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낮은 보험수가 때문에 경영에 어려움을 느낀 개원의들이 비급여를 돌파구로 삼았다. 그런 와중에 2007년 10월 보건복지위 소속 안명옥 의원은 서울시 25개 자치구별 비급여 수가 세부내역을 공개했다. 진단서 발급 수수료, 임플란트, 스케일링, 쌍꺼풀 수술, 라식 수술비용 등을 발표하면서 그 가격의 편차가 크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의 발표 의도와는 상관없을 수 있으나 신문에서는 그 가격의 편차가 크다는 것을 근거로 병의원들이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안 의원은 “신고 된 수가가 지켜지고 있는지 당국이 실태조사를 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며 복지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법에 의해서 건강보험 환자의 경우 의료보험 수가를 지켜야 한다. 원가도 보전이 안되는 낮은 의료수가를 고려할 때 보험수가보다 더 진료비를 받으면 안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하지만 법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법을 바꾸기 전까지는 지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비급여 부분에 대해서까지 이렇게 문제를 삼는 것은 의료산업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심히 염려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다시 읽은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저자는 15년간의 누적수익률이 주식시잔 평균수익률 3배 이상을 보인 회사들을 골라서 연구를 했다. 그리고 그들 중 독립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린 기업들만 골랐다. 이러한 성장 회사들의 특징 중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단계의 리더십


저자가 가장 먼저 주목한 점은 의외로 CEO의 자질이다. 우리나라는 반기업적 정서 때문에 CEO가 회사 경영에 기여하는 바에 대해 폄훼하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다. 하지만 저자와 연구진들은 개인적 겸양과 직업적 의지가 결합된 CEO가 지속적인 성장을 가져왔다고 분석한다. 야망을 자기 자신이 아닌 회사에 우선적으로 바쳐야 한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병원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CEO로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병원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많은 돈을 벌어서 수입차도 몰고 유명 골프장 회원권도 사고, 강남에 대형 아파트를 사는 것도 병원을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오랜 기간 봉직의로 일하다가 내키지는 않지만 친구들이 다 개업을 하고 원장이 되었기 때문에 자신도 원장님 소리 듣기 위해, 다시 말해 명예를 위해 개업하는 수도 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의료기관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2차적인 이익에 앞서 무조건적으로 자신의 병원을 아까고 사랑하는 헌신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의 병원의 규모가 작고 입지가 외진 곳에 있더라도 남들에게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최선을 다해 공을 들여야 한다. 때로는 서울 외곽이나 시골에 개원을 하다가 그만두고 이른바 강남에 버젓하게 개원을 했다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분이 있다. 병원이 잘되면 언젠가는 돈이 따라온다.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 병원을 한다고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병원에 헌신하고 내가 현재 하고 있는 병원을 사랑하고 아껴야 한다. 그러면 병원은 언젠가 우리에게 그 보답을 할 것이다.


사람 먼저, 다음에 할 일


내가 의료경영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 MBA이기 때문에 친구들 중 본인의 병원경영에 대해 물어보는 이들이 많다. 내 나름대로 좋은 전략을 제시해 주지만 그들 중 그 전략을 조금이라도 실천에 옮기는 이들은 거의 없다. 타당성 유무를 심각하게 검토하는 이들도 별로 없다. 내가 알려준 아이디어가 다른 경쟁자를 통해 현실화되어서 그들이 성공하는 것을 본 다음에는 그제서야 “그때 네 말을 들었어야 하는데...”하고 이야기를 한다.


좋은 전략과 아이디어는 결국 정보다. 조금만 마음을 열면 좋은 정보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그 정보를 실천에 옮기는 것은 사람이다. 좋은 사람들이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그 사람들이 일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특히 사람이 먼저라는 것은 지속성과도 이어진다. 명석한 두뇌로 좋은 정보를 알아내고, 그 다음에 강력한 의지로 그 정보를 실천하는 것은 사람이다. 일회적으로 히트를 치는 것은 적절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계속적으로 성공확률을 높이는 것은 정해진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사람은 중요하다. 동료 의사들끼리 만나면 가장 흔히 ‘직원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서로 이야기 하게 된다. 하지만 과연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 가능할까? 적게는 20년, 많게는 40년 동안 한 사람이 살아온 습관이 일을 하면서도 드러나는 것이다. 게으르고 무책임한 사람이 직장 밖에서 살아가는 습관을 모두 버리고 직장 안에서 두 얼굴의 사람처럼 변신해 책임감 있고 부지런하게 행동할리는 없다. 돈도 관리할 수 있다. 약, 의료기기도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직원은 관리할 수 없다, 사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관리가 필요없는 적절한 사람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은 일사천리다. 특히 요즘같이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인력이 귀할 때 우리가 귀담아들어야 하는 말이다. 아무리 급해도 시간을 두고 적절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

 

