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인사관리(上)
병원 인사관리 원칙 10가지 잘 활용하면 신뢰 증가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조직은 점점 늙어

 

부여다사랑병원 최명기 원장


우리 병원 주차장에는 원장 주차자리가 따로 없다. 먼저 오는 순서대로 주차한다. 늦게 오면 원장인 나도 제일 구석자리에 주차해야 한다. 식사 시간도 마찬가지다. 나는 직원들이 먼저 다 식사하고 난 후 식사한다. 나 때문에 직원들의 점심시간이 줄어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다. 환자에게 고개 숙이듯이 직원에게도 고개 숙이려 애를 쓴다. 내가 이러는 이유는 직원에 대한 공평한 대우가 병원 서비스 경영의 시작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병원을 경영하면 할수록 느끼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직원들에 대한 공평한 대우가 인센티브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병원에는 다양한 직종이 근무하고 직종에 따라서 그 임금의 차이가 크다. 전문직인 진료 담당부서는 아무래도 식당, 청소 같은 일용직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는다. 이렇게 직종에 따른 급여의 차이는 어쩔 수 없다. 그런 차이는 직원들도 어느 정도 납득한다. 하지만 직종에 따라서 경영진이 대하는 인간적 태도가 다르다면 그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떤 법인병원에서는 이사장이 의사에게는 존댓말로 깍듯이 대하고, 나머지 직원에게는 마음 내키는 대로 대한다. 간병인이 구하기 쉬웠을 때에는 무시하다가 요양병원이 많이 생겨 구하기 어려워지면 깍듯이 대한다. 돌아가는 상황에 따라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수시로 바뀐다.
따라서 부서별로 차별을 두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연말에 직원들에게 달력을 돌린다고 하면 그 병원에서 일을 하는 직원들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려야 한다. 간호사, 의료기사, 물리치료사 같은 치료진뿐 아니라 일용직 직원에게도 모두 돌려야 한다.
학력에 의한 차별도 주의해야 한다. 특정 의료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일정자격을 갖추어야만 한다. 대부분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학사과정을 마쳐야 한다.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모두 고학력자다. 하지만 학력과 관계없이 원장은 인격적인 점에서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개개인을 편애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원장도 사람이고, 의사도 사람인지라 누구는 내 마음에 들고 누구는 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같은 일이라도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 하면 왠지 더 잘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고 똑같은 일을 했는데 누구는 적극적으로 칭찬을 하고, 누구는 형식적으로 칭찬을 해서는 안 된다. 가급적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
대기업이나 투자은행은 몇몇 우수한 직원이 회사의 흥망을 좌우하기도 한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대규모 계약을 따오는 직원에게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회사가 발전한다.
첨단과학을 연구하는 연구소에서는 천재적인 과학자에게 특혜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그 연구소에서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원과 중소병원은 평균에 해당하는 보통 직원들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직원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준다고 해서 병원이 잘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모두들 소중히 여기고 공평하고 공정하게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평함이 밑에 깔려 있고 그 공평함에 대해서 모든 직원이 신뢰할 때 인센티브도 비로소 빛을 발한다. 인센티브를 시행할 때 힘든 점이 아무도 100% 만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센티브를 많이 받는 직원도 자신이 일한 것에 비해서는 적게 받아간다고 생각한다. 어떤 직원은 자신이 혼자 일을 다 한다고 착각한다.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은 들러리로 일도 안하면서 월급만 챙긴다고 불만을 늘어놓는다. 인센티브를 못 받는 직원은 말 할 나위도 없다.
자신이 능력이 없어서 인센티브를 못 챙겼다고 수긍하는 직원은 거의 없다. 약삭빠른 경쟁자들이 인센티브를 챙기고, 자신은 궂은 일만 한다고 생각한다. 공평하고 공정한 대접을 받는 것만으로도 상식이 있는 직원이라면 열심히 일한다. 공평하고 공정하게 직원을 대하면서 지역 노동시장의 수준에 맞는 적절한 임금을 제공하면 직원의 이직률도 낮아지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을 하려고 애쓴다. 공평함은 그 무엇보다도 의료인인 원장들의 겸손함을 요한다. 진료에 대해서는 의사인 우리가 그 누구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세상과 인생에 대해서는 남들도 나만큼 알고 말할 권리가 있다. 그러한 남들의 지식과 권리와 인생을 인정해 준다면 직원들도 병원을 신뢰할 것이다. 그러한 원칙이 있을 때 팁이나 요령도 효과가 있다. 그러면 신뢰가 바탕이 되었을 때 효과가 발휘될 수 있는 병원 인사관리 팁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인사관리 원칙 10가지
1.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조직은 늙어간다.
2. 고급인력과 저급인력을 나누어라.
3. 아무리 돈을 줘도 아깝지 않은 인재란 없다.
4. 주위에서 얼마 주는지에 너무 신경 쓰지 마라.
5. 단순한 것이 좋다.
6. 진료 파트는 늘리고 관리 파트는 줄여야 한다.
7. 위임과 관리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8. 병원이 고성장인지 저성장인지를 판단해서 안정과 변화 중 하나를 선택하라.
9. 해고과정은 단호해야 한다.
10. 신중해야 실수하지 않는다.

 

1. 새로운 직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조직은 늙어간다.
경기가 안 좋아지면 대기업들은 직원을 해고한다. 거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보유한 생산설비를 매각하지 않는 한 줄일 부분이 인건비 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문은 줄어들고 매출은 감소하고 직원임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해고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직원을 줄이는 대신 생산설비를 매각한다면 더군다나 기계가 없어졌으니 그 기계를 작동시킬 직원이 필요할 리가 없다. 하지만 이건 핑계일 뿐이다. 대기업이 불황에 직원을 줄이는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직원들이 근무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자진 삭감해 인건비를 줄여도 기업은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그 이유는 불황이 아니면 물갈이를 할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호황일 때 오래 일한 경력직원을 구조조정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리해고의 명분은 없다. 또한 파업 등으로 인해서 생산차질이 벌어질 때의 손해가 크다. 따라서 경기가 불황이 되면 기업은 기존인력을 정리한다. 호황이 돌아오면 젊은 직원을 대규모 충원해서 조직을 다시 리바이탈라이즈(Revitalize)한다. 특히 서비스업은 직원의 나이가 중요하다. 젊은 고객을 잡고 싶으면 젊은 직원이 있어야 한다. 특히 피부, 성형, 비만 같은 비급여 의료서비스업은 고객들이 선호하는 직원의 얼굴 나이를 유지해야 한다. 새로운 감각, 새로운 생각을 지닌 젊은 인재가 충원이 될 수 있도록 인력관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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