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없다면 소화효소제, 일회성 체기에는 위령탕 추천
음주 잦다면 설사 상태 확인해야…여성은 저산증 확률 높아

 

 

 

 

 

 

 

 

 

요즘 들어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되지 않는다고 약국을 내방하는 환자가 많습니다.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환자들이 약국에 오면 보통의 경우 약국에서는 한 번 먹을 소화제와 물약 소화제를 주는 정도에서 환자와의 상담을 마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설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훨씬 다양한 증상의 질환을 소화불량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위장관계 약물, 특히 소화기능 장애에 대한 약물은 감기약과 더불어 약국 OTC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정말로 소화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많겠지만, 많은 수의 환자들이 매우 다양한 형태의 질환을 소화가 되지 않는다고 표현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 약사들은 환자들이 소화가 되지 않는다고 말할 때 그 이면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는지 알아내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그래야 1차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약국들이 환자의 잠재적 질병과 숨겨진 증상에 대한 적절한 약물 선택을 도와줄 수 있을 테니 말이죠.


이번 호에서는 약국에 소화기능 장애로 방문할 수 있는 환자의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해 보면서 어떻게 환자에게 접근할 것인가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사례1) 가슴이 답답하고 메슥거린다고 한다. 기운도 없고 식욕도 떨어진다고 말한다.

 

필자는 이런 종류의 환자가 오면 몸살이 걸린 것이 아닌가를 우선적으로 확인합니다. 

몸살이 나거나 심한 스트레스, 지나친 업무과다 등을 받을 때 인체는 cortisol분비를 촉진해 스트레스에 대항하게 합니다. 그러나 그 일련의 결과로 혈당이 올라갑니다. 인체는 올라간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서 췌장을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기도 하지만 위장기능을 억제시켜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상태를 만들게 됩니다. 소화기능을 떨어뜨려 혈당을 조절하려는 인체의 방어 작용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호증(어지럽거나 열감이 있거나 입이 텁텁하거나 기운이 없다)을 호소하면서 소화가 되지 않고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하다고 하면 소시호탕이나 시호계지를 추천하면 좋습니다. 필자는 시호계지를 자주 쓰는데 트리메부틴과 함께 사용할 경우 상당히 경과가 좋습니다.


이 경우엔 혈당을 올릴 수 있는 단음식이나 과자, 인스턴트음식 등은 피하도록 하고 소화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부담이 적은 죽을 권하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는 단순 소화제를 사려고 약국에 왔는데, 약사가 그 이상을 이야기 해줄 때 감동을 받곤 합니다. 또한 앞에 소개된 증상은 단순 소화제로 좋아질 수 있는 증상도 아니지요.
 
사례2) 노령의 환자가 가족들과 생일파티를 한 뒤 어지럽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소화효소의 양은 줄어들게 됩니다. 특히 입(침의 분비)에서부터 소화가 이루어지는 탄수화물과 달리 췌장에서 분비되는 효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지방과 단백질 소화의 경우는 나이가 들수록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고령의 환자의 경우엔 치아가 약해지고 침 분비량도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엔 탄수화물의 소화도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과식을 조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 환자의 경우엔 환자의 생일파티를 맞이해 뷔페에 가서 평상시에 잘 먹지 않던 고단백 식이를 한 것이 문제가 된 것 같습니다. 충분한 양의 효소가 분비되지 않는 상태에서 과식을 했으니 소화기관에 무리가 가게 되었고 그로 인해 어지럼증이 온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증상에 쓰면 적당한 반하백출천마탕이나 위령탕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약을 구비하지 않은 약국에서는 소화효소제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일회성인 체기에 수반된 어지럼증에는 위령탕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체기를 다스리는 생약소화제를 주면서 충분양의 소화효소를 추천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됩니다. 그리고 이런 환자에게는 소식을 권할 것과 약국에서 판매하는 효소제품을 평소에 꾸준히 복용할 것을 추천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례3) 음주가 잦은 중년 남성이 메슥거리고 장이 편치 않다고 한다.

