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감염 외 스트레스도 영향, 의과·치과·약사 협력 필요
‘이 악물기’ 연관통으로 이어져…일반의약품 치약 필수

최근 ‘구강질환이 곧 전신질환’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비단 치과에서뿐만 아니라 동네 의원과 약국에서도 구강질환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 홍정표 교수

국내에서 구강건강과 전신질환의 중요성을 가장 오래, 그리고 가장 심도 있게 역설해온 홍정표 교수(경희대학교 치과대학 구강내과)는 “환자가 동네 의원이나 약국을 찾아 ‘요새 입에 뭐가 많이 난다거나, 냄새가 난다’는 등의 불편사항을 얘기했을 때 전문가가 환자의 전신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한다”며 “무엇보다 세균들이 만든 방어필름을 깨는 칫솔질이 중요하며,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은 치약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Q. 오랜 시간 ‘구강질환은 전신건강의 신호등’이라는 주장을 해오셨는데요.

우리 몸에 면역이 떨어지게 되면 제일 먼저 문제가 생기는 게 입입니다. 그래서 ‘구강은 전신건강의 신호등이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균에 의한 감염이 구강질환의 전부는 아닙니다. 내적으로는 여러 가지가 면역 저하에 영향을 미치는데, 의사나 약사들이 유독 스트레스를 도외시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이 부분에 주목해 상담학 석사를 공부하면서 심리장애 상담이나 인지행동 치료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저희 과에서도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심리학 박사가 외래교수로 계시기 때문에 심리장애가 있는 분들은 그쪽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중단했지만, 숙명여대 음악치료학과에서 와서 음악치료도 했었습니다.

Q. 환자들이 보통 어떤 증상을 호소하나요?

입병이 많이 나고요. 구멍이 뻥뻥 생기면서 헐고, 물집이나 혓바늘이 생기고, 입이 마르는 증상들입니다. 또 스트레스와 연관된 대표적인 것이 치아를 세게 물어서 생기는 두통이나 안구통, 경구통 같은 거예요.

턱관절이나 턱 근육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물리적으로 강한 힘을 지속적으로 받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근육장애가 생기고 관절염이 생깁니다. 근육장애가 생기면 연관통이 나타나요. 귀가 아프거나 이명이 생기고, 안구충혈 등의 증상도 동반합니다. 다른 과에서 진찰을 받았는데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다가 구강내과에서 검사를 해보면 이를 악 무는 습관 때문인 경우가 많아요.

사람은 인생의 1/3은 무의식으로 살아갑니다. 무의식 상태일 때 호르몬이나 뇌의 기억장치들이 정리가 되는데, 이런 기능이 스트레스 때문에 방해를 받는 거예요. 무의식 상태에서 뇌가 가지고 있는 부담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전신의 근육들이 수축되어 버리는 것이죠.

Q. 다른 진료과와의 협진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그래서 정신건강의학과하고는 가깝게 세미나를 한두 번 같이 한 적이 있고요. 한방하고도 협진한 적이 있습니다. 심리학 하는 친구들하고는 교류가 많은 편이예요.

Q. 환자들을 가장 가까이서 보는 약국에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칫솔질이 가장 중요한데, 특히 방어필름을 깰 수 있는 치약이 필요합니다.

흔히 치태(齒苔)가 많으면 병균이 많아져서 병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는데, 세균이 많다고 해서 세균 전체가 다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에요. 세균수가 어느 정도 증가하면 막이 생기죠. 그 안에 있는 세균들끼리 공생을 하는 거예요. 그렇게 독소가 생기면 우리 몸에서 방어기전을 발동시키며 전쟁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우리 몸이 망가지는 거예요.

이 때 가글이나 이런 건 써봐야 아무 소용이 없고, 칫솔질을 해서 방어필름을 깨트려줘야 약효가 발휘됩니다. 방어필름을 그대로 둔 채로 가글만 하거나 냄새를 탈취시키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죠.

또 치과에서 처방이 나올 때, 관절 근육 치료를 위한 소염진통제와 근육이완제, 스트레스를 컨트롤하기 위한 안정제, 신경통 치료를 위한 신경항경련제를 쓴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Q. 아무리 좋은 약이라고 해도 방어필름을 깨는 치약을 쓴 후에야 약효를 발휘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 거죠?

네. 그렇죠. 제가 농담 삼아 얘기하는 건데 ‘약은 약인데 약이 아닌 것이 치약’입니다. 특히 의약외품이 아니라 일반의약품으로 허가 받은 치약이 필요하죠. 의사들도 이 사실을 알고 환자를 진료해야 하고, 약사들도 상담할 때 이런 얘기를 많이 해줘야 합니다.

약사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고 싶어 지난 10월에는 대한민국약사학술제에서 ‘치과질환의 새로운 이해’는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Q.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구강은 전신건강의 신호등’이라는 개념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환자가 의원이나 약국에 와서 요새 입에 뭐가 많이 나고 냄새가 난다는 등 불편사항을 애기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전신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거든요.

전신 어디가 문제인지 알아야 해당 진료과를 갈 텐데, 그것을 찾아내려면 구강내과에 오셔서 문제가 무엇인지 찾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프로필>

경희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안면통증구강내과 교수

경희대학교 안면통증구강내과학교실 전공주임교수 역임

경희의료원 치과병원 구강내과 과장 역임

미국 UCLA 치과대학 연구교수

경희대학교 치의학 학사/석사/박사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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