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올림픽 준비하며 학문 체계 갖춰, 1418명 활동 중
응급실 내 폭력 예방 등 중점…2019 ICEM 준비에 만전

지난해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 참사 이후, 응급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한응급의학회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응급의학이란 일차적인 의료 행위로, 응급환자에게 보다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학문을 말하는

데, 1950년대 한국전쟁과 1960년대 베트남 전쟁을 거치면서 미국 등 구미선진국 중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해 현대의학의 특수 분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지난 1월 대한응급의학회 회장으로 취임한 김준식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장은 “학회 창립 초기만 해도 응급의학은 응급상황에 있는 환자를 다른 진료과 전문의가 잘 치료할 수 있도록 처치만 하는 개념이었지만, 최근에는 독극물 등 일부 분야는 온전히 응급의학과의 몫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응급환자는 모두 내 환자’라는 정체성을 갖고 진료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89년 창립총회 갖고 96년 첫 전문의 배출
우리나라에서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대회 운영 중 응급상황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응급의료에 대한 관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며 1987년에 영동세브란스병원(현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처음으로 응급의학과를 개설하였고 당시 김영명 병원장이 응급의학과 모임을 제안해 1988년 말 대학병원 응급실장들과 첫 모임을 갖고 전국 26개 대학의 대표로 준비위원회가 꾸려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듬해 가톨릭대학교와 원주기독병원에 응급의학과가 개설되었고 3월 영동세브란스병원에서 첫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선발되어 수련을 시작했다.
대한응급의학회가 창립총회를 가진 것은 1989년 12월로 황의호 연세대학교 교수가 초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90년대에 접어들어 연이은 대형 재난 사고를 계기로 체계적인 응급의료체계에 대한 국가적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며, 1995년 산업의학과와 핵의학과와 함께 전문과목으로 인정 받아 1996년 1월에 첫 전문의 시험을 치러 3월에 51명의 전문의를 배출하였다. 올해는 160명의 전문의를 배출해 현재 1,418명이 학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회장은 “회원의 대부분은 응급의학과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를 취득한 사람들이지만, 일부는 외과나 내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다시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한 사람들”이라며 “아직까지 응급의학에 세부 분과는 없지만 스스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게 학회 내 다양한 연구회가 활동 중”이라고 소개했다.

‘응급실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인식 개선 필요
최근 학회 내부적으로는 응급의료수가 현실화, 응급실 내 폭력예방, 응급의학과에 대한 대국민 홍보, 국제학술대회 유치와 학회지 SCI 조기 진입 등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우선은 국가 재난시 우리 실정에 맞는 응급의료체계를 설립하는 일이 시급하다. 현재 미국에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응급구조사가 TWO TRACK으로 각각 병원과 현장을 책임지고 있고 유럽은 의사들이 직접 현장에 파견되는 방식이다. 우리도 오래 전부터 두 방식을 놓고 고민해왔지만, 낮은 수가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때문에 학회에서 가장 사활을 거는 것이 바로 응급의료 수가이다. 관리료와 야간수당 등을 포함해도 원가보존율이 80%에도 미치지 못한다. 김 회장은 “응급의료는 곧 공공의료이기 때문에 수가 개선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진찰료 인상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한다.

응급실 내 폭력도 문제이다. 학회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의 80%가 폭언을, 50%가 폭행을 경험했으며 39.1%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한다. 때문에 현재 학회에서는 폭력 사례를 수집하는 등 대응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

대국민 홍보도 중요하다. 국민들이 응급실에서 진료를 보는 대부분의 의사들을 레지던트라고 여기는 데는 학회의 책임도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올해부터 ‘응급실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진료한다’는 인식을 심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19년, 응급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해”
1989년 문을 연 대한응급의학회에게 2019년은 창립 30주년이자 세계응급의학회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뜻 깊은 해이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9년 아시아 응급의학회(ACEM)와 2012년과 2014년 환태평양 응급의학회(PEMC)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학문적으로 세계 무대의 중심으로 설 수 있었다.

김 회장은 “오는 2019년 세계응급의학회 학술대회는 우리나라 응급의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학문적으로 세계 무대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약 50개국에서 4,000여명의 응급의학의사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능한 빨리 조직위원회를 구성해 준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Mini Interview>

대한응급의학회 17대 김준식 신임 회장
“요양병원 수가 인정 필요”

▲ 김준식 신임 회장(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Q. 간단한 취임 소감 부탁드립니다.
의료 현실이 힘든 상황에서 대한응급의학회의 회장직을 맡게 되어 대단히 어깨가 무겁지만, 책임감을 느끼면서 일을 해 나가려고 합니다.
17대 회장직을 시작하면서 1989년 창립 이후 16분의 전임 회장님들과 회장단, 그리고 이사장님들과 이사진들께서 이루어 놓으신 업적에 누가 되지 않도록 낮은 자세로 임하고 싶습니다. 특히 부회장님과 마음을 열고 의견을 나누며, 이강현 이사장님을 비롯 이사 임원진들과 힘을 합쳐 대한응급학회의 발전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현재 학회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사항들은.
제 임기 동안 그동안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많은 부분에서 개선되어왔던 현안에 대해 논의해나가려고 합니다.
응급의료체계 개선이나 응급의료수가 현실화, 응급의료기금의 지속, 응급센터 혹은 응급실에서의 폭력예방 및 응급실 진료 환경 개선, 심폐소생술 및 응급처치에 대한 대국민 홍보 와 교육, 재해재난 시의 응급의학회의 역할 확대, 국제학술대회 개최와 학회지 조기 SCI 진입 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Q. 가장 중점을 둘 회무가 있다면.
요양병원의 수가를 인정해주는 진료과에 응급의학과가 추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내과, 외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만 수가가 인정되고 있는데 사실 우리 병원(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응급실에도 요양병원에서 긴급 이송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누군가는 밥그릇을 찾으려 한다고 비난할 수 있지만, 진정 환자 입장에서 불필요한 이동을 줄이고 안전을 확보하려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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