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건강보장 시행 이후 우리나라의 대표적 사회보장제도로 자리매김한 건강보험제의 성과를 되짚고 국제적 도약을 다짐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사장 성상철, 이하 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김승택, 이하 심사평가원)이 공동 주최한 ‘건강보장 4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이 6월 20일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은 기념사를 통해 “건강보험제도는 1977년 직장인 대상 의료보험으로 출발한 이후 1989년 전 국민 포괄제도로 성장해 40주년을 맞았다. 이는 현장에서 의료인의 노력이 뒷받침 된 결과”라고 전하며 “지난 40주년 동안 건강보험제도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다보험자 체계에서 단일보험자 체계로 조직과 제제를 통합하고 의약분업, 재정위기의 극복과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사회보험 징수통합 등의 사안을 슬기롭게 해결하면서 제도 운영을 더욱 강화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에 비해 아직 부족하지만 국민에게 필요한 의료비 부담이 많은 부분에 집중적으로 급여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 가입자, 공급자, 보험자가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고 서로 머리를 맞댄 것이 건강보험 발전에 도움이 되었다.”고 전하며 “비급여 문제가 아직 남아있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더욱 형평성 있게 개선하고 건강보험의 보장과 관리범위에서 벗어나 있던 비급여 중 의학적 타당성이 있는 모든 의료를 급여화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권 차관은 “정부는 동네의원 중심의 만성질환 관리체계를 정착시키는 등 일차의료의 기능을 강화하고 대학병원과 병원, 의원이 각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의료전달 체계 개선을 병행할 것이다. 또한 보편적 건강보장에도 관심을 갖고 건보제도의 내실과 효율성을 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성상철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보편적 건강보장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2015년 UN에서 합의한 SDBs의 세부과제로 선정된 바 있다”며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단일보험자인 공단과 심평원의 역할은 매우 막중하다. 더 나은 제도를 위해 국내외 전문가뿐 아니라 국제 사회와의 협력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승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은 “심평원과 건보공단은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 및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중추적 역할로 소임을 다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건강보험제는 보편적 건강보장을 실현하기 위한 많은 국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심평원은 전문 의학지식과 첨단 ICT 기술이 결합된 세계에서 보기 드문 보건의료 관리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구축해 운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건강보험 관리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 원장은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추구하고, 보장성 확대, 비급여 의료비의 관리 등 노력하고 개선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세계의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어 남은 과제들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문옥륜 前 서울대 보건대학원장

이날 심포지엄에서 문옥륜 前 서울대 보건대학원장은 ‘한국 건강보험 40주년 그리고 글로벌 리더의 길’이라는 기조연설을 통해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전국민 건강보험제도가 자리매김한 것은 의료기관 당연지정제, 저수가, 낮은 보험료와 국고지원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문 전 원장은 한국의 건강보험의 성과와 과제를 분석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문 전 원장은 “먼저 보편적 사회의료보험제도를 최단기간에 이루고 한국인에게 권리로서 보건의료서비스를 보장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점은 건강보험 도입에 따른 성과다. 또한  단일보험자로의 통합,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채택, 저수가 정책의 일관된 추진 역시 건강보험의 발전을 도운 성과”라고 설명했다.

단일보험자 통합을 통해 위험분산을 극대화하고 보험제도 운영의 효율성을 꾀할 수 있었으며 강제지정제 도입 또한 한국 의료보험의 급격한 확장을 뒷받침하는 의료공급의 주요한 정책수단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한 문 전 원장은 “저수가 덕분에 건강보험제도는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다. 또한 지역 가입자에 대해 건보를 부과하기 상당히 어려운데, 우리나라는 지역가입자의 자동차 등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등 획기적 방식을 적용했다.”고 말하며 “반면 보험의료계의 에너지를 의료보험제도의 발전에 집중하기보다는 수가인상 투쟁과 비급여 항목의 개발에 열중하게 하는 역효과를 초래하기도 했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편 문 전 원장은 낮은 보장성, 불공평한 건보 재정의 취약성 등이 건강보험이 가지는 과제라고 말했다.

문 전 원장은 “건강보험률 정체로 인해 국민부담 의료비가 여전히 높고 이는 민간의료보험의 활성화, 비급여 확대, 재난적 의료비 지출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 건강보험제도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현재 최고의 건강보험제도를 가진 대만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대만의 총액계약제를 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한국 의사들의 반대로 총액계약제를 시도조차 못하는 점을 지적했다.

문 전 원장은 효율적인 건강보험제도로 거듭나기 위해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어 “건보공단과 심평원이 가진 빅데이터를 통합관리, 제도 운영을 효율화함으로써 보건의료분야의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빅데이터를 이용해 의료자원의 생산과 유통, 배분에 있어서 유용한 조정 장치를 마련해 다가올 저출산, 고령화 사회, 건강보험 재정 적자 상태를 대비하자”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제 중부담·중수가·고급여의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의 천담의술과 정보통신기술을 규제완화정책에 잘 연결해주면 중부담·중수가·고급여라는 꽃을 피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는 600여명의 건강보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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