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넘은 젊은 학회, 정책 심포지엄 등 아이디어 풍성
질환·학회 알리는데 중점 두고 개원의 끌어안는 회무 펼 것

“우리나라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진단이 캐나다보다 3배 늦습니다. 진단이 지연되면 장애 위험도도 커지죠. 올바른 치료를 위해 초기부터 정확한 진단이 중요합니다.”

지난 10월 14일 대한류마티스학회 고은미 이사장(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류마티스내과)은 대한류마티스학회 골드링캠페인의 일환인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녀는 이어 “하지만 현재 항CCP검사와 MRI검사 등이 보험 급여가 되지 않아 환자들이 검사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의 장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를 위해 류마티스학회가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조기 진단 위한 검사의 급여 적용 중점
이처럼 대한류마티스학회가 현재 주력하고 있는 정책 개선 사업은 류마티스관절염 진단에 있어 항CCP항체와 MRI 검사에 대한 급여 적용이다. 류마티스학회가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비용 부담 때문에 조기 진단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

류마티스학회 심승철 홍보이사(충남의대 충남대병원 류마티스내과)는 “젊은 연령층의 환자는 나이가 많은 연령에 비해 관절염에 대한 지식이나 경각심이 부족하여 진단 지연 현상이 더 심하고, 적극적인 사회 활동이 많은 시기이기 때문에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사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며 “진단 지연은 과거에 항CCP항체나 MRI 등 진단에 도움이 되는 검사가 시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류마티스 인자가 음성이고 임상 양상이 전형적이지 않을 경우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류마티스관절염 임상연구센터 배상철 한양대 교수는 “‘KORONA(Korea Observational Study Network for Arthritis)’ 코호트 연구 결과 류마티스 음성 환자는 23.2개월, 양성 환자는 19.9개월로 진단 지연 기간이 더 길었다.”고 발표했다. 항CCP항체 검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환자들의 경우 진단이 약4개월 정도 앞당겨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류마티스학회 고은미 이사장은 “류마티스 관절염은 통증에서 시작해 변형과 나중에는 과절 파괴로 이어지면 다양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만큼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며 “항CCP 검사와 MRI 검사에 보험 급여 적용을 통해 환자의 장애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0년 개정된 류마티스 관절염 가이드라인>

- 2010년 ACR(미국류마티스학회)과 EULAR(유럽류마티스학회)가 발표한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1)관절염을 진단할 때 류마티스 전문의의 진찰을 통해 퇴행성, 루푸스, 건선, 통풍 관절염을 감별 진단해야 하고 2)류마티스인자(RF)와 함께 항CCP항체 검사를 하는 것이 진단적 가치가 높으며 3)관절염은 MRI 검사와 같은 영상의학 검사를 통해서 활막염을 확인해야 한다 4)점수 체계를 도입하여 10점 만점에 6점 이상인 경우에 진단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 MRI는 단순 방사선 검사에 비해 민감도 및 정확도를 향상시키고 예후 및 치료 종료 후에 재발을 예측하는데 유용하다. 또한 활막염을 확인함으로써 류마티스관절염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고 임상적으로 치료가 잘 되었는지도 확인 가능하다.

* 항CCP 항체는 류마티스인자와 민감도가 비슷하고 류마티스인자 보다 질환에 대한 특이도가 높다. 또한 항CCP검사를 같이 하는 것이 조기진단의 가치가 있다. 특히 류마티스인자가 음성환자인 경우에서 34.5%가 항CCP항체 양성을 보이기도 하는 등 RA에 대한 특이도가 매우 높다.


‘역사는 짧지만 세계적 위상 높아’
이처럼 정책 개선과 대국민 홍보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펴고 있는 대한류마티스학회의 출범은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문식 초대 회장을 비롯해 국립의료원 내 스칸디나비아 클럽의 정형외과, 내과, 소아과 의사들은 발기인 모임을  갖고 그해 아시아태평양지역 국제류마티스학회(당시 SEAPAL, 현 Asian Pacific League Against Rheumatism Congress, 이후 APLAR Congress)에 학회 설립을 통보하고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창립총회는 1981년 11월 30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개최되었으며 2000년 대한의학회 제10차 이사회에서 정회원으로 인준 받았고, 같은 해 대한의사협회 정회원으로 승인을 받았다.

창립총회 이후 대내적으로는 춘계(5월) 및 추계(11월) 두 차례에 걸쳐 정기적으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2006년 5월 20일 제1차 국제심포지움을 개최한 이후 꾸준하게 국제 심포지엄 역시 개최 해 오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약 두 차례에 걸쳐 1990년 서울 에서 제1차 APLAR Congress(약 20여개국 400여명 참석), 2004년 9월 제주에서 제11차 APLAR Congress(약 40개국 1400여명 참석)를 개최했고 1997년 제1차 한일류마티스학회(Korea Japan Combined Meeting on Rheumatology, 이후 KJCMR)와 제5차 KJCMR까지 약 5차례에 걸쳐 한일 간의 학술교류를 증진시키는 대회를 열었다. 이후 한일류마티스학회는 동아시아류마티스학회(East Asia Group of Rheumatology Meeting, 이후 EAGOR meeting)로 발전되었으며 2007년 서울에서 개최 후 2년에 한번 씩 한, 중, 일에서 열리고 있다.

