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동기들과 환자 임상 사진 실은 ‘내과 임상 로드맵' 발간
학회 시스템 iKooB conference 개발해 국내외 학회 제약회사 공급
환자교육, 치매관리, 스트레스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iKooB 적용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에서 왜 표범이 킬리만자로를 오르는지 그 이유를 아는가?
표범은 썩은 고기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와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산을 오르는 것이다. 나는 킬리만자로를 오르는 표범과 같은 삶을 살겠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겠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아니다. iKooB을 통해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뭉쳐 지식을 나누고, 그것이 한 권이라도 책으로 나온다면나는 그것을 성공이라 생각한다. 그것을 증명을 하는 것이 내가 앞으로 갈 길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조재형 교수는 의사로서 적당한 삶 대신에 끊임없이 탐구하고 도전하는 정신으로 어플리케이션 개발 회사 iKooB을 설립하여 CEO의 길을 걷고 있다.

노트를 기반으로 책을 만드는 어플리케이션 iKooB은 사용자가 주제를 정하고 참여자들이 정보를 추가하면서 한 장의 노트가 책이 되는 형식이다.

조 교수는 “보통사람의 경험이나 지식이 모여서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iKooB 플랫폼을 구상하게 됐다.”며 “개인적이고 단편적인 생각이지만, 하나의 플랫폼에 모이면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지식이 될 것”이라고 iKooB 개발의 배경을 자신감 있게 설명했다. 
 
‘내 것을 내놓음으로 모두가 좋아 진다’는 철학

조재형 교수는 여러 명이 모여 하나의 지식을 만든다는 iKooB의 철학을 92년 ‘골학’ 공부 시절의 교훈에서 얻었다고 한다. ‘골학’ 공부 당시 동기 한 명이 보던 뼈를 가방에 넣자, 당시 과대표였던 조 교수는 ‘왜 가방에 뼈를 넣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동기생은 ‘이건 동문회 뼈라서 남한테 보여주면 안 돼’라고 대답했다. 같은 학교의 의대생이 모여 뼈를 공부하는데도 서클마다 동문회마다 뼈를 부분적으로 가지고 있어, 소속이 없는 학생은 ‘골학’이 끝날 때까지 실제 뼈를 한 번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기에 조 교수는 학생들을 불러 모아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모든 동문의 뼈를 가져와서 5시부터 8시까지 모두에게 공유하겠다. 참여는 자유지만, 불참한다면 다른 뼈는 볼 수 없다.” 결국 이것은 가톨릭대학교의 전통이 됐고, 조 교수는 이 사건을 계기로 작은 정보라도 모이면 큰 정보가 되고 힘이 될 수 있다는 인생의 철학을 세웠다.

‘로드맵 학번’, 한국의 의학교과서를 내다

가톨릭의대 4학년 재학 당시 조 교수는 ‘우리나라는 왜 교과서를 만들지 못할까?’라는 의문을 시작으로 교과서 집필에 들어갔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장정원 교수와 서울성모병원 주지현 교수와 팀을 이루어 2004년 초판을 내고, 2010년 2판이 나왔다. 2판은 976쪽으로 초판(400쪽)에 비해 내용이 풍부해졌다. 조 교수는 “국가고시 공부 당시 빈혈을 가르치시던 교수님의 강의 방법에서 교과서 기획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말했다. 칠판의 왼쪽 위 모서리에서 강의를 시작한 교수님이 오른쪽 아래 모서리로 흐름을 가지고 강의를 마치는 것에서 정보를 흐름에 따라, 선에 따라 정리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가톨릭의대 동기생들이 정보를 모아 함께 만들어낸 ‘내과 임상 로드맵'(Clinical road map of internal medicine)은 종전의 교과서와 차별화성을 두기 위해 환자의 임상 사진을 많이 싣고 가급적 글 대신 도표와 그림으로 설명했으며, 현재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의학 교과서가 됐다.

아이패드의 유행과 Interactive Book의 IT화

‘2010년 한국에는 아이패드 유행이 불었다.’ 노트 크기에 불과한 애플사의 태블릿 PC는 출판 산업에 큰 영향을 줬다. 조재형 교수는 인터넷과 아이패드라는 콘텐츠를 가지고 상호작용이 가능한 책, E-book을 만들어야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100명이 한 번씩 읽고, 단어 하나만 추가하더라도, 100가지 새로운 정보를 담은 100가지 버전으로 업데이트 될 것이다. 그것은 곧 끊임없이 발전하는 책이 된다.”는 것이 조 교수의 생각이었다. 조 교수는 곧장 원본이 고쳐지며 책이 발전하는 Interactive Book의 IT화에 착수했다.

“책의 미래는 대화다”, iKooB의 설립

“여행 책의 경우를 들어보자. A라는 여행 책을 산사람이 1000명이다, 이 책을 보고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책에 코멘트를 하나씩만 덧붙인다고 생각해보자. 여행지B에 대한 평가는 더욱더 신뢰성이 높아지고 사진 또한 한 장에서 수십 장 수백 장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 책은 점점 더 발전해 간다.”

