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간질 개명 작업, 세계적으로 관심
국제학회 수준의 학술대회 진행으로 인기

양혜인 기자 │ medi@binews.co.kr

김흥동(세브란스병원) 회장
뇌전증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질병인 동시에 현대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중요한 사회적 질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1990년대 뇌전증 전문의들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게 되어 뇌전증에 대한 의학적 발전과 지식의 교류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대두됐다.

이러한 가운데 신경과, 신경외과, 소아신경과 및 정신과 전문의들이 대한 뇌전증학회 설립위원회를 조직했고 1996년 4월 26일 모임을 갖고 뇌전증의 치료, 연구 및 교육에 관여하는 회원 상호간의 학술 교류 및 친목을 도모하여 학문적 발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대한뇌전증학회가 발족했다.


간질 명칭 ‘뇌전증’으로 공식 변경
오랫동안 낙인의 상징이었던 간질이라는 질병의 명칭을 중도적이고 과학적인 명칭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됨으로써 여러 가지 많은 절차들과 노력을 통하여 중도적이고 과학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뇌전증(腦電症: cerebroelectrical disease)이 새로운 명칭으로 채택됐다.

이후 대한의사협회가 2010년 6월 이를 승인했고 2011년 뇌전증을 삽입한 의료 활동에 대한 법안이 2011년 6월 29일 국회를 통과하게 돼 뇌전증이 법률적으로 인정하는 의학용어로 사용하게 됐다.

김흥동 회장은 “국내 뇌전증 환자들에게는 사회로부터의 차별과 낙인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조사된 만큼 환자들이 생활하기 편리한 사회적 여건을 조성해주기 위해 ‘뇌전증’으로 병명을 바꿨다”며 “명칭 변경 이후 뇌전증 선포식, 홍보포럼, 공익광고, 일반인 인식개선 교육, 펀딩 확보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명칭변경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사회의 적극적인 인식개선과 교육이 필요하다”며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뇌전증 환자라는 것을 드러내 놓고 치료받고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인 명예회장은 “간질 개명작업은 한자를 사용하고 있는 문화권(중국, 대만, 일본, 홍콩 등)에서는 매우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며 “현재 중국과 일본에서는 전간(癲癎)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 용어의 의미가 별로 적절치 못하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서도 개명작업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학회가 시행한 개명작업이 세계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며 “2012년 일본에서 개최됐던 뇌전증 심포지엄에서 이 주제에 대한 많은 흥미가 표출됐고 올해 몬트리얼에서 개최되는 세계뇌전증학술대회에서도 이에 대한 주제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병인 명예회장, 국제뇌전증학회 명예대사 위촉

한편 이병인 명예회장은 지난 6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국제뇌전증학회 개회식에서 ‘Ambassador for Epilepsy Award 2013’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 상은 뇌전증 분야의 학술적 발전 및 사회적 증진에 크게 기여하거나 환자들을 위한 헌신적 봉사활동을 수행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국제뇌전증학회 명예대사로 인정하는 것이다.

△지난 1986년에 뇌전증 수술에서 병소를 찾는 신경영상법 중 SPECT(뇌혈류 검사)를 세계 최초로 뇌전증수술에 도입했다는 점 △국내에서 뇌전증 수술과  뇌전증 전문진료를 처음으로 시작했다는 점 △아시아대양주 지역에서 뇌전증 퇴치운동을 전개하고, 진료의 수준을 증진시키는 데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는 점 등이 인정됐다.



학술대회를 국제학회 수준으로 격상

현재 8대 임원진이 활동하고 있는 뇌전증학회는 위상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술 활동과 협회 및 환우회를 아우르는 사회적 활동 뿐 아니라 활발한 국제적 교류 과정을 통해 세계와 경쟁하고 함께 갈 수 있는 학회의 위상을 만들어 갈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학회의 조직을 좀더 체계화해 모든 부회장을 기능 분담을 함께 하는 각 위원회와 연계하고 실무형으로 재편함으로써 세부 조직을 통해 학회 활동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하고 각 분야별로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표준화된 치료 지침을 질환별로 만들어갈 계획이다.

매년 개최되는 국내학술대회를 2012년부터는 국제학회의 수준으로 격상시켰으며 학회의 공용어도 영어로 바꾸고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었던 한국-일본의 공동심포지엄 이외에도 새롭게 Asian Forum을 정식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는 등 아시아 대양주 지역에서 한국의 역할을 크게 확대시키고 있다.

김흥동 회장은 “이미 우리 뇌전증학회는 국내를 넘어 세계와 끊임없이 교류하고 있고 국제적으로 함께 많은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러한 교류의 창구를 더욱 확대해 우리의 후배들이 세계와 경쟁하고 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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