정책 심포지엄 통한 제도 개선에 주력
사실 류마티스질환이라고 하면 류마티스 관절염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자가면역에 의한 발병 여부에 따라 류마티스 관절염, 전신홍반 루푸스(전신성홍반성낭창), 강직성 척추염, 베체트병과 같이 자가면역 기전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과 골관절염, 통풍, 골다공증 같이 자가면역 기전과는 상관없이 관절이나 뼈에 이상이 발생하는 질환을 말한다.

때문에 현재 류마티스학회에는 70%의 내과 전문의 외에도 정형외과와 재활의학과 그 외 12개 학과 전문의가 참여하고 있다. 창립 초기 69명의 회원들도 현재는 725명으로 늘어난 상태. 대학병원 교수가 50%, 개원의가 35%, 종합병원 의사가 13% 정도를 차지한다.

고은미 이사장 집행부는 올해 5월에 출범했다. 임기는 2년. 앞서 시작된 골드링 캠페인과 정책심포지엄 등 기존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류마티스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와 정책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골드링 2003년 시작된 ‘류마티스 관절염 희망 123캠페인’과 ‘여류(女Rhue)사랑 캠페인’의 통합된 형태이다. 2011년 학회 창립 30주년을 맞아 두 캠페인을 통합해 건강강좌와 교육을 통한 치료 방법 알리기, 정책 심포지엄 등을 함께 진행한다.

심승철 홍보이사는 “초기에는 사진전 등 감성적인 접근에 주력했다면 최근에는 정부 관계자와 환우회, 언론 관계자가 모여 정책심포지엄을 시작했고 전국 규모의 건강강좌를 열고 있다”며 “생물학제제 급여 기간 철폐와 희귀난치성 질환 산정 특례 적용, 질병활성도평가 도입으로 인한 급여 기준 변경도 이런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회원들이 가장 큰 자산’
올해 초 발간된 한글판 류마티스학 교과서는 류마티스학회의 특장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전국의 조교수 이상 100여명이 넘게 참여한 이 교과서는 다른 어떤 학회보다 적극적인 참여 속에 빠르게 제작됐다.

고은미 이사장은 “그만큼 류마티스학회 회원들은 생각이 젊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한다”며 “내과계에서 아마 여성이 이사장으로 선출된 학회는 아마 우리 학회뿐일 정도로 오픈 마인드”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고 이사장은 “학회에서 어떤 사업을 하든지 회원들이 가장 큰 자산이자 힘이 되어주고 있다”며 “학회 중에서 가장 초심을 잃지 않는 학회”라고 자랑스럽게 덧붙였다.

<인터뷰> ‘어머니의 리더십으로 사회 설득하겠다’대한류마티스학회 고은미 이사장
Q. 올해 5월 취임했다. 어떤 각오로 일하고 있나.
사실 전임 유대현 이사장님이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셨다. 학회가 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주셔서 처음에는 이것만 잘 따라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었다(웃음).

하지만 금년 6월 선택진료비가 개편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제일 큰 걱정은 수입보다 전공의다. 작년에 원격진료 얘기가 나오면서 전공의들이 줄기 시작했는데 선택진료비 개편으로 큰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사실 내과가 줄어들면 류마티스 내과는 타격이 더 크다. 이제 겨우 자리를 잡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되면 류마티스 내과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대책을 세우는데 골몰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바이오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 대부분 류마티스 질환 치료제이다. 류마티스 내과가 줄어들면 국가적 손해도 클 것이라고 본다. 단순히 수입의 문제라기보다는 우리나라 의료의 왜곡을 초래할 것이다.

Q. 임기 동안 어떤 회무에 집중할 계획인가.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사회를 설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막상 선택진료비 개선 발표가 났는데 당장 물어볼 곳이 없더라. 그때부터 접촉을 시작했는데 그분들은 그분들 나름대로 로직을 갖고 있었고, 다만 우리가 힘들어 하는 부분이 어디인지 알지 못했던 것뿐이었다.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적으로 ‘류마티스 내과’가 어떤 질병을 진료하는 지에 대한 인식도 부족하다. 류마티스 관절염뿐 아니라 통풍과 퇴행성 관절염 역시 우리의 주요 분야다. ‘관절면역내과’로 이름을 바꾸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대국민 홍보가 시급하다.

우리가 그동안 노력을 안했던 것은 아니다. 환자들을 위한 만화책도 만들고 적지만 방송 활동도 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를 알릴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Q. 비즈엠디 메디컬저널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국의 자료를 보면 외래 환자 7명 중 1명은 근골격계 질환일 정도로 흔한 병이다. 하지만 류마티스학이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 때 배울 기회가 없어서 잘 모르고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연수강좌에 자주오시는 분들은 관심을 갖고 봤더니 환자도 많고 재미있다고 이야기한다. 학회를 와서 들어보면 ‘그때 봤던 환자가 이 질환이구나’ 하고 알게 될 것이다. 재발성 류마티즘의 경우 관절염 같은데 도깨비처럼 있다가 없어지고, 베체트병도 증상만 몇 개 알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개원의 연수강좌도 따로 마련하고 일 년에 한 번 지방으로도 찾아간다. 올해는 부산이었고 작년에 광주, 재작년에는 대전을 방문했다. 내년에는 대구에서 열 예정이다.

지금 학회의 분위기처럼 ‘어머니의 리더십’으로 다양한 전문의들이 참여할 수 있는 학회를 만들겠다. 기대해 달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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