현실 직시하되 희망 잃지 말아야


보험수가가 낮고 정부의 간섭이 증가하는 의료현실을 이야기할 때 열이면 열 의사들은 화를 내면서 이야기한다. 우리는 옳고 정부는 그르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바꾸어보고자 한다. 우리에게는 불리하고 정부에는 유리하다는 말로. 감정이 배제되어야만 우리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거시적인 경제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정책은 계속될 것이다. 다만 속도의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아무리 높아도 5% 내외일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 성인들은 10% 경제성장률일 때 성장을 했다. 따라서 현실은 5%성장인데 10% 경제성장률대의 의식구조를 가지고 산다. 시간이 지나면 고속 성장하던 시절처럼 돈도 모으고 집도 사고 자산도 불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성인들의 머릿속과 실제 현실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내 5%를 빼앗아 가고 있기 때문에 내가 가난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5%성장률에서 자라나는 새로운 세대들이 성인이 되면 5%에 맞는 의식구조를 가질 것이다. 그때까지 이 나라에서 상위소득계층은 집단매도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의사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아무리 합리적인 명분을 가지고 있더라고 의사에게 유리하게 제도가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정부 재장에 대한 폭탄에 해당된다. 의료비의 증가, 사회복지예산의 증가는 정부가 국채를 내서 빚을 지기 전에는 조달할 가능성이 없다. 북한과 통일이 되어서 국방비가 현저히 줄어들고 북한의 젊은 노동력이 우리 경저에 흡수되는 기적과 같은 상황이 일어나기 전에는 정부는 병의원에 대한 의료비를 최소화해야만 한다. 마음 같아서는 정부는 병의원의 숫자를 동결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도 없다. 이러한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 누가 의료계의 리더가 되더라도 단번에 우리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바꿀 수는 없다. 그 의료계 리더가 10% 성장률을 달성하고 혁명적인 이민정책으로 노인인구 비율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냉혹한 사실을 인식해야 하는 이유는 절망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아무리 불리한 상황이 오더라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현실에 대해 최대한 냉혹하게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그래야만 각 병의원의 냉정한 장단기 경영계획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열정, 실력, 경제적 보상의 융합


그저 괜찮은 회사에서 놀라운 성장을 보인 위대한 회사로 전환하는 데 성공한 경우 다음 세 개의 교집합이 이루어지는 사업영역에 집중을 했다.

-당신이 깊은 열정을 가지는 일
-당신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일
-당신의 경제 엔진을 움직이는 일


대부분의 의사는 6년 동안 의과대학을 다니고 1년 인턴, 4년 레지던트 11년의 시간을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 보낸다. 그렇게 전문의가 되고 나서 그만두고 다른 직종을 선택해서 의사일 때와 비슷한 정도의 수입을 얻기란 쉽지 않다. 우리 경제 엔진을 움직이는 일은 누가 뭐라 해도 의료업이다.


물론 안철수 선생같이 기업인으로 성공한 분도 있고, 시골의사 박경철 선생같이 경제전문가로 성공한 분도 있다. 그런 분들은 의료업이 아니지만 깊은 열정을 가지고 최고가 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서 경제 엔진에 해당되는 금전적인 보상마저도 얻었다. 본인이 이런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된다면 여러분도 도전해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들은 일단 경제 엔진을 돌리는 의료업 내에서 깊은 열정을 가지고, 최고가 될 수 있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


때때로 몇 년간 정성을 들여서 나름대로 환자가 많은 개인의원을 일구어낸 분들이 피부미용이나 비만을 하는 동료들이 높은 수입을 얻는 것을 보고는 보험과에서 비보험과 전환을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자신이 피부미용에 깊은 열정을 가지지도 않았고, 진료 영역과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세상은 돌고돌고 정책도 바뀌게 된다. 지금은 정부가 계속적으로 의료비를 규제하지만 언젠가는 저수가 정책의 부작용에 귀 기울여야만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때는 다시 조정이 이루어진다.


자신이 열정을 가지고 있고 잘하는 보험과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현재 진료영역과 연계되어 있으면서 내가 열정을 가지고 잘할 수 있는 영역을 하나씩 추가해서 집중해야 한다. 내가 하는 진료과목에 신기술을 도입하고 고객으로서 환자를 더 잘 대하는 노하우를 쌓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병원에 출근해서 일하는 것이 지겹다면 그것이 바로 문제의 시작이다. 의료 환경이 안 좋아서 일을 하는 것이 재미없다고 얘기하는 분이 많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이 의료 환경은 도전해야 할 극복의 대상이다. 그 누군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 방법은 적절한 사람을 직원으로 채용해서 자발적인 규율을 만들고,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해서 더 이상 실망하지 않고 끈기를 가지고 대처하는 것이다. 내가 잘할 수 있고 내가 열심히 할 수 있는, 나름대로 경제적 보상을 주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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