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교육 없어 병의원·약국 어려움 계속되는 것
체계적 독서법으로 제대로 읽어야,‘함께’하면 2배 성장

전문인을 꿈꾸는 약대생들에게 책을 통해 성장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약사가 있다. RB코리아 마케팅부 헬스케어팀 부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전문 마케터 고기현 약사다. 그는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서 작은 독서 모임을 이끌고 있으며, 대학생들과도 책을 매개로 만나고 있다. 그의 최종 계획은 ‘대한민국 의·약사 책 100권 읽기’ 운동을 시작하고 더 많은 독서 모임을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본지가 고 약사를 만나 책을 통해 깨닫는 것과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하는 특별한 독서법 및 독서모임의 중요성, 의·약사에게 독서를 권하는 이유 등을 들어봤다.

‘리딩팜나비’와 ‘산책’
고 약사는 한 달에 한 번 약대생 8명과 모여 책을 읽는다. 바로 ‘리딩팜나비’. 여기서 리딩은 읽다(Reading), 이끌다(Leading)를 뜻하며, 팜은 약(Pharm)을 말한다. 즉 약을 다루는 미래의 전문인으로서 책을 통해 이끌어 나간다는 뜻이다. 나비는 나로부터 비롯한 변화의 줄임말이다.

또 고 약사는 ‘산책’이라는 사내 독서 동아리도 이끌고 있다. 산책은 산책(Walking)이라는 뜻과 산(lively)책이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그는 “현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자투리 시간을 내어 꾸준히 독서모임을 진행하는 이유는 그만큼 모여서 독서를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최종 목표는 리딩팜나비 모임의 제자들을 ‘리더’로 키워 더 많은 독서모임을 만드는 것이다.

독서모임의 중요성
그가 독서모임을 갖는 이유는 철저하게 자기관리를 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즉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모임을 갖게 되면 모임에 나가기 전 10분이라도 책을 읽을 수밖에 없다. 고 약사는 독서모임에 나가기 위해 바쁘다는 핑계 대신 지하철 안은 물론 약속시간 30분 전에도 책을 읽는다.

특히 그는 주말 이른 아침 모임을 갖는다. 다른 개인 일정과 겹치지 않을 뿐더러 전날 과음을 피하고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패턴이 시작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가 뿌듯하고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한다.

고 약사는 “책을 통한 성장도 함께 했을 때 배가 된다. 본인이 느끼고 깨달았던 점을 공유하다 보면 자신이 깨닫지 못한 부분을 다른 사람을 통해 알게 되고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여기서 핵심은 ‘함께’이기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본·깨·적’ 독서법
고 약사가 이 모임을 하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베스트셀러라 할지라도 본인에게 필요한 메시지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좋은 책을 찾는 것이다. 책 읽는 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우리들이 양서를 고르는 안목을 기르고 제대로 책을 읽기 위해서는 ‘본·깨·적’ 독서를 해야 한다.

‘본’은 객관적인 생각이다. ‘깨’는 책을 보고 깨닫고 느낀 것, ‘적’은 그 내용을 가지고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이다. 이 독서법 또한 박상배 저자의 ‘본깨적(예담)’이라는 책을 통해 고 약사가 실생활에 적용한 것이다.

고 약사는 ‘독서는 기억과의 싸움’이라며, 읽고 나면 잊어버리기 쉽고 재독, 삼독할 때마다 그 내용이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본깨적 독서법은 책을 읽으면서 책의 구조, 핵심포인트, 책을 통해 느낀 점 등을 낙서한다. 책을 읽을 때마다 핵심적인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을 뿐더러 책의 어떤 점이 나를 변화시키는 지 한 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 전문가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고 약사는 의료계 전문가들이 모인 의·약사 협회에서 ‘1년에 100권 읽기’ 캠페인 진행을 계획 중이다. 그는 의·약사일수록 인문학적인 소견이 가장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끊임없는 의식 개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의·약사의 경우 최전선에서 환자를 만나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을 잘 전달하고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 약사는 특히 현재 의료계 전문가들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는 점점 약해지고 있으며, 환자와의 관계 속에서 감성과 인격 의식을 더 좋은 방향으로 스스로 개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격과 의식 개조는 학위를 취득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절대적이고 좋은 툴은 책이다.

흔히 보건의료계 전문가들은 전문지식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 약사는 중·소 병원과 개인약국의 경영난이 지속되고 있는 이유로 경영·인문학·심리학·소비자 행동론 등 경영에 필요한 기타 지식이 부족해서라고 지적한다. 그는 ‘전문성(Professionalism)’을 빛낼 수 있는 것은 인문학적인 소견이며, 책 읽는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고 약사는 “만약 의·약사가 책을 제대로 읽기 시작하면 본인의 퍼포먼스(performance), 즉 매출이 50% 이상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책을 읽고 경험하고 적용한다면 매출뿐 만 아니라 개인의 정신적 성장도 이끌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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