고 기금 갹출 유보에 대해 설명하면서 2만원 기금을 추후에 걷는 것으로 결정했다.

일반회원 참여 방법 없어, 윗사람들만의 잔치되나
한편에서는 추가로 기금까지 걷어 놓고 일반 약사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단순히 동원되는데 그친다는 것이다.

경기도 수원시약사회 성치순 홍보이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원들은 FIP가 윗사람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일반회원들이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는 행사가 되기를 바란다.”며 “사실 분회 입장에서도 회원들 눈치 때문에 쉽게 회비를 올리지 못하는데, 2만원이나 추가로 인상하기로 해놓고 납득할 만한 명분 없이 ‘국제적인 대회니까 일반 약사들은 따라와라’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일갈했다.

이어 “아마 자원봉사자도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약사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행사라면 서울이나 경기도약사회처럼 접근성이 좋은 약사회를 대상으로 요청할 것이 있으면 하고, 프로그램도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회원들 반발에 대약 대약 정총 통과 될지 의문
대한약사회가 전국약사대회 기금을 무리 없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최종이사회와 정기총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통과가 될지는 의문이다. 서울시약사회 관계자는 “아직 서울시약사회 쪽에서 프로그램 구성이나 인력에 대한 요청이 들어온 것은 없다.”며 “3월 정기총회가 되어봐야 알겠지만, 최종이사회와 분회 정기총회를 거치면서 회원들의 반발을 체감한 이상 집행부에서 납득할 만한 제대로 된 명분을 내세우지 않는다면 통과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만약 통과된다 하더라도 사용 내역에 대한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 양천구약사회 한동주 회장은 서울시약사회 최종이사회 현장에서 “2만원씩 전국 약사들의 기금을 걷으면 7~8억 정도가 될 것이라고 예상되는데, 그 돈에 대한 정확한 사용내역을 밝혀야 할 것”이라며 “부스 판매 금액도 제약사에서 FIP를 보고 주는 것이 아니고, 전국약사대회를 보고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산도 확실하게 별개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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