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천사(葉天士)는 청나라의 천재 의사로 12세부터 유명한 의사인 아버님으로부터 의학을 배웠으나 14세에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가문이 기울어 혼자 남아 아버님의 제자를 찾아간다. 이후 10년간 17명의 스승으로부터 최고의 의술을 배우고 익힌다. 명의들의 장점만을 뽑아서 당시의 치료법과는 다른 탁월함을 보였으며 고전 문헌의 비방(秘方)까지 두루 활용하여 항상 놀라운 효험을 거두었다. 특히 비위(脾胃)와 소아과의 병에 탁월함이 있었다.

 

섭천사는 30세에 강남 일대(양쯔강 아래 지방)에서 가장 유명한 의사가 되었으며 조정의 인사들도 섭천사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섭천사의 섭(葉)은 잎사귀 엽(葉)과 같은 한자이나, 사람의 성을 지칭할 때는 엽이라 읽지 않고 섭이라고 읽는다.

 

청나라 시대는 300여 차례의 온역병(瘟疫病)이 유행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열성 전염병이 심각하였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 섭천사는 상한론의 처방을 많이 사용하였으며 상한론 처방에서 섭천사의 온병학이 나왔다. 온열론(溫熱論)에서 위(衛) · 기(氣) · 영(營) · 혈(血)의 변증(辨證) 체계를 처음으로 만들었던 섭천사의 처방을 인용하여, 오국통(吳鞠通)은 온병조변(溫病條辨)에서 은교산과 상국음이라는 이름을 지어 붙였다.

즉 섭천사가 ‘온열론(溫熱論)’을 통해 온병학설(溫病學說)을 이끌었지만 처방은 상한론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으며 그것을 다시 오국통이 이름을 붙여 오늘날 약국에서 은교산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온열론(溫熱論), 다시 말해 섭천사의 바이러스 및 어떠한 내외적 요인으로 인한 열성 질환에 대한 생각은 오늘날 소아과 질환에 활용할 여지가 많다.

 

“소아에게 열성 질환(피부병 고열)이 많이 생기는 이유는 순양지체(純陽之體)여서 기혈이 열로 변하기 때문이다. 음식이 소화되지 않고 안에서 쌓이고 이것이 열로 변해 발생하는 것이니 소화기를 치료하는 한약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즉 비위에서 분해되지 않고 염증화하는 걸 막기 위해 비위를 살리면서 이미 생성된 염증 물질을 처리하고 열을 가라앉히는 한성의 약을 써야 한다는 것으로 이때, 섭천사는 신기능을 보하면서 사용할 것을 권한다.

 

섭천사의 치험 사례를 보면 열격반위(噎嗝反胃)에 관한 내용도 나온다.

열噎은 식도의 상부가 건조하여 목이 메어 물은 넘어가도 음식물을 넘기기 어려운 증상이고 격嗝이나 반위反胃는 위장으로 음식이 들어가지 못하고 식도와 위장 사이에 걸려 있다가 다시 나오는 증상을 말한다. 원인으로는 부정적인 감정에 의해 혈액과 인체의 생리에 필요한 수분이 모두 마르게 되는 혈액구모(血液俱耗)를 꼽는다. 한마디로 열격반위(噎嗝反胃)는 혈과 진액이 말라서 일어나는 질환으로 음혈이 마르기 쉬운 태양인에게 잘 일어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음혈의 보충이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키위, 비타민C, 유기산, 육미지황탕, 포도, 레스베라트롤, 모과, 노근, 오가피 등의 섭취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래 섭천사의 실제 치험 사례가 있다.

아래 치험 사례의 처방은 위양허(胃陽虛)를 살피는 처방 의미도 함께 들어있다. 열을 풀고 진액을 보하면서 조금 따뜻하게 위장 운동을 돕는 구성이라 마냥 찬 약만 쓰지 않았다.

[열격반위증 –섭천사 임증지남의안臨證指南醫案]

 

 

이를 토대로 오늘날 열격반위증으로 흉부와 위장이 더부룩하고 그득하며 트림을 하고 토하는 증상에 대해서 약국에 있는 OTC처방, 이렇게 활용할 수 있다.

 

 

 

 

 

 

 

 

 

또 섭천사는 비위의 소통과 인체의 소통을 중시하였으며 이 때 하초를 보해 신허를 치료해야 함을 설파하였다.
이는 但固補實下(단고보실하), 須通奇經(수통기경)이라고 하여 견고하게 보하는 약으로 하초를 실하게 하고 기경맥을 소통시켜야 한다는 말에서도 드러난다. 

