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환자 처방 변경 시 환자 상태 따라 응대법 달라야
환자 중심 약료서비스 위해 많이 듣고 교감 쌓는 자세 필요

1999년 5월 처음 개국했던 시점과 지금을 비교해서 가장 많이 변한 부분이 있다면 고객에 대한 응대이다. 개국 당시의 고객은 모두 낯선 이방인이었지만 지금은 그 고객이 약국의 단골이 되었다. 고객에 대한 경계심이 가득 했던 약사의 마음도 이젠 항상 누굴 향해서나 웃어줄 수 있는 열린 마음으로 변했다.
그럼에도 평일에 친근한 단골을 대할 때와 다른 약국이 문을 닫은 공휴일에 낯선 내방객을 맞을 때의 마음의 부담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30초 만에 어색함이 사라지는‘잡담이 능력이다’
일본의 사이토다카시가 쓴 책인데 제목부터가 30초 만에 사람의 맘을 확 사로잡는다.
지금 6년제 약대 시스템은 다양한 전공기초를 가진 예비약사들이 약학대학으로 입학하여 인간의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약학이라는 새로운 전공을 익혀 약사로 졸업을 하게 된다.
6년제 약사의 가장 중요한 모토는 약물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취급하던 예전의 약사가 아니라 환자를 중심으로 하는 약료(Pharmaceutical care)를 펼쳐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6년제 약사의 교육에는 환자와의 응대, 소통, 서비스의 개념이 포함된다.
이미 배출된 기존 약사들의 성향을 문과와 이과라는 이분법으로만 나눈다면 많은 분들이 이과에 가까운 성향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이과의 정확함은 조제를 완벽하게 하고 실수 없이 복약지도를 수행하며 투약하고 재고를 잘 관리하고 경영을 잘하는데 강점이 있어 약국 운영에 있어 주요한 장점이 된다. 그러나 사람을 대하는 점에서는 융통성이 부족해서 트러블이 생기기 쉽다.
문과 성향이 강한 약사는 환자의 마음을 얻는데 탁월한 소질이 있고 약국을 아기자기하게 운영 한다.
같은 약대를 졸업했다하더라도 남자 약사이면서 이과 성향이 강한 사람과 여자 약사이면서 문과 성향이 많은 소질을 가진 사람 간에는 얼마나 큰 차이가 나겠는가?
필수로 지정된 문서복약지도를 제외한 환자에 대한 응대는 여러 가지 모습을 가질 것이다.
이과적인 복약지도는 질병 전반에 관한 설명부터 부작용, 식생활에 이르기까지 아주 정확히 매뉴얼대로 행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만일 하나라도 빠지면 잠을 못자고 끙끙거리게 된다.
문과적인 복약지도는 설명이 좀 미진하더라도 환자와의 교감 상태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하게 된다. 무엇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환자가 복약지도를 100% 알아듣는 사람이 없다고 전제할 때는 어떤 인상을 남기는 복약지도도 강점이 있다.
매뉴얼대로 하는 단점을 극복하려면 자기계발서 보다는 인문학적인 책, 소설을 많이 읽거나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는 만큼 들리고 보이기 때문이다.
약국 운영에는 이과적인 성향이 아주 중요한 장점이지만 다른 장점을 더하기 위해 이러한 독서나 운동, 여행 등 약국 외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이번 호에서는 처방전을 받았을 때의 환자응대에 대해 같이 생각해 보기로 하자.

처방전을 받았을 때의 응대
말 한 마디로 천 냥의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진심어린 말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우선 처방을 받아서 약을 지으러 오는 사람들은 마음이 편하고 즐거운 사람은 드물다. 가벼운 감기부터 만성질환인 고혈압 당뇨, 혹은 암환자까지 본인으로서는 작은 티끌도 많이 거슬리고 불편하기 때문에 예민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환자를 맞아 접수하고 약을 내어줄 때 약사는‘솔’의 음계1)로 응대한다.

1. 병원처방 조제 시에 절대 빠트리지 말아야 할 말 한마디
병원을 안내할 때나 병원에서 내려오는 환자들에게 버릇처럼 병원에서 참 좋은 약을 써서 빨리 낫는다고 얘기를 한다. 두 가지의 효과가 있는데 환자에게 병원과 의사에 대한 신뢰를 주는 효과와 병원에서 약국에 대한 신뢰를 심어 주는 효과가 있다. 오랜 기간 이어지면 알게 모르게 약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형성한다.

2. 환자에 대한 제일 좋은 복약지도는 환자의 말을 경청하는 것
대부분의 환자는 병원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내려오는 경우는 드물다.
의사 앞에서 혈압이 오르는 가면 고혈압처럼 메모지에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 적어가지 않는 한 항상 10에 6도 다 얘기하기가 힘들다. 그러다보니 약 처방전을 받아 조제를 하고 복약지도를 하다보면 환자가 자기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환자의 말을 끊고 내가 해야 할 복약지도를 매뉴얼대로 하기 보다는 환자의 얘기를 경청한 후 환자의 불편한 부분을 도와준다. 단지 얘기를 들어주었을 뿐인데도 환자는 이 약국 복약지도 정말 잘한다고 칭찬한다. 좋은 복약지도는 환자의 맘을 열고 눈을 맞추는 것이다.

