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안암병원 무수혈센터, ‘최소수혈 수술’ 확산 롤 모델 
‘수혈은 신중해야’, 심평원 수혈 적정성 평가사업 내년 실시
고함량 철분제 등 관련 제품 보험급여하면 보험재정도 절감

수술하면 당연히 떠 올리는 것이 팔뚝에 주렁주렁 달린 주사 줄이다.

그 중의 한 줄은 수혈 팩이 달려있다. 그러나 그 수혈에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지 못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박종훈 원장은 ‘최소수혈 수술’을 주창하는 전도사로 의료계에 잘 알려져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은 2018년도 11월 ‘무수혈센터’를 설립하고 21명의 의료진이 최소수혈 수술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큰 수술을 할 때는 당연히 수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왜 ‘무수혈’ 또는 ‘최소수혈’ 수술을 주장하시는지요?
예전부터 빈혈이 있으면 수술 성적이 나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수술 후 감염이나 합병증에 의한 사망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빈혈을 교정해기 위해 수혈을 한 것이죠. 

그런데 그 빈혈을 수혈로 교정하면 오히려 교정하지 않을 때보다도 더 나빠진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수혈을 통해서 면역체계에 상당한 교란이 온 거예요. 남의 피 때문에 실질적으로 수술 후 사용되어야 할 면역 능력이 더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행히 지난 수십 년 동안 연구에 의해 상당부분이 약제도 개발되고, 치료 프로그램도 좋아져 거의 수혈을 안 하고도 훌륭하게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고대 안암병원이 ‘무수혈센터’를 설립하게 된 것이군요.
네 그렇습니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수혈 수술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없고, 잘 모르고, 과거의 방식대로 그대로 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제가 2013년부터 열심히 그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무수혈센터를 설립한 것입니다.

센터 이름이 ‘무수혈센터’지만 병원이 지향하는 것은 최소수혈이고, 여호와의 증인 등 특수한 경우에만 무수혈을 하는 거죠.

5년 정도 정형외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병원 전체에 최소수혈 수술을 하기 위해 센터를 만들고, 병원 전체의 프로그램으로 확산하는 것입니다. 

현재 안암병원에서 실시하는 최소수혈 수술 시스템은 어떤 것입니까?
수술 전에는 먼저 빈혈을 일으키는 질환 검사를 한 후 치료를 하고, 빈혈 교정을 위해 조혈제, 철분제, 비타민, 엽산 등을 투여하며, 또 자가 혈액을 채취하여 필요 시 활용합니다. 

수술 중에는 최소 침습, 최소 절개를 하고, PVC 필름이나 기온패드 등으로 체온을 유지하며, 자가수혈기(셀세이버)을 활용하거나 국소 지혈제를 사용합니다. 

수술 후에도 혈액검사 빈도 및 채혈량을 최소화하고, 빈혈 정도에 따라 조혈제, 고함량 철분제를 투여하며, 수액 산소 공급 등 환자 회복을 위한 맞춤형 처치를 하고 있습니다. 

무수혈 수술에 대해 어떤 통계가 있습니까?
우리 병원은 2013년부터 정형외과에서 최소수혈 방법을 도입했습니다.

그랬더니 정형외과 수혈 량이 연인원 만 명 당 2012년에 157.5개에서, 지금은 76.4개로 6년 사이에 절반 가까이 줄었죠.

우리 병원의 전체의 수혈 량도 2012년에 비해 12.%정도가 줄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영향이 정형외과에서 나타난 거죠. 

최소수혈 수술을 병원 전체에 보급하고 나가서, 우리나라 전체가 최소수혈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큰일을 하시는군요.
우리가 이렇게 하고 있는 사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각 병원에 수혈의 적정성 평가를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를 했어요.

올해는 예비평가, 즉 타당성 조사를 하고, 그것에 따라서 내년이나 그 다음해 시행을 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우리 병원에서 하는 이 방식이 우리나라 전체 병원에 롤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병원 전체가 최소수혈 수술을 하겠다는 병원은 우리가 처음이거든요. 어느 병원이든 간에 무수혈센터는 있지만 그것은 병원 전체가 아니라 여호와의 증인 등 특수한 경우를 위한 것이었으므로 심평원이 그것을 하겠다고 하면 저희 병원이 모델이 될 것입니다. 

수혈수술의 부작용이나 나쁜 사례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정형외과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사례는 수술하고 난 다음에 수술부위의 감염입니다. 수혈을 하면 감염률이 두 배 이상 높아지는 것입니다. 인공관절이나 척추수술을 하고 감염이 되면 아주 끝장이 나는 겁니다. 거의 재앙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정형외과 의사들이 제일 신경 쓰는 게 어떻게든 수술 부위의 감염을 억제하려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수술부위 감염의 강력한 요인이 바로 수혈이에요.

