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재활용하고 중고장터 뒤져 예산 절반 줄여
영유아 많아 동화나라 컨셉, 창고없이 수납도 척척

디자인을 전공한 약사의 약국은 어떤 모습일까?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안데르센 약국의 박지숙 약사는 연세대학교 실내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3년 뒤 동덕여대 약대에 다시 입학해 2015년 안데르센약국을 열었다. 같은 건물에 유치원과 가정의학과가 있어 영유아 환자와 노인 환자가 주로 찾는 이곳에는 디자인 전공자만의 센스와 약사로서의 배려가 곳곳에 눈에 띈다.

약국 체인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의 손길을 빌리지 않고, 가구 하나하나 직접 손품을 팔았다는 박 약사.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낸 안데르센 약국을 들여다보자.

직접 나서 동선 효율화하고 가격도 절반으로
안데르센약국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맞은편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해 있다. 5층 건물의 1층을 사용하는데, 같은 건물에 유치원과 실내 놀이터, 수영장 등이 있어 영유아를 대동한 젊은 엄마들의 방문이 잦다. 약국 인수 당시 ‘안데르센 약국’으로 상호를 정하고, 아이들 취향에 맞게 인테리어를 구상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우드와 조명을 이용해 따뜻한 분위기의 약국 간판을 제작하고, 건물 내부로 연결된 입구에 캐릭터를 활용한 시트지를 붙여 아이들의 눈길을 끌도록 했다. 일반의약품 진열장과 투약대 안쪽 진열대 역시 박 약사의 두 아들이 어릴 때 사용했던 가구를 재활용해 전체적으로 포근한 느낌이 들도록 했고, 퀼트 패브릭 쇼파가 놓인 대기석과 친환경 우드 벽지, 창문쪽의 레일 조명, 투약대 위의 십자가 조명 모두 박 약사가 직접 발품을 팔아 들여놨다.

특히 진열장의 경우 13개를 들여놓는데 인테리어 회사에서는 130만원의 견적을 받았지만, 실제로 박 약사가 투자한 금액은 50만원 안팎.

박 약사는 “꽤 비싸게 주고 산 원목가구가 아이들이 커서 쓸모가 없어졌었는데, 일부를 들여와 진열장으로 쓰고, 시간날 때마다 인터넷 중고장터에서 손품을 팔아 같은 디자인의 진열장을 구입해 지금의 모습을 완성하게 됐다.”며 “약국체인에 의뢰한 것보다 훨씬 싸기도 하지만, 나중에 약국을 옮길 때도 제가 인테리어 한 것을 들고갈 수 있는데다, 약사와 환자의 동선을 고려해 직접 배치할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빌트인, 개폐 가능 가구로 수납도 100점
아기자기한 분위기 외에 디자인 전공자의 실력은 ‘수납’과 ‘동선’ 등 효율적인 면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안데르센약국은 실평수 16평이지만 창고가 별도로 없는 상황. 박 약사는 진열장 상단과 하단의 서랍과 개폐가 가능한 쇼파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카운터 안쪽에 이중장을 설치, 소량씩만 주문하면서 재고를 최소화하고 있다.

조제실 역시 박 약사의 키에 맞게 테이블을 낮게 제작하고, 식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단의 진열장은 바퀴를 달아 완전히 밖으로 분리되게 제작해 공간의 효율성을 높였다.

또 인테리어 회사에서 견적을 낼 때 획일적이었던 공간의 배치도, 박 약사가 직접 나서 투약대 중간에 통로를 만들어 한쪽에서는 수납을, 다른 한쪽에서는 복약지도를 하는 식으로 다양화했다. 조제실의 벽을 낮춰 안이 들여다보일 수 있도록 하고 바깥쪽에 진열을 할 수 있도록 수납장을 빌트인한 것도 박 약사의 아이디어이다.
그는 “융복합이 대세인 시대에 유독 약국만 약사 위주의 인테리어 혹은 노후된 인테리어로 소비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에는 전공을 살려 약국과 카페 혹은 네일샵을 함께 운영해 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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