3. 병원에서 처방약이 바뀌어서 내려오는 경우
감기약이나 피부과 약처럼 짧은 기간 투여하는 경우에는 병원처방약이 바뀌어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혈압약이나 당뇨약처럼 만성질환의 경우는 신중히 접근한다.

1) 혈압이나 혈당수치에 변동이 없었는데 약이 바뀌는 경우
모양이나 색깔이 같으면 환자들이 별 무리 없이 받아들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환자의 마음을 다스려줄 필요가 있다.
약사: 오늘 약이 바뀌었어요. 혈압(혈당)은 잘 조절되고 계시지요?
환자: 아 선생님은 도대체 조절이 잘 되고 있는 약을 왜 바꾼대요? 똑같이 지어달라고 했는데….
이 경우 3가지 정도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① 오리지날 약을 제네릭으로 바꾼 경우
약사: 효과는 똑같고 약값이 조금 싸진 한국약이 새로 나왔어요. 오래 먹는 거 약값도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바꾸셨어요.
② 제네릭 중 다른 회사나 다른 계열 약으로 바뀐 경우
이 경우는 두 가지 응대법이 있다.
약사: 효과는 똑같고 부작용이 조금 줄어든 약이 새로 나왔어요. 오래 먹는 약 부작용 없이 건강하게 먹어야 하잖아요.
또는,
약사: 효과는 똑같아요. 같은 약을 너무 오래 먹으면 약이 잘 안 듣는 수도 생기거든요.
③ 혈압이나 혈당의 변화가 없는데 약이 증량된 경우
약사: 혈압(혈당)을 쟀더니 얼마나 나왔어요? 병원에 뭐가 불편하다고 말씀하셨어요?
환자: 혈압 (혈당)이 지난번과 별 차이 없는데요. 왜 약이 바뀌었지요?
약사: 우선 처방 나온 약은 지난번보다 약이 증량이 된 약이예요. 병원에 전화로 한번 문의  해 봐드리겠습니다. (혹은) 병원을 새로 가셔셔 의사선생님을 다시 만나보시겠습니까?

물론 드문 일이지만 간혹 처방오류로 양이 증량되는 경우가 있다.
혈압이나 당뇨의 경우에는 증량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한 경우가 있으니 환자에게 집중하여 대화하여 처방 변경을 이끌어낸다. 만일 처방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환자의 전화번호를 받아두고 언제든지 불편할 때 병원과 약국에 전화를 하도록 한다.
혈압의 경우는 지나친 혈압강하에 따른 기립성저혈압이나 어지러움이 있을 수 있고 혈당의 경우에는 저혈당에 따른 오심, 구토, 어지러움, 떨림 정신 혼미함 등의 부작용이 있음을 일러주도록 한다.

2) 혈압이나 혈당 수치의 변동으로 약이 바뀌거나 약이 증량된 경우
약사: 오늘 약이 바뀌었어요. 혈압(혈당)은 많이 올랐던가요?

① 혈압이 오른 경우
혈압이 오르면 중풍이나 뇌졸중이 올수 있다고 우려하는 환자가 많으므로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혈압이 오를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말해준다. 그리고 혈압 조절이 잘 되면 다시 예전에 복용하던 약으로 줄여서 복용할 수 있는데 약에만 의존하면 자꾸 약이 세지고 부작용이 따라온다고 알려준다.
ⅰ) 노화에 따른 관절질환으로 수술을 하거나 소염진통제를 장기 복용하는 경우
ⅱ) 스테로이드제나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경우
ⅲ) 체중이 갑자기 늘어난 경우
ⅳ) 감정적으로 흥분했거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할 때
ⅴ) 겨울을 맞아 체온 저하를 우려해서 운동을 줄인 경우
ⅵ) 흡연량이나 카페인 섭취가 늘어난 경우
이럴 경우 환자에게 혈압을 조절할 수 있도록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도와주어야 하는데
이때 환자의 태도가 두 가지로 나뉜다.

CASE 1.
환자1: 약만 먹으면 되지. 운동이니 뭐니 다 스트레스야.
약사: 약을 잘 챙겨먹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만 약도 가끔 잊어버리실 때도 있지요?
환자1: 어떻게 알았어요? 이 약사님 도사시네. 아이고, 바빠서 정신이 없는데 운동은 언제하노?
약사: 아무리 바쁘고 정신없어도 아침에 눈 못 뜨면 그만이지요. 혈압은 낫는 병은 아니라도 친구처럼 잘 사귀면 건강하게 사는데 아무 문제가 없어요. 바쁘다고 약 빼먹고 술 먹고 담배 태우시면…아실텐데…중풍 오는 거.
환자1: 어쩌라고요?
약사: 좀 짜게 먹은 날은 바나나, 토마토 하나 더 먹고요. 술 먹을 때 안주 야채로 먹고요.
술자리는 1차에서 마쳐야죠.
환자1: 진짜 혈압이 떨어져요?
약사: 걸으실 때는 '세월아 네월아'하지 마시고 누가 잡으러오는 것처럼 심장이 두근두근할 정도로 좀 빨리 걸으셔야 해요. 30분 운동하는 거 부담스러우시죠? 15분씩 나눠서 아침에 좀 걷고 점심밥 먹고 좀 걷고 이렇게 하시면 되요. 하실 수 있지요?
환자1: 어렵지 않아서 좋네요. 한번 해보지요 뭐.
약사: 딱 한 달만 해보시면 감이와요. 뱃살부터 빠지고 좀 숨이 차던 게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고 점점 편해지실 거예요.
환자2: 약사님 말 믿고 한번 해봅시다. 안 그래도 중풍 올까 겁이 나긴 나더라니까요.

