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윤리연구회(이하 연구회)가 창립 6주년을 맞아 4대 회장을 선출했다. 지난 9월 5일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최숙희 교수는 “의사도 환자도 인간인 만큼 인간이 갖고 있어야 하는 기본적인 소양을 공부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인문사회학과 윤리 등 의사들에 대한 평생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Q. 한국의료윤리연구회가 어떤 단체인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연구회는 지난 2010년 개원의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의료윤리 연구모임입니다. 개원 현장의 의사들이 진료 중에 혼자 겪는 윤리적 갈등으로부터 벗어나 동료들과 함께 고민하고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 시작했죠.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의사사회에서 의료윤리는 의사들의 진료행위를 ‘감시’하는 기제 정도로 인식되던 시기였습니다.

때문에 연구회는 초기에는 의사들의 연구나 진료행위에 대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의료윤리원칙’과 그 적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윤리적인 의사’를 양성하고 진료활동을 통해서 ‘행복한 의사’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 하는 포괄적인 인성교육 쪽에 많은 비중을 두는 쪽으로 발전해왔습니다.

Q. 개인적으로는 어떤 활동을 해오셨나요.

산부인과 전문의이고 뒤늦게 생명윤리학을 공부해 현재는 가톨릭대학교와 의전원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산부인과라는 특성상 엄마와 아기를 둘 다 다루다보니 일하면서 딜레마가 굉장히 많았고 10년 전에 크게 아프면서 생명윤리에 대한 관심이 생겨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의사로서는 제가 국내에서 생명윤리학 박사 1호일 거예요(웃음).

처음 연구회 회장직을 제안 받았을 때는 경험이 없어 고사했지만, 후배들과 곧 의사가 될 저희 아이를 생각했을 때, 인문학적인 소양이 없으면 앞으로 의사라는 존재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수락하게 됐습니다.

Q. 앞으로 연구회 운영 계획은.

사실 아직 운영위원회도 조직되지 않아서 세부적으로는 말씀드리기 힘듭니다. 하지만 크게 세 가지 방향은 잡고 있습니다. 첫째는 온고지신(溫故知新) 맥락에서 고전을 배울 것, 둘째는 서양의 의료 개념, 예를 들어 의학전문직업성 등을 우리 현실에 맞게 해석하는 시도를 할 것, 마지막은 변화하는 현실에 맞게 의료윤리를 뛰어넘어 생명윤리까지도 아는 의사를 양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 정도입니다. 우리 연구회가 이런 모든 일을 할 수는 없지만, 다른 선생님들한테 이런 질문들을 던질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Q. 의료계의 자율규제 확보를 위해 필요한 노력은 무엇일까요?

사실 의사 면허는 족쇄도 아니고 권위도 아닙니다. 서양에서는 의료계의 자율규제를 굉장히 당연하게 받아들이는데 비해, 우리는 그런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너무 생소하죠. 하지만 사회와 의료계 사이의 신뢰 관계에 있어 의사들이 스스로 지켜나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 최근 주사기재사용 등 의사들의 비윤리적인 문제들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윤리의식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일선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교육이 필요합니다. 사실 저는 위험성을 알면서도 주사기를 재사용하는 의사들은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의식적으로 습관처럼 하는 것이죠. 의협에서도 평생교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인문사회학과 윤리 등의 교육을 다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의과대학 교육도 변하고 있습니다. 저희 가톨릭대학교에서도 옴니버스 프로그램을 통해 인문사회학과 영성까지도 교육을 시킵니다. 굉장히 희망적인 일이죠.

결국 의사도 환자도 인간입니다. 인간이 갖고 있어야 하는 기본적인 소양을 공부하는 것은 당연하죠. 로봇 산업이 발전하면서 의사가 사라질 거라고 얘기들 하죠. 윤리의식이 없으면 의사가 로봇과 다를 것이 없겠죠.

<프로필>

가톨릭 의과대학교, 의전원 인문사회의학과 겸임교수

가톨릭 생명대학원 외래교수

서울외과 부원장(산부인과)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위원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박사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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