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씨헬스케어의 정은균 대표

“중소기업의 경영혁신 프로그램은 직원들의 참여도가 낮고 불만이 많기 마련이죠. 하지만 저희는 한 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 생각의 주파수를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기에 밀어 붙였습니다. 7년이 지난 지금, 무엇보다 직원들과 하나의 비전을 공유하게 됐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의약품 종합유통 물류기업 제이씨헬스케어의 정은균 대표는 지난 2010년부터 7년째 독서토론을 이어오고 있다. 매달 한권씩 책을 읽고 전 직원이 모여 팀별로 토론을 하는 식이다.

처음 도입 때만 해도 사직(辭職)까지 고려하는 직원이 있을 만큼 반발감이 심했지만, 수없는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직원 간 업무 협조는 물론 구체적인 회사의 비전과 직원마다 개인적인 비전을 가지는 수준까지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2010년 이후 현재 매출규모가 4배 정도 성장했는데, 독서토론의 가시적인 효과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성장에 있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수준과 목적에 맞춰 도서를 선정하는 것, CEO의 강한 의지, 그리고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충고했다.

Q. 제이씨헬스케어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주)제이씨헬스케어는 1986년 율전실업(주)으로 태동하여 전문의약품을 요양기관과 약국에 공급하는 의약품 종합유통 물류기업입니다. 최근 국내․외 격변하는 의료시장의 변화에 따라 우수한 인재와 탁월한 영업력으로 인터넷 웹 주문시스템, MSO(Management Service Organization), 제3자 물류, 의약품 물류 위·수탁 등 창조적 변화를 통하여 강소기업으로 혁신과 도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또한 3M 헬스케어 사업부(EO가스멸균기 등)와의 수도권 독점 계약을 통해 멸균 장비 및 소모품 등을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외 수도권 대학병원에 납품하고 있으며 독일 HAWO 및 MEIKO와 국내 총판계약을 체결하여 진취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신뢰경영’을 젊고 유능한 직원 유입으로 미래 비전과 업계 최고 수준의 처우를 통해 ‘일하고 싶은 즐거운 회사’를 만들어 나가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기위해 NGO (사)굿파트너즈를 통하여 국내 불우청소년을 돕고, (사)선양하나를 통해서는 북한 척추뇌성마비환자 어린이를 돕는데 동참하고 있습니다.

Q. 2010년 독서토론을 시작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경영혁신 프로그램은 직원들의 참여도가 낮고 불만이 많아, 중소기업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인 것이 사실입니다. 제이씨헬스케어의 경우 정상욱 회장님이 2007년 말 사옥을 경기도 안산으로 이전하면서 처음 그 필요성을 언급하셨죠. 극단적인 표현을 빌자면 직원들에게 반강제적이더라도 책을 읽히고 싶다는 것이었죠.

사내에서 한 권의 책을 같이 읽고 토론하는 것은 우리들의 생각의 주파수를 맞춰가는 과정이요, 가장 중요한 공감과 소통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같은 것을 믿는 조직이 가장 ‘강한 조직’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2010년부터 ‘책 읽는 회사가 성공한다’는 원대한 꿈을 꾸며 매월 전 직원이 1권씩 추천도서를 또는 개인적으로 관심과 흥미 있는 책을 읽고 직원 상호간 권하는 방식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현재 독서토론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처음에는 매월 전 직원이 1권씩 추천 도서내 또는 개인적으로 구입한 책을 읽고 직원 상호간 권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고, 직원들 동기부여를 위하여 분기별로 적극적인 우수 직원을 선발, 도서상품권을 부상으로 주었습니다. 

독서 후에는 전 직원이 토론에 참석해 발표를 하도록 했죠. 단, 이유를 불문하고 한 사람도 빠지는 사람이 없도록 한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일과시간 내에서 한 시간 정도를 할애했는데요. 당시는 전 직원이 20명 정도였는데도 토론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거나 진행의 묘를 살리지 못할 경우 1시간을 넘기기 일쑤였습니다.

현재 제이씨헬스케어에는 6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습니다. 시간부족도 문제지만, 발표에 따른 부담감으로 직원들이 흥미를 잃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팀별로 독서토론 방향을 대폭 손질했습니다.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남들 앞에서 발표하는 부담감을 없앴고, 그제야 심층 있는 토론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죠. 팀원들끼리 업무 중에도 친밀도가 높아진 대신 다른 팀원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졌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는 한 팀에서 두 명씩은 다른 팀에 배정해 독서토론을 하도록 하고 있어요. 한명씩 보내면 소외되거나 기죽을 수 있으니까요(웃음). 실제로 업무 협조도 토론 내용과 맞물려 효과적이었습니다.

Q. 사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처음에는 반발이 정말 심했죠. 사직까지 고려한다는 직원이 있어 고민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업무량도 많은데 책까지 읽고 토론을 해야 하니 부담감이 만만치 않았죠.

사실 저 또한 그들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세줄 정도 읽으면 머리가 아프고 눈이 감긴다는 얘기를 토로할 때는 ‘나를 무시하고 우롱하나’ 할 정도였지만, 실제로 토론을 진행해보니  그 직원의 말은 사실이었고 이해하지 못한 내 자신이 창피할 정도였습니다. 오로지 내 기준대로 판단하고 결정했던 모습이 부끄러웠거든요.

토론을 진행하면서 저 스스로도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소통과 공감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직원들끼리의 친밀도는 물론, 업무적인 이해도, 그리고 나이에서 오는 생각의 차이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특히 신입사원들에게는 좋은 직장생활의 길잡이가 되고 있습니다.

Q. 독서토론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사원들 간 소통이 원활해졌다는 것이죠. 사무직원과 물류직원들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오해와 불신이 사라졌고, 서로의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크게 이바지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각 직원들마다 개인적인 비전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독서토론이 시작된 2010년 이후 매출이 4배 정도 성장했는데요. 독서토론의 직접적인 성과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막대한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상황과 여건에 따라서 꾸준히 발전시킬 생각입니다. 사원들이 독서를 습관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Q. 다른 기업에게 원활한 독서경영을 위한 팁을 주자면?
저희도 처음에는 강력한 업무 능력 향상만을 기대했어요. 하지만 직원들의 흥미를 최대한 유발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까지도 말하고 들을 수 있을 만큼 발전하게 됐습니다.

수준과 목적에 맞게 도서를 선정하는 것, CEO의 강한 의지, 그리고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영진이 먼저 재미있게 접근해야 사원들도 따라올 수 있죠.

앞서 기술한 방법이 모두 옳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각 기업들의 환경에 맞게 적용해 모든 기업이 성장·발전해 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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