 

연말에 많이 보게 되는 환자유형입니다. 속이 메슥거린다고 하고 장도 편치 않다고 말하면서 소화제를 찾습니다.


이런 경우엔 우선 설사 상태를 확인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처럼 쭉 쏟아지지만 아침 설사로 끝난다면 윤장환에 트리메부틴을 주면 좋고, 변의 상태가 푹 퍼지고 자주 화장실을 가게 되며 뒤가 개운치 않고 장명이 심하다면 반하사심탕이 적당합니다.


윤장환은 사물탕에 오령산의 개념인데 장의 혈액순환을 개선시키고 장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만성적으로 장이 차가운 사람들에게 좋은 약입니다. 이외에도 이중탕, 진무탕과 같은 약들이 있긴 하지만 약국 임상에서는 대부분 윤장환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반하사심탕은 상대적으로 변이 물처럼 흐르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연변(푹 퍼지는 느낌)이 많고 자주 화장실을 가게 되는 증상에 적합합니다. 장에 변이 남아있기 때문에 배에서 소리도 자주 납니다. 트리메부틴에 반하사심탕을 함께 주고, 정장제도 같이 주면 좋습니다. 너무 심한 음주로 인한 복통과 설사에는 주증황련탕도 있지만 이 경우는 혈변이 수반되는 정도가 아니면 크게 추천하진 않습니다.


반하사심탕을 쓰면 명치가 답답한 느낌과 울렁거림도 좋아지게 됩니다. 자꾸만 침을 뱉고 싶다면 이도 반하사심탕 증일 수 있습니다. 만약에 아침 설사만 있고 배가 차갑다고 한다면 사물탕에 오령산의 기능까지 있는 윤장환을 장복시키면 좋아집니다. 요즘 많이 쓰이고 있는 고단위 프로바이오틱을 같이 주시면 더욱 좋겠죠.

 

사례4) 오메가-3를 사간 손님이 복용 후 비린내가 난다고 한다.

 

오메가-3를 많이 판매하다 보면 오메가-3를 복용하고 비린내가 올라온다고 말하는 환자가 제법 됩니다. 약사들은 이럴 경우에 오메가-3를 판매하는데 자신감을 잃어버리거나 자신이 판매한 오메가-3 제품의 품질이 나쁘지 않은가 의심을 하게 됩니다.


만약에 환자가 오메가-3를 복용하고 비린내가 심하게 올라온다고 한다면, 환자의 소화효소의 분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오메가-3를 복용해보면 컨디션이 좋을 때는 비린내가 나지 않지만, 피곤하거나 소화기능이 떨어져 있을 때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충분양의 담즙산이 분비되지 않는지, 리파아제의 분비량이 너무 적은 것은 아닌지 한 번 의심해 본다면, 환자의 complain을 현명하게 해결해줄 수 있습니다.


오메가-3를 복용하고 제대로 흡수가 되지 않는다면 이 또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잘 흡수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약사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로 담즙산과 리파아제의 분비량이 충분하지 않다면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그로 인한 결핍증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소화효소와 담즙산 보충제의 섭취를 권해 볼 수 있습니다.

 

사례5) 어깨가 잘 뭉치는 여성의 만성적 소화기능 장애

 

여성이 소화기능 장애가 있다고 한다면 저산증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고 상담을 하셔도 좋습니다. 환자의 얼굴을 봤을 때 코밑부분에 혈관이 확장되어 있고, 상담하는 중간 중간 구취도 올라오고, 모발이 가늘고 손톱도 바짝 깍은 상태라면 저산증으로 인해 단백질과 철분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음식을 통해 섭취된 단백질은 위장에서 충분양의 위산과 만나야 표면적이 증가하고, 효소에 의해 쉽게 섭취될 수 있는 형태로 바뀝니다. 또한 단백질 내에 함유되어 있는 철분 역시 위산 분비량이 적다면 쉽게 이용될 수 없기 때문에 빈혈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단백질과 철분이 부족해지면 우선적으로 위장관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하는데 장애가 올 수 있어서 소화기능 부족이 오게 되고, 또한 만성적인 위무력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빈혈이 있는 소화기능이 약한 여성의 경우엔 저산증에 대한 접근이 그 치료의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염산보충제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비타민C과립을 추천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홍초나 매실추출액을 식전에 복용하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약으로는 안중조기환이 적당합니다. 환자가 어깨결림이나 변비 생리기능 장애도 호소한다면 조경종옥탕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사례 6) 구취가 많이 난다

