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통합6년제 전환을 위해 약학계와 자연계, 교육학계, 산업계 그리고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를 가졌다.

한국약학교육협의회(이사장 정규혁)와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회장 김성근)는 9일 국회에서 ‘기초과학 육성과 약대학제 발전방향 토론회’를 열고 약대 통합 6년제 전환이 필요한 때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 김승희 의원

이날 토론회를 개최한 약사 출신인 김승희 의원(새누리당)은 “기초과학 학과가 2학년쯤 되면 약대 편입을 위해 1/3이상이 자퇴를, 절반 이상이 본연의 전공에 몰입하지 않고 취준생 비슷하게 약대 준비를 한다고 한다. 이렇게 되다보니 약대 편입이 기초과학의 블랙홀이라는 오명 안게 됐다”고 토론회 주최 배경을 밝혔다.

약교협 정규혁 이사장은 “2+4학제는 수월성이 저하되어 교육자와 학습자 모두에게 부담을 주고 있고, 편입학의 입시로 약대가 기초과학의 블랙홀이라는 오명을 안게 되었다”며 “몇 차례의 요구에도 정부에서는 시행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거나 졸업생이 배출된 바 없다는 이유로 시기상조임을 내세웠지만, 이제 6년제 시행 후 6차례 신입생을 선발한 현 시점에서 문제점을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라고 약대 통합6년제 전환을 요구했다.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 김성근 회장은 “약대 6년제 시행 이후 화학, 생물 등 교과목이 약대에 편입하기 위한 필수과목으로 간주되고 있고, 재학생들이 2학년 이후에 약대진학을 염두에 두는 것이 보편적인 관심사가 되어 자연대 재학생들의 소속감이 결여되고 우수학생 이탈을 지켜보는 교수진을 허탈감마저 토로하는 상황”이라며 “약대편입을 전제로 입학하고 학업하는 풍토에서 창의적 교육과 발전된 미래가 창출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약학계와 자연계, 교육학계 모두 한 목소리로 통합 6년제를 요구했다.

▲ 성균관대 약대 이의경 교수

먼저 성균관대 약대 이의경 교수는 2+4학제가 시행된 이후, 입문교육과 전공교육의 연계가 단절되고 약대 신입생들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제대로 된 약학 교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고, 이화여대 화학나노과학과 김성진 교수는 “이화여대 자연대학의 정원이 270명인데 2월이 되면 100명가량이 자퇴를 한다. 교육부에서 편입정원까지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교수들 입장에서는 기초과학을 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놓치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 읍소했다.

▲ 영남대 교육학과 김병주 교수

교육학계에서도 통합 6년제의 시행을 촉구했다. 영남대교육학과 김병주 교수는 “체계적인 약학교육, 기초과학의 붕괴 방지, 사회적 비용의 축소, 약학교육의 효율성 제고, 분절된 교육의 통합을 위해서는 단일 6년제가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단일 6년제 역시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단일 6년제가 되면 2년의 회임기간을 더 가지게 되므로 교육과정에 대한 체계적인 재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며 “한 가지 제도에 얽매이기 보다는 자율성이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과 제도가 변경되어 융통성 있는 학제로 정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당장은 단일 6년제 전환을 전제로 하되, 장기적으로는 졸업하는 약사의 진로에 따라 다양한 연한과 형태의 약학교육을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제약업계는 약대생들의 고령화로 약사 고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웅제약 이종욱 부회장은 “제약회사에는 법적으로 약사를 고용해야 하는 분야가 있는데, 신입사원을 채용하려고 해도 나이가 많아 일하는 열정이 어린사람들보다 못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더불어 제약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우수한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필요한데, 2+4년제가 이를 붕괴시키고 있어 산업계의 우려가 크다”고 현장의 상황을 전했다.

연세대학교 약대 한균희 학장은 커리큘럼의 문제를 지적했다. 4년에 전공 160학점을 소화해야 하는 현 시스템에 현장의 교수와 학생 모두 무리를 느끼고 있다는 것. 통합 6년제로 전환하면 제약산업을 선도할 미래형 약학자를 양성할 수 있는 교과목까지 다룰 수 있을 것이라는 행복한 꿈을 꾸고 있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전국약학대학학생회도 통합6년제에 찬성표를 던졌다. 약학대학학생회의 자체적인 설문조사 결과 약대생들의 93.8%가 찬성했다는 것. 양태희 회장은 “약대생들도 PEET 준비를 위한 시간적, 금전적 손해에 대해 크게 공감하고 있으며, 이공계 유출에 대한 우려도 크다”고 말을 보탰다.

하지만 교육부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김형기 서기관은 패널들과 플로어의 끈질긴 질문에도 “제가 이 자리에서 정확하게 답변을 드리는 것은 옳지 않다”며 “사회적 합의가 되는 시점에 학사제도 개편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주최자인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과 약사 출신인 새누리당 김순례 의원, 새누리당 성일종, 이명수, 김성태, 김석기, 최교일, 김현아, 조경태, 김상훈, 송석준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 국민의당 신용현, 오세정, 최도자 의원, 대한약사회 조찬휘 회장, 한갑현 홍보위원장, 최두주 정책기획실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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