조재형 교수는 2011년 4월 아이디어의 IT화를 위해 동료 주지현 교수와 회사 ‘iKooB’을 설립, 같은 해 8월 iKooB 1.0을 출시한다. iKooB은 이용자가 노트를 기반으로 책을 만드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아이패드 무료 버전은 출시 첫 주에 ‘앱 스토어’ 생산성 분야 인기 앱 1위에 올랐으며, 45,000명이 다운로드 했다. 조 교수는 iKooB라는 이름에 대해 “Book을 거꾸로 쓰면 KooB이 된다. 여기에 Interactive의 I를 붙여 iKooB이 탄생했다.”라고 밝혔다. “단 10명만 읽는 책도 iKooB을 통하면 가능하다.”는 조 교수의 말이 iKooB 개발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
 
실패, “그러나 두려워하지 않고 이 길을 갈 것이다.”

하지만 조 교수가 가는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먼저 아이패드의 보급률이 문제가 됐다. 보급이 막 시작된 아이패드의 사용자 수는 많지 않았고, 인터넷 환경의 제약으로 통신이 힘들었으며, 어플리케이션의 안정성과 기능성이 문제가 되어 생산성에 제약이 생겼다. 이에 2012년 조 교수는 디자인과 기능을 개선하고 SNS 기능을 추가한 iKooB 프로버전을 출시한다. 1.0버전에서 부족했던 네트워크 환경 구성을 위해 통신부분을 보완, friends, follower, following의 개념을 넣고 메시지 기능도 추가했다. 이후 iKooB 제품계열로는 2013년 iKooB viewer, 2014년도에는 iKooB 2.0을 개발했고, 2015년 보급률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휴대폰 기반의, ‘iKooB phone version’과 컴퓨터 기반의 ‘iKooB web version’을 개발했다.

학회 시스템, iKooB Conference의 개발

2013년 3월 외국 학회에 참석한 조교수는 아이패드 기반의 컨퍼런스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iKooB Conference’를 제작한다. ‘iKooB Conference’는 학회 참가자들이 앱을 통해 아젠다, 발표자료, 연자에 대한 정보를 받아보고 질문하기와 투표하기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며, 학회에 대한 장소정보를 제공하고 회사들은 어플 내에 광고를 게재 할 수도 있다. 현재 외국 기업 노보노디스크, 릴리, 화이자, 다케다제약, 한국노바티스, MSD, 사노피, 베링거인겔하임 등에서 사용했으며 한미약품, 대웅제약, 건일 제약, 보령제약, 한독, LG CN 등의 한국기업도 ‘iKooB Conference’를 사용했다. 

더 많은 영역에서 응용되는 iKooB

이후 조재형 교수는 iKooB의 아이디어를 여러 분야에 적용해 2013년에는 회사용 소통 솔루션인 ‘CoreNote’를 출시, 한 노트를 통해 회사의 많은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으며, 2016년에는 Survey 계열 Medical Survey를 만들었다.

조 교수는 앞으로도 iKooB을 더 많은 영역에 응용, 개발할 계획임을 밝혔다. 환자교육용 iKooB Clinic은 올해 출시예정이며, 헬스케어용 iKooB 치매관리(치매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관리 시스템), 보드미(범죄 피해자의 스트레스 관리 시스템), 스타(검찰청 직원 대상 직무스트레스 관리 시스템) 등 또한 2017년 출시예정이다. 그 외에도 병원 내 콘텐츠를 제공하는 RoadKooB 1.0,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연계한 iKooB IoBand, 연구자간 소통 시스템 Davvicino Note 등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2017년 개발 예정인 위디쿱(WithiKooB)의 경우 어플 내에 게시판을 만들어, 이벤트를 ‘선물’할 수 있게 해준다. 예를 들어 결혼식을 앞둔 부부가 위디쿱을 통해 게시판을 만들고, 여기에 친구들이 참가해 사진을 공유하고 축하 메시지를 주고받는 등의 활용이 가능하다.

조 교수는 올해 주력할 사업에 대해 “iKooB Conference를 국내 세미나, 학회뿐 아니라 미국에도 소개 하고 있으며, 타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서 대형 세미나와 전시회 등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Medical Survey 및 MediKooB의 사용자를 확대하고 타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고, E-marketing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가 동화책으로

iKooB을 통해 책이 만들어지면 그것들을 모아놓을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조 교수는 플랫폼 이카루스(IKARUS)를 만들었다. 그리고 동화책을 출판하여 이곳에 올렸다. 첫째 아이를 키우며 자작 동화를 들려준 조 교수는 그 이야기가 첫째에게서 둘째로 이어지는 것을 보고 출판을 결심했다. 3년 동안 노력한 결과, 총 6권의 동화책을 영문과 한글로 출판했다. 앞으로 6권을 더해 총 12권을 출판할 예정이다. ‘방귀 먹은 생쥐’와 ‘우물 안 개구리 현서의 꿈’, ‘세장의 도화지’, 세 권의 동화책 주인공은 모두 조 교수의 자녀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iKooB을 하면 잘 될까’라는 질문

인터뷰를 마치며 ‘iKooB이 성공할 것으로 보는 가’라고 묻자 조재형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처음 내가 iKooB을 시작할 때는 이름밖에 가진 것이 없었다. 6년이 지난 지금 많은 것이 달라졌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노력한다면 5년이 지난 미래에는 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5년을 어떻게 버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5년마다 계획을 세워놓고 실행하고 있다. 이제 2단계가 시작된 것이다. 당장 성과가 없더라도 열심히 무언가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 아니다. 이것이 또 다른 시작으로의 연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시작해 현재에 이르렀다.

5년 후의 내가 무엇이 되어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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