수혈을 안 함으로써 우리는 수술부위 감염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죠. 실제로 2013년부터 지금까지 제가 했던 수술환자가 감염된 사례는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최소수혈 수술을 하면 환자의 삶의 질도 좋아지지만, 의료비절감도 될 수 있겠네요?
환자 개개인으로 보면 아직까지는 수혈하는 게 더 쌉니다. 

왜냐하면 최소수혈 수술에 들어가는 약제나 나머지 내용들이 아직까지 비급여로 되어 있거든요. 그러나 외국의 통계에서 보면 합병증이 생겨서 추가로 들어가는 금액을 따지면 최소수혈이 엄청나게 경제적입니다.

그러니까 정부가 최소수혈 수술을 해보고 난 다음에, 아 이게 정말 의미가 있구나 하고 사용되는 약제나 이런 것을 급여화 한다면 보험재정이 엄청나게 절감이 될 거예요.

외국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유럽과 미국은 최소수혈 수술이 국가 정책입니다. 물론 선진국이라고 해서 모든 의사가 다 무수혈 수술을 원칙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볼 수는 없지만, 많이 바뀐 것은 사실입니다. 미국의 주요 병원들은 거의 다 이 시스템을 도입했어요. 

최소 수혈 수술을 할 때 사용되는 대체 약품들은 잘 공급이 됩니까?
제일 중요한 것은 사실 약품보다는 수혈을 언제 해야 되느냐 하는 수혈의 가이드라인이 있거든요. 수혈의 가이드라인을 명심하고 있는 게 제일 중요하고요, 두 번째는 수혈을 안 하고 빠른 시간 내에 환자를 회복하게 할 수 있는 고함량 철분제라든지, 또는 적절한 수액, 치료제, 그리고 출혈을 줄일 수 있는 약제, 그런 것 들을 잘 사용해야죠.

수혈 가이드라인은 이미 다 공지가 된 것이지요?
이미 십 수 년 전부터 제정되어 있고, 내용도 선진국 수준입니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지키는지, 안 지키는지 따져 본 사람이 없죠. 정부도 안 봤고, 의사들도 안 봤죠.

고함량 철분제나 수액제가 국내 생산이 되고 있나요?
대부분의 약제들이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입니다. 
아직까지 그쪽 약들이 대부분 특허에 묶여 있어요. 조만간 풀리긴 할 텐데, 그래서 국내 생산을 아직까지 못하고 있어요. 

앞으로 관련제품의 시장 규모는 어떻습니까?
외국의 경우 큰 시장이죠. 우리나라는 수혈을 안해야겠다는 마인드가 확산되어 있지 않아 아직은 시장이 크지는 않아요. 이제 심평원이 수혈의 적정성 평가를 한다고 하니 이 시장도 커질 것입니다. 

최소수혈 수술을 확산하려면 홍보나 캠페인 같은 적극적인 운동이 필요하지 않을 까요?
중요한 것은 의사들의 태도가 변해야 해요. 의사들 스스로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죠. 누굴 위해서, 바로 환자를 위해서죠.

또 하나는 수혈 치료를 그렇게 막하는 게 아니라 신중해야 된다는 것을 잘 인지해야 되겠죠. 이것을 캠페인 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한이 많아요. 일단 혈액원에서 싫어합니다. 

우리나라가 헌혈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은데요?
우리나라가 혈액이 부족한 국가니까, 이렇게 해서 부족한 것을 해결하는 게 참 좋다고 생각하는데, 일부에서는 자칫 그런 얘기를 하면 헌혈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입니다. 물론 수혈이 필요한 때도 있어요. 과다 출혈이라든가, 그런 땐 당연히 수혈을 해야죠.

제가 지금 예기하는 것은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굳이 수혈 수술을 하는 것은 삼가야 된다는 것이지, 환자의 생명이 오락가락 하는데 수혈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거든요. 수혈은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또 헌혈은 매우 소중한 행위죠. 헌혈은 소중한 거고, 수혈은 신중해야 한다는 거지 헌혈이 의미가 없다는 얘기가 아닌데, 자꾸 오해를 하는 부분이 있어요.

환자의 접촉이 많은 약사나 약업계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는 말씀을 해주신다면?
약사님들도 의료인이니까, 수혈은 가급적 줄여야 한다는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환자가 와서 물어볼 때 잘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건 좀 다른 얘기입니다만 얼마 전에 안암병원이 성북구약사회와 간담회를 가지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참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번 간담회는 이 지역을 중심으로 있는 병원으로서 약사님들이 일하시는데 애로사항이 뭔지, 개선할 것이 뭔지를 들어보고 서로 협력하려는 것이었어요. 

일본에서는 병원에서 주변 약국에 대한 교육, 특히 의사의 처방의도를 이해하여 복약지도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세미나가 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성북구약사회와 조인해서 실무적으로 상의하여 세미나 같은 것을 하도록 꼭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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