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가 과징금 62억원을 부과한 공정위의 심결에 서울고등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히면서, 공정위와 지멘스의 줄다리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멘스, 지멘스헬스케어, 지멘스헬시니어스(이하 지멘스)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62억원을 부과했다. 의료기기인 CT, MRI 장비 유지보수시장에서 중소사업자를 배제하고 독점했다는 이유이다.

공정위는 CT, MRI 업계 1위인 지멘스가 자산의 의료기기를 구매한 병원이 다른 ISO(장비를 제조, 판매하지 않고 유지보수만 제공하는 독립유지보수 사업자)와 거래하는지 여부에 따라 장비 안전관리 및 유지 보수에 필요한 서비스키 발급 조건을 차별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키에 대한 가격과 기능, 발급에 소용되는 기간을 불리하게 적용한 것이다. 즉, 자사에서 의료기기를 구매하고 다른 회사에서 유지보수를 할 경우, 이에 대한 패널티를 적용한 셈이다.

공정위는 이 사건 행위로 지멘스 CT 및 MRI 시장의 진입 장벽이 강화되고, 실제 4개 ISO 중 2개 사업자가 관련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등 관련 시장의 경쟁이 제한됐다고 판단했다.

더 나아가 서비스키 발급 지연으로 병원이 의료 기기 관련 법령에 따라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안전 검사가 지연되는 상황도 초래됐다.

여기에 지멘스가 병원에 오인 가능성이 높은 공문을 허위로 발송한 행위도 적발됐다.

▲ 지멘스가 병원에 발송한 공문 세부내용 및 오인된 정보/ 자료 제공= 공정거래위원회

지멘스가 2014년 12월, 2015년 5월 2차례 병원에 공문을 발송하여 ISO와 거래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안전 업데이트 및 저작권 침해 문제를 실제보다 현저히 과장한 것.

CT, MRI의 안전 관련 업데이트는 의료 기기 법령에 따라 제조 · 수입사인 지멘스가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사항임에도, ISO서비스 이용 시 안전 업데이트 미시행에 따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오인 가능성 높은 정보를 전달했다.

또한 서비스 소프트웨어 사용없이 가능한 유지 보수 작업이 상당수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ISO의 유지 보수 서비스가 필연적으로 자사 서비스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과장된 내용도 기재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지멘스 CT, MRI 장비의 소유권자인 병원이 자기 장비의 유지 보수를 위해 필수적인 서비스 소프트웨어 접근 권한을 요청할 경우, 24시간 이내 최소 행정 비용으로 이를 제공하도록 하고 ▲해당 공정위 조치 내용을 지멘스 CT, MRI를 보유한 병원에 통지하도록 하여, 이 사건 적극적 시정조치의 내용을 병원이 인지하고 장비 유지 보수 과정에 활용할 것과 더불어 ▲과징금 약 62억 원(잠정 금액) 부과도 결정했다.

지멘스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공정위가 발표한 지멘스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등에 대한 심의 결과에 대하여 사실과 일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인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공정거래법을 잘못 적용한 결정으로 수용할 수 없으며, 심의 결정에 대하여 공정위 의결서를 수령하고 내용을 자세히 검토한 후 서울고등법원에 행정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멘스는 의료장비 유지보수 서비스의 주된 상품인 CT 및 MRI 판매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술 선도기업들과 치열한 가격 및 혁신 경쟁을 하고 있어 고객들이 다양한 회사를 선택할 수 있는 만큼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멘스 헬스케어 그룹은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유지보수 소프트웨어 ‘유상’ 라이선스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한국에서 일반 상관례에 어긋나게 중소규모 유지보수업체를 차별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정위가 유지보수 소프트웨어를 무상 제공하라고 명령한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결정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지멘스 헬시니어스㈜ 관계자는 “헌법에 근거해 모든 재산권은 그 정당한 보상이 보장되어야 하고, 특히 의료장비 유지보수 서비스 소프트웨어는 저작권법에 의해 지식재산권으로 인정되고 있다. 공정위 역시 공정거래법에 기초한 심사지침을 제정해 지식재산권자에게 라이선스의 대가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어 이번 심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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