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약 태동 이래 가장 많은 현안 직면…해결 방안은 ‘공공의료 확충’
세월호 참사에 봉사 나선 숨은 공신, “이제는 회원 위해 봉사할 때”

▲ 최기영 전라남도약사회장

“약사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약사 스스로 모범이 되고 달라져야 합니다.”

전라남도약사회관 집무실에서 만난 제30대 전라남도약사회 최기영 회장은 60여년 전 대한약사회가 태동한 이래 “요즘만큼 약사직능을 위협하는 현안들에 직면한 적이 없다”며 “약사의 윤리의식이 직능 수호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사회의 60여년 역사는 투쟁의 역사였다. 한약파동, 일반약 약국 외 판매, 법인약국 등 많은 현안들에 맞서 투쟁해 왔다. 최 회장에 따르면 지금 약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는 무려 30여개가 넘는다고 한다.

최기영 전남약사회장은 “일반 국민에 대한 투쟁이 아닌 ‘대정부’ 투쟁입니다. 전문직 선진화법이라는 명목 하에 규제완화 정책을 통해 약권에 대한 도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라며 약사사회의 ‘위기’임을 거듭 밝혔다.

그는 “하부 조직인 분회부터 활성화돼야 대한약사회가 활성화되는 법”이라며 약사의 권리를 찾고 위기를 극복하려면 분회-지부-대약이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약국에서 판매되는 약의 80%는 전문의약품, 20%는 일반의약품이다. 전문약은 의사의 처방 하에서만 투약하며, 일반약은 임의로 판매할 수 있지만 그 중 20품목은 슈퍼로 확대되고, 약사법이 개정되면 원격투약기를 통해서도 판매될 예정이다.

최기영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과연 약사라는 직능이 왜 필요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되물었다. 그는 “정부는 6년제 약대를 개설해 매년 1800명의 약대생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약사의 직능과 권익을 다 앗아가는 상황에서 6년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 문제는 밥그릇 싸움이 아닙니다. 약사들이 단결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라고 회원 간 단합을 촉구했다.

약사사회에 산적한 현안 해결을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는 최 회장은 회장으로 추대된 후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도자·윤소하·천정배 국회의원 등과 간담회를 갖는 등 약사 정책 건의와 입장 전달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최근에는 16개 시·도약사회장 회의에서 구성된 TF팀에도 합류했다. 그는 “대한약사회만 의지해 가만있으면 안 되죠”라며 대한약사회에 힘을 보태겠다고 나섰다.

화상투약기 도입·상비약 품목 확대…약사는 어디에

최 회장이 꼽은 특히 시급한 약사 현안은 바로 ‘원격화상투약기 도입’과 ‘슈퍼 판매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였다.

그는 원격화상투약기의 문제에 대해 “119나 114에 걸려오는 장난전화건수를 확인해 보세요. 1800만원 원격화상투약기. 약국 앞에 설치해 두면 동네 장난감이 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요? 부작용이 없을 거라고 단언할 수 있나요? 국민 편익이라는 말 한마디로 덮어질 문제가 아닙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에는 약국 근방에 있겠지만 향후에는 공공장소까지 설치될 것입니다. 6년제 약대 졸업해서 화상투약기 사업자가 되라는 말인지…. 이렇게 되면 약국에서 팔 수 있는 게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편의점·슈퍼 등에서 판매가능한 안전상비약 품목이 총 13개에서 20개로 확대된다.

이에 최 회장은 “약국 종업원이 일반약을 판매하는 것은 금지하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약을 판매하는 것은 가능한 현실”이라며 “현재로서는 확대되는 ‘7개 품목에 어떤 약이 포함될 것인가’ 진척 상황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구상하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최 회장은 “일반약 만으로는 약사가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데 한계가 있어서 심야나 휴일에 당번약국만 약국 문을 여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국민의 보건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서는 당번약국과 당번의원을 연계 운영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합니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앞선 현안들을 해결할 수 있는 ‘처방’은 결국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한다는 것.

심야에 운영되는 병의원 및 응급센터를 늘려야 약국도 더불어 운영되고, 이는 곧 고용 창출과 치료비 보장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그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이 5년 연속 엄청난 흑자를 보고 있는데 보건복지부가 일부를 공공의료 확충에 투자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에 따르면 이번 정기 국회가 대한약사회의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타이밍이 된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약사회와는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어 약사법 개정안을 그저 ‘설마 통과가 될까’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수 없습니다”라는 그는 “국회 소분과위원회에 상정되기 전에 약사회가 대관라인을 통해 미리 정보를 입수, 저지에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세월호 참사… 137일간의 봉사약국 운영

최기영 회장은 지난 세월호 참사 때 진도 팽목항에서 봉사활동과 유가족 돌보기에 기여한 숨은 공신이다. 137일간 봉사약국을 운영한 최 회장은 오전에는 진도, 오후에는 팽목항을 오가며 구호에 매진한 소회를 털어놨다.

“재난 상황에서 약사는 가장 필요한 직군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응급의료진, 의료인에는 약사가 포함되지 않아요. 많은 일을 했음에도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에서 지원받을 수 없어 자체적으로 무료 봉사를 진행했습니다. 너무나 힘이 들어 137일 만에 철수하고 복지부에 위임했지만 한 달도 못 가 복지부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 후 진도, 팽목에서 봉사활동을 지속했습니다.”

봉사약국으로 많은 다른 약사들의 귀감이 된 그는 이제 회원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었다. 최 회장이 출마 전 공표한 ‘자랑스러운 약사, 권익을 스스로 지키는 약사, 존경받는 약사’ 슬로건도 이런 마음에서 비롯됐다.

“약사 권익 수호에 열정 다한 회장으로 기억되길”

“전국 약사회 가운데 전남만 아무런 행사가 없더라”는 최 회장은 회원들을 위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 회원들은 대부분 1인 약국에, 예산도 부족한 형편이지만 해마다 등반대회, 탁구대회를 개최해 회원 간 친목과 화합을 도모하고 분회별로 한방 강좌·자연과 면역 강좌 등의 개설을 지원한다.

집행부 구성에 젊은 회원들을 대거 기용한 점도 전남약사회의 특징이다. 과거에는 예우 차원에서 인선하곤 했지만 그는 이승용 약사, 김성진 약사 등을 선임해 젊은 약사들과의 소통을 강화했다.

보다 젊어진 집행부는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활발하게 의견을 교류한다. 논의를 거쳐 도출된 의견들은 사업이나 회무에도 적극 반영하고 있다고.

회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최기영 회장은 “아직까지도 대한약사회에서 하는 일을 지부가 잘 모르고, 지부의 일을 분회가 잘 모르고, 분회의 일을 회원이 잘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반 회원들에게 전달되지 않은 내용이 많아요. 바쁘시더라도 대약이 돌아가는 상황과 약사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자신의 인생을 ‘의리와 열정’이라고 정의한 그는 다시금 회장으로서의 각오를 다지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감투만 쓰고 회장직에 앉아있기 보다는 약사들의 권익 수호에 열정을 다한 회장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작은 지부이지만 현안 해결을 위해 큰 보탬이 되어 준 지부로 남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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