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도서관은 잊어라! 커뮤니티 공간으로의 변화
‘종이책’ 묘미로 신뢰성 있는 의학정보 제공할 수 있어

 
서울도서관은 옛 서울시 청사를 리모델링, 2012년 개관했다. 교차로 바로 옆 도서관 앞에는 푸른 잔디가 깔려 있다. 근대 건축물의 모습도 간직하고 있어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서울도서관은 외관만큼이나 다른 도서관과는 다르게 운영된다. 책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여타 도서관들과는 다르게 서울시내에 있는 모든 도서관을 총괄·지원·협력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이 중점이 되며, 공부를 위한 공간이 아닌 만남을 위한 장소로 자리매김 했다.

서울시를 대표하는 도서관인 서울도서관을 방문해 도서관의 역할과 종이책이 주는 묘미를 찾아봤다. 

도서관을 위한 도서관
서울도서관은 ‘도서관을 위한 도서관’이다. 서울시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모든 도서관들이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공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가장 기본적으로 예산, 건립 등을 지원한다. 또 각 도서관 대표 관장들이 모여 독서 프로그램 등 도서관에서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고 공동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 서울도서관에서 진행 중인 특별 전시회『책을 짓다 展』은 프랑스 국제예술제본 비엔날레 출품작을 전시했다.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여 책을 바라보는 관점을 예술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접근 방식을 통해 한국과 프랑스의 제본 문화를 소개한다. 디지털 시대에 변하지 않는 책과 수작업의 가치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작은 도서관이 시행하기 힘든 일은 ‘이곳’에서
시민들과 지리적으로 위치가 근접한 도서관에서도 질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서울도서관에서는 많은 인문 강좌 프로그램을 마련하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에 5~6000명, 주말엔 1000 단위가 넘는 사람들이 이 도서관을 방문하는 이유는 어르신 독서 교육 토론회 등 정기적으로 시민들이 모여 독서 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작은 도서관에서 제공하기 힘든 특별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한다.

또 이곳에서는 원문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대학교에서는 정부의 지원, 대학의 지원 등을 통해 학술지를 제공할 수 있는데 이는 그 대학교의 학생들만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도서관에서는 이화여자대학교와 협력함으로써 국내 학술지는 물론, 이화여대에서 제공하고 있는 외국 학술지를 서울시 도서관 방문객에 한해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공부하는 곳 아닌 만남의 장소로 변화
대부분의 도서관에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개인 책상이 딸린 열람실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서울도서관에는 열람실의 역할을 하는 공간을 없앴다. 수험서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이용훈 서울도서관장은 “최근 도서관이 시험 공부하는 책상, 책 대출 등이 중심이 되는 도서관에서 벗어나 평생 학습공간이자 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서울도서관도 그에 맞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장에 따르면 공부를 위한 도서관은 분리된 개인의 공간, 조용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었지만 책을 읽고, 서로 만나 토론하고, 전시하는 등의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 도서관의 주 역할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되기 위해 공간의 구조도 변화하고 있는데 카페가 마련된 것이 대표적이다. 카페에서 같이 편하고 자유로운 만남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이런 도서관의 변화는 도서관 인근 노숙자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이 도서관장에 따르면 노숙자들도 거리낌 없이 도서관을 방문해 책을 읽는다고 한다.

“시민의 힘을 키우는 것이 우리의 목표”

▲ 이용훈 관장

이 관장은 도서관의 역할에 대해 “책을 많이 읽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책으로 시민의 힘을 키우자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장에 따르면 민주주의 시대, 자치시대에 주인이 되려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주체로서 살아가려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고, 이해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그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책을 읽는 목적에는 즐거움, 힐링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세금으로 도서관이 운영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을 읽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있다”고 밝혔다.

이 관장은 “시민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이 구체적인 방법이 될 수는 있겠지만 독서 토론,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행위를 하는 것이 시민을 돕는 역할”이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서울도서관은 추천도서를 따로 마련하지 않는다. 시기에 따라 사람들이 관심있어 할 만한 책들을 많이 꺼내 사람들이 저절로 볼 수 있도록 한다.

쾌쾌한 냄새와 신뢰성. 책이 주는 묘미
종이책과 E-BOOK 모두 보관하고 있는 도서관에서도 종이책을 선호한다. 기술적인 측면, 비용적인 측면을 떠나 ‘종이책’이 주는 독특한 매력이 있기 때문.

이 관장은 “책에서 가장 중요한건 물론 콘텐츠다. 하지만 내용 전체를 종이로 보는 것과 인터넷에서 보는 것은 전혀 다르다”며 종이책을 선호하는 이유를 밝혔다. 그에 따르면 전자책에는 무게가 없다. 바쁜 현대 시대에 콘텐츠 즉, 알짜만 꺼내서 골라 읽는 것에 전자책은 그런데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물성이 없다는 것이다. 책은 삽입된 사진의 크기부터 디지털 기기와 사뭇 다르다. 사진의 칼라, 내용의 느낌 등을 통해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이 관장을 이를 ‘오감독서’라고 표현했는데 우리가 책을 읽을 때 오감을 동원해서 읽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책이라는 물건을 접할 때 우리는 오래된 책의 쾌쾌한 냄새, 무게감, 촉감, 크기 등의 느낌을 동원한다.

또 그는 ‘신뢰성’을 장점으로 꼽기도 했다. 평소 우리가 도서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도 바로 ‘신뢰성’ 때문이라고 한다. 이 관장은 “요즘 시민들의 가장 큰 관심은 건강이다. 따라서 의사, 약사들이 제대로 된 의학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 정보를 어떤 루트를 통해 전달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다양한 매스컴이 있겠지만 사회의 여러 시스템을 활용해서 신뢰성이 있는 매체를 통해 신뢰감을 주는 정보를 전달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 서울도서관 건물은 첨탑까지 총 7층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되는 공간은 1~4층까지다. 1층은 일반 자료실과 기획 전시실, 장애인 자료실이 있다. 2층은 일반 자료실과 디지털 자료실, 3층은 서울의 역사, 옛 서울 시장실의 모습 등을 담은 역사·전시실이 있다. 4층에는 외국어 자료실이 있으며 5층부터는 카페로 운영, 옥상정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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