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걸리면 경증이라도 인지기능이 저하할 우려가 있다고 내셔널지오그래픽가 보도했다.

 

3일 반 동안 열과 기침으로 누워있던 엘레나 카츠업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서 회복되었다고 생각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작가이자 교사인 그녀는 20221월말에 감염되었지만, 다행히도 경증으로 끝났다. 호흡곤란 증상이나 입원의 필요는 없었고, 며칠 후에 회복되었다.

 

건강하게 되어서 정말 잘 됐다고 생각했다고 카츠업 씨는 말한다. 그러나 그 다음 날 갑자기 증상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구역질과 복통, 기묘한 건망증이었다

 

카츠업 씨는 그 날 이후, 집중력 결여를 동반한 급성 기억상실을 경험했다. 대화 도중에 머릿속이 하얗게 되거나 말이 안 나오게 되었다. “육체적인 고통은 없지만 매우 짜증스러웠다고 그녀는 말한다.

코로나19는 경증이어도 인지기능이 저하할 우려가 있다(그림 출처 - 구글)
코로나19는 경증이어도 인지기능이 저하할 우려가 있다(그림 출처 - 구글)

 

미국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수가 누적 8,000만을 넘었는데,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 같은 브레인 포그로 괴로워하는 생존자가 약 4분의 1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202110월에 의학지 ‘JAMA Network Open’에 발표되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정신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에드워드 쇼타 교수에 따르면, 브레인 포그는 정식 의학용어는 아니지만, 혼란, 언어 찾기 곤란, 단기 기억상실, 현기증, 집중력 결여 등 일련의 증상을 모두 표현하는 용어라고 한다.

 

논문에서는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인지기능이 저하하는 비율이 약 3배였다. 하지만 학술지 네이처에 최근 발표된 뇌 스캔 결과에서는 입원하지 않은 경증 환자의 경우에도 뇌의 일부가 축소되고, 10년분의 노화에 상당하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제시되었다.

 

“(코로나19에 의한) 신경 손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파인버그의학부의 신경학자 아유슈 버틀러 씨는 말한다. “생물학적 증거, 생화학적 증거, 그리고 X선 촬영에 의한 증거가 있다. 또한 더 중요한 것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다는 것이다. 증상은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생활의 질을 저하시킨다

 

버틀러 씨와 공동연구자들은 37일부로 의학지 ‘Neurology: Neuroimmunology & Neuroinflmmation’에 발표한 연구에서 신경·정신에 관한 증상이 있는 코로나19 후유증 환자의 혈액 중에 뇌신경세포의 손상이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화학적 지표를 발견했다.

 

코로나19가 뇌에 주는 심대한 영향

경도의 코로나19에 의한 신경 장애에 대해서도 가장 유력한 증거가 감염 전후의 뇌의 변화를 조사한 영국의 연구자들에 의해 제시되어 37일부로 의학지 네이처에 발표되었다. 앞서 언급한 네이처의 논문이 이것이다.

 

영국 바이오뱅크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실시된 이 연구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전에 뇌 스캔을 한 51 ~ 81세의 785명을 대상으로 평균 3년 만에 뇌 스캔을 촬영했다. 검사와 의료기록에 따르면, 참가자 중 401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있었다. 대다수 경증임이며, 입원한 것은 401명 중 14명뿐이었다.

 

분석 결과 경증의 코로나19 환자는 감염으로부터 4개월 반 후, 건강한 사람에 비해 뇌의 각 부위의 용적을 평균 0.2~2% 상실하고, 신경세포가 있는 회백질이 얇아졌다는 것이 밝혀졌다. 참고로 보통의 고령자의 경우에는 기억에 관련하는 부위인 해마의 회백질이 매년 0.2~0.3% 상실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후각에 관련된 뇌의 영역에서는 코로나19 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0.7% 더 많이 조직이 손상되었다.

 

인지 테스트 성적도 감염 전보다 급속히 저하됐다. 주의력, 시각적 탐색 능력, 처리 속도 등을 측정하는 2개의 테스트에서는 소요시간이 각각 8%12% 길어졌다. 한편, 기억재생, 반응시간, 추론력을 측정하는 테스트에서는 유의하게 늦지는 않았다.

 

이 인지능력 저하는 뇌의 특정 부분의 회백질 감소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를 이끈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신경학자 그웨나엘 두오 씨는 말한다.

 

2022317일부로 의학지 ‘Alzheimer’s & Dementia’에 발표된, 이제까지의 연구결과를 총괄한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주의, 기억, 실행기능 테스트에 있어서 유의하게 낮다는 것이 제시되었다. 프랑스 파리대학 라히부아지에병원의 신경과의사 쟈크 유곤 씨는 뇌가 자연히 나을지, 그리고 인지 재활을 해도 환자가 회복할지조차 확실하지 않다고 말한다.