 

관련 사례를 소개한다.

“섭천사가 살던 소주(蘇州 쑤저우) 지역에 한 고관의 아들이 서른 살이 넘도록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주색에 빠져 살았다. 하루는 이 아들이 집안의 은화를 훔치다가 아버지에게 들켜 추상같은 불호령을 듣고 그 충격으로 앓아누워버렸다. 처음엔 감기와 같은 증상을 보이더니 병이 점점 깊어져 혼수상태에 빠져들었다. 걱정된 아버지는 명성 있는 의사를 모셔오는 한편, 몸이 허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 같아 며칠간 독삼탕을 끓여 먹였다. 그랬더니 병이 오히려 더욱 깊어져 몸이 시체처럼 굳어지면서 피부에 몽우리가 수없이 생겨났다. 

죽을 고비에 이른 그 아들을 섭천사가 보게 되었다. 섭천사는 큰 소리로 웃으며 40대를 때려도 죽지 않을 병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며, 가족을 안심시키고 손수 처방한 약을 먹였다. 고관의 아들은 3일 후 말을 할 수 있게 됐고 5일이 지나자 일어섰으며 한 달 후 건강을 완전히 회복했다.”

 

 

이 환자는 주색에 빠져 산 탓에 신허(腎虛)와 간울(肝鬱)이 있고 정신에도 이상이 생겼다. 보기(補氣)를 할 목적으로 독삼탕이라는 인삼을 사용한 처방으로 강력하게 보했더니 온몸에 덩어리가 생겨서 목숨이 위태로워졌다.

 

이미 간울이 있고 독소와 염증이 있는 상태에서 기운을 강하게 보하는 약을 사용하는 바람에 해독이 안 되어 온몸에 덩어리가 생겼던 것이다.

이때 섭천사가 사용한 약이 나복자(蘿蔔子)이다.

 

 

 

나복자(蘿蔔子)는 무 씨로서 치밀어 오르는 기를 내리는 역할을 한다. 기침, 천식, 식적, 복부팽만, 가슴 답답함, 설사, 이질을 치료하며, 소화를 돕고 기를 내려 담을 삭게 하는 효과가 있다. 사실 환자의 병은 허해서 온 것이 아니라 순환이 원활하지 않고 기가 막혀서 온 병이었던 것이다.

 

 

나복자(蘿蔔子)가 들어있는 약국 한약제제가 바로 연라환(連蘿丸)이다.

 

 

연라환(連蘿丸)은 향부자, 청피, 오수유, 익지인, 황련, 치자, 개자, 봉출, 삼릉, 도인, 천궁, 나복자, 신곡, 산사로 구성되어 기울을 풀고 막힌 걸 뚫고 소화기를 돕고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섭천사는 “동물성 약물로서 혈육(血肉)을 보충하고 길러내며 기경맥을 소통시키고 보하는 약을 써야 한다”며 “식물성 약물들은 모두 무정(無情)에 속하여 정혈이 피폐해진 것을 치료하지 못하여 효과가 없다”고 강하게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섭천사의 이론과 경험을 따른다면 보하는 약을 사용할 때 아미노산 위주로 쓸 필요가 있다. 맥주 효모와  콜라겐을 보하는 약으로 활용한다.


또한 섭천사의 온열론 가운데 ‘피부 치법’ 역시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한 가지만 소개한다.
 

 

이를 보면 부스럼 또한 습사(濕邪)의 울체를 해소하고 기액의 고갈을 보해야 함을 말하고 있다.

습사의 울체를 다스리는 약국 한약제제 처방은 용담사간탕, 인진호탕, 향사평위산, 오령산, 월비가출탕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서의 기액의 보완은 비타민B군, 비타민C, 비타민D, 아연 등을 고려하며, 이 때 항산화제도 필요하다. 

 

이렇듯 섭천사가 제시한 다양한 열성 질환에 대한 상황별 치법은 오늘날에도 적용할 내용이 많다. 다른 주제에서 또 섭천사의 치법과 이론 등을 소개하겠다.
섭천사의 온열론은 코비드19 등 전염성 바이러스 질환의 위협이 상존하는 현 시대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청나라의 천재 섭천사의 일대기와 치험 사례를 통해서 약국 한약제제의 이해를 돕고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 힌트 또한 많이 제공했다. 약국 한약제제에 대한 이해가 보다 커지고 한약제제가 보다 가까워지고 영양소와 함께 실전에서의 활용과 상담에도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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