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인증제로 질 관리하고 의사회와 소통에 주력
교육은 가이드라인 제정, 인식 개선은 책자 발간 많아

모든 의학회는 평생 공부해야 하는 숙명을 가진 의사들이 새로운 정보를 배우고 그들의 고충과 보람을 나누는 자리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회원 확충과 대국민 홍보 등의 본연적인 고민부터 조직 내부의 권력싸움이나 의사회와의 갈등, 비급여 강좌 쏠림 현상 등 다양한 문제들이 남아있다.

기자가 학회탐방 코너를 취재하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다른 학회는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가”이다.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다른 학회의 해결책을 듣고 싶어 하는 집행부들의 바람인 셈이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2014년 본지에서 만나본 의학회를 정리하고 그들의 고민과 해결책을 생생하게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전공의 미달로 사상 최악의 위기
2014년 본지의 ‘학회탐방’ 코너에서는 총 22개 의학회를 만났다.

그 첫 포문을 연 것이 비뇨기과학회이다. 대한민국 광복과 함께 설립되어 67년이라는 역사를 함께 하며 현재 2843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지만, 비뇨기과학회는 현재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전공의 미달로 갈수록 학회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 비뇨기과학회는 얼마 전 전공의를 50% 감축하고 이 원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병원신임위원회를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역시 같은 문제에 직면해있다. 전공의 지원 기피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다가오는 2020년에는 신규인력 공급이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분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흉부외과학회는 ‘흉부외과 1차진료연구회’ 구성 등 의사회와 연계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회원 교육 통한 진료 업그레이드
대한노인병학회의 고민은 만성질환에 대한 전문지식 함양이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외래와 입원환자의 급성질환뿐 아니라 요양원에서의 환자 진료까지 다양한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 본지와의 인터뷰 당시 유준현 이사장은 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의사들을 모아 교육하는 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한모발이식학회 역시 모발이식에 관한 검증된 정보를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정재헌 회장은 “모발이식이 여러 형태의 입증되지 않은 방법들이 신기술인 것처럼 잘못 알려지고 있는 경우 등이 있다”고 인정하고 기술적인 면과 윤리적인 면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대안을 구상 중이라고 전했다.

대한아토피피부염학회는 이미 국내 최초로 ‘한국인의 아토피 피부염 진단 및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그동안 통일되지 않았던 아토피 피부염의 진단 및 치료의 지침을 세웠다. 2005년 발표된 이 가이드라인은 올해 박천욱 집행부가 2차 개정안을 발표함으로써 최신 치료 가이드라인으로 각광받고 있다.

소책자, SNS로 대국민 인식 제고
대국민 인식개선은 모든 학회의 고민이다. 특히 두통이나 탈모, 여드름 등 질환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만연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두통학회 김재문 회장은 “국내에서는 ‘두통을 치료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다”며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횟수나 아픈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학회 차원에서 이를 알리기 위해 책자와 지침서, 대중강연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탈모치료학회 강진수 회장 역시 “현재 10회에 걸쳐 ‘털나라 탈모백과’라는 소책자를 발간해 배포하고 있으며 탈모에 관한 의학적인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탈모예방과 치료 가이드’를 발간해 서점에서 판매 하고 있다”며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아직 생소한 대한기능의학회도 대국민강좌와 공청회로 국민들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연구 활동, 예산 확보에 ‘한숨’
진료의 질 관리도 학회의 몫이다. 대한피부과학회는 불법진료추방을 올해 중점회무로 정하고 한의사와 피부미용사, 치과의사의 불법진료에 대한 고소·고발 건에 대한 처리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2012년 6월부터 ‘우수내시경실 인증제’를 시행하하면서 국가암조기검진사업의 내시경 질 평가 외에 학회 내부적으로 질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진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연구에 주력하는 학회도 있다. 대한치매학회는 국내 모든 치매 관련 데이터를 관리하는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 중이다. 김상윤 이사장은 “치매 환자의 혈액 샘플과 뇌조직 등 관련 정보를 입력하면 이를 국가에서 관리하면서 기초 연구자에게 연구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후 의사들에게 제공되어 후속 연구와 임상의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소개하며 “이제 예비연구가 끝난 단계이지만 예산 배정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한여드름학회 서대헌 회장은 “질환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연구 자체가 많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올해 학회 차원에서 한국인 주사 환자에 대한 중증도 분류 시스템, 이에 따른 치료가이드라인의 수립 등을 계획해 추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학회의 중심에는 ‘소통’이 있다
소통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친 학회도 있다. 대한척추외과학회는 30~40명의 이사진 대신 원로들이 주축인 평의원회가 활동하면서 원로들과 젊은 연구자들과의 소통이 문제가 된 경우. 때문에 김기택 회장은 “올해는 평의원회에 개원의와 군의관을 추가하고,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미래기획위원회 설립해 균형을 맞출 것”이라는 계획을 들려줬다.

대한안과학회는 개원의들과의 소통에 주력하는 케이스. 김만수 이사장은 올해 취임 직후 대한안과의사회와 회동을 갖고 최근 발의된 안경사법에 대해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한편 일주일 간격으로 발행되는 ‘EYE Weekly News'를 창간하고 개원의 소식란을 별도로 만들어 모바일로 회원들에게 새로운 소식을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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