 

뇌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는 알지 못한다신종 코로나가 뇌에 주는 손상은 다양한 신경변성질환으로 발전해 갈 가능성도 있다. “현재 확실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그 리스크는 있다. 앞으로 몇 년간은 (환자를) 주의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통로가 증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바이러스 감염이 장기에 걸친 인지기능 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다. 바이러스 감염이 세계적으로도 신경질환을 현저히 증가시킨다는 것은 정설이 되었다.

 

코로나19 감염증이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자 사이에서 의견이 일치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19바이러스는 다양한 장기(臟器)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통로는 많다.

 

코로나19 감염증은 호흡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20208월에 의학지 ‘Brain Pathology’에 발표된 핀란드의 데이터에서 보이는 것처럼 뇌가 산소부족이 되는 경우가 있다. 드물게, 뇌염이 발생하여 뇌가 손상하는 경우도 있다.

 

더욱 넓은 영향으로는, 코로나19에 의한 격렬한 면역반응이 면역계 단백질인 사이토카인의 폭주를 일으켜 온몸의 염증이 증폭하는 경우가 있다. 장기에 걸친 염증은 인지기능 저하와 신경변성질환을 가져올 우려가 있으며, 코로나19 환자도 예외는 아니다.

 

또한 코로나19 감염증은 최장 6개월간 혈전 리스크를 높여 뇌조직의 산소를 뺏는 뇌졸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20212월에 의학지 ‘JAMA Neurology’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코로나19 감염증으로 사망한 사람의 뇌의 모세혈관에 뇌졸중 및 신경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거핵구(혈전의 원인이 되는 혈소판을 만드는 커다란 골수세포)’가 발견되었다.

 

코로나19 감염증으로 사망한 젊은 환자의 뇌에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간주되는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이 있었다는 보고를 근거로, 생존자는 알츠하이머병의 리스크가 높아지지는 않을까 라고 우려하는 과학자도 있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뇌에 침입했다는 직접적 증거를 보여주는 연구도 축적되고 있다. 202112월에 심사 전 논문을 투고하는 서버 ‘Research Square’에 공개되고, 학술지 ‘Nature Portfolio’에서 심사 중인 미국국립위생연구소(NIH)에 의한 논문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폐와 호흡기관 등의 범위를 훨씬 넘어 확산되는 것이 제시되어 있다. 면역계가 체내에서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는 것이 브레인 포그를 포함한 후유증의 잠재적 원인일 가능성이 시사된다.

 

인지기능이 저하한 사람을 파악하기 어렵다

감염 후 곧바로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는 탓도 있어 인지장애를 발증한 코로나19 감염자의 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그리고 이것이 커다란 우려의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IT 매니저를 하고 있는 미국 육군 퇴역 군인인 리처드 뉴먼 씨가 그랬다. 20216월에 중도의 코로나19 감염증에 걸리고, 2주간을 집중치료실에서 보냈다. 하지만 사람을 인식할 수 없는 등 인지에 관련된 문제가 생기게 된 것은 퇴원 후 1개월이 지나고 나서였다.

 

얼굴은 안다. 그 사람을 분명 알고는 있는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뉴먼 씨는 말한다. 그의 증상은 처음 코로나19 감염증이라고 진단받고 나서 8개월이 경과해도 별로 개선되지 않는다. “최악이다. 생활의 질이 엉망이 되었다

 

20219월에 의학지 ‘PLOS Medicine’에 발표된 미국의 59개 의료기관에 있는 8,000만 명을 넘는 데이터를 사용한 연구에 따르면, 6개월간의 추적조사로 인지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된 코로나19 감염자는 약 8%였다. 하지만 이번 영국에서의 연구가 보여주듯이, 코로나가 경증이라도 리스크가 있는데, 뉘 늦게 나타나는 신경증상과의 사이에 연관성이 발견하지 못하면 그러한 환자를 추적하는 것은 어렵다. 또한 차별과 편견을 두려워 하여 경험하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을 꺼리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전문가들은 백신이 널리 보급되었고, 비교적 경증의 오미크론 변이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인지장애의 가능성을 경시한 채 경계를 지나치게 풀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하고 있다. 백신은 중증화를 막는 효과가 높지만, 후유증은 막지 못한다는 것이 2021118일에 심사 전 논문을 투고하는 서버 ‘medRxiv’에 공개된 논문에서 시사되었다.

 

사망과 중증례에만 주목하는 관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옥스퍼드대학의 두오 씨는 말한다. “후유증에 관한 연구에서는 경도의 감염으로도 손상을 받을 가능성이 시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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