다른 환자의 경우를 보자.
CASE 2.
환자2: 약사님  이약 꼭 먹어야 되요? 혈압약은 부작용이 심하다던데…. 발기도 안된다하고
그냥 내가 운동하고 음식 조심하면 안될까?
약사: 운동하시고 음식 조심하시면 혈압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환자분이 드셨던 혈압약은 초기에 먹는 가벼운 혈압약이 아니라서 지금 당장 끊으면 안되요. 만일 혈압조절이 안 되고 있는데 혈압약을 갑자기 끊으시면 중풍이 올 수도 있어요.
환자2: 내가 혈압도 높지 않은데 왜 중풍이 온다는 거예요?
약사: 이미 나의 혈관은 기름때가 낀 조금 많이 쓴 고무호스라서 탄력도 없고 딱딱하지요. 혈압약을 먹는 동안 매일매일 혈관이 확장되고 혈액량이 조절되어 혈압이 조절되지요. 혈관 상태가 아기 때처럼 부드럽고 찌꺼기도 붙어있지 않은 혈관이 되어 약을 먹지 않기 위해서는 짜게 먹지 않고 기름진 것을 먹지 않는 기본적인 식이요법과 운동을 최소한 1년 이상 지속하셔야 되요. 그러면서 혈압 상태에 따라 서서히 약을 줄여나가는 거지요.
일 안하고 쉬면서 운동요법과 식이 요법을 지속하면 몰라도 돈도 벌어야 되고 스트레스도 받잖아요?
좀 편하게 조절하려고 약을 먹는 거고 더 심해지지 않기 위해서 생활을 교정하는 겁니다.
혈압약의 강도가 줄어들면 부작용도 줄어듭니다.

언제든 약을 제대로 정확하게 먹도록 하는  복약순응도의 향상이 약사의 목표이다.

② 혈당이 오른 경우
혈당 조절은 내인성 호르몬인 인슐린의 분비와 인슐린 수용체 결합과도 관련이 있다 보니 혈압상승의 요인인 약 외에 수술이나 교통사고, 감기, 과로 같은 내외상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혈당 조절은 혈압조절보다 쉽지 않고 환자가 많이 불안해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가 혈당이 오른 원인을 상담을 통해 파악한다.

약사: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우선 약이 조절되었으니 혈당이 조금 떨어질 거예요. 그래도 담에 올 때까지 한 달 내도록 불안해하지 마시고 우선 음식 조절을 한 번해봅시다.

우선 아침 식전 혈당이 오른 경우와 식후 혈당 조절이 안 되는 경우로 나누어 알아보자.
ⅰ) 아침 식전 혈당이 오른 경우는 저녁 6시 이후의 음식을 금지한다.
6시 이후에 음식을 먹지 않는데도 식전 혈당이 높다면 음식을 먹는 순서를 교정해본다.
우선 토마토나 드레싱 없는 야채 혹은 싱거운 나물을 먹은 후 단백질인 두부나 생선을 먹고 그 이후에 현미밥을 먹도록 하면 식전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된다.
이후의 간식은 당근이나 양배추 삶은 것, 미역 삶은 것을 먹거나 사과, 바나나 등을 먹는다. 6시 음식은 제대로 잘 챙겨먹지만 의외로 야간 간식을 먹는 분들이 많다.
인삼, 마그네슘, 밀크시슬이 식전 혈당강하에 도움이 된다.
ⅱ)식후 혈당이 오른 경우
음식 먹는 순서를 교정해 주거나 밥과 기름진 음식을 줄이고 단백질의 양을 늘리도록 상담을 한다. 이눌린, 크롬 오메가 3(인크레틴 분비증가)가 도움이 되는 음식이다.

고혈압, 당뇨의 경우에 한정해서 대화법을 소개했는데 다음 호에는 여러 가지 상황을 다루어볼 계획이다. 정률제로 비싼 약값을 내게 된 노인환자 응대법, 자꾸 시비를 거는 환자 응대법 등 블랙 컨슈머 들에 대한 대화법을 같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각주)-----------------
 부산시 약사회 홈피에서 열린약국 김종현 약사님께서 소개하신 방법. 달달하고 달콤한 목소리라 함. 해동온누리약국 정은주약사님은 권위를 세워야 할 경우에는 ‘미’의 음계로 얘기한다고 소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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