 

이 경우는 소화장애라고 말하기는 좀 부족한 감이 없지 않지만 약국에서 종종 질문을 받게 되는 경우라서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구취제거에는 인진호탕과 향사평위산을 같이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윤영배 선생님의 ‘방제에서 사람으로’에 소개된 방법인데, 상당히 효과가 좋습니다. 인진호탕은 황달에 많이 쓰이는 처방인데 간염, 피부소양감 등에 쓰이는 약이며, 특히 일본에서는 식중독증에 가장 많이 쓰이는 약입니다.1) 


여기에 음식물의 소화를 도와주는 향사평위산을 함께 주면 숙식 제거에 도움을 주는데 많이 응용할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취가 심한 사람의 경우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불가할 정도도 있는데, 인진호탕에 향사평위산을 쓰기만 해도 대개가 증상 호전을 느낍니다.


제 경우엔 여기다가 담즙순환에 도움을 주는 소화효소제나 엽산, Vit-12, 메티오닌 함유 간장약을 같이 주기도 합니다. 이담제를 같이 주셔도 좋습니다.


또 다른 경우에 구취와 더불어 잇몸이 많이 부은 환자의 경우엔 위열을 꺼줄 수 있는 청위산이나 사위탕 처방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사례 7) 혀에 백태가 많이 낀다.

 

가끔 환자들이 혀를 보여주면서 설태가 너무 심하게 낀다고 하소연하곤 합니다.

 
설태는 그 모양과 색깔로 건강상 문제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데, 이번에는 그 중 지도설에 대해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지도설은 설태가 지도 모양처럼 생긴 것을 말합니다. 주로 알레르기성질환, 기관지 천식 등에 잘 나타납니다.2) 이와 같은 설상의 형성에는 영양 부족이나 기혈 부족을 그 원인으로 말하고 있지만, 현대의학적인 개념에서 보자면 지도설은 저산증과 소화기능 저하로 인한 효모균의 과잉증식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방의 관점에서는 위장의 습열을 그 원인이라고 말하고 양방에서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그 원인이라고 합니다. 얼핏 보면 다른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둘 다 소화흡수장애에 대한 이야기로 위장기능의 저하로 인한 미생물의 과잉증식이 그 원인으로 보입니다.


그 치료에 도움이 되는 방법은 저산증을 개선시키기 위해 비타민씨 과립이나 홍초액 등을 식전에 복용하도록 하고, 고단위 프로바이오틱과 소화효소제를 보충하도록 하면 좋습니다.


실제로 지도설을 빠르게 개선시키는 방법으로 고함량의 프로바이오틱을 혀에 직접 발라주는 것도 좋은데, 그로 인해 효모균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지도설이 아토피와 기관지 천식에서 많이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아토피나 기관지 천식도 소화기능 저하나 저산증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질환인 만큼 그 의미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도설 환자에게 자신감을 갖고 상담에 임해도 크게 틀릴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몇 가지 소화기능 장애로 인해 만날 수 있는 환자의 유형에 대해 설명해 봤습니다. 복통의 위치나 통증의 모양에 따라 질환을 예상하는 방법도 소개해 보고 싶지만 지면상 따로 한 번 정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이번호에선 다루지 않았습니다.


위의 내용들은 최근 약국에서 상담했던 내용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따라서 많이 부족하고 오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동료 약사님들에게 조금이라도 임상적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소개해 봤습니다. 단순한 증상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약국 임상의 폭은 스스로 넓혀갈 수 있습니다. 다양한 임상 경험들을 꼼꼼히 되씹어 봄으로써 약국만의 차별화된 임상영역을 구축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각주)-----------------
1 대성의학사 노영범 임상방제학강좌
2 행림출판 설진입문 마루야마아키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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