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까지 빠른 회복세를 나타냈던 국내경제는 하반기 들어 성장활력이 다소 둔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대외부문의 수요 둔화 추세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데 수출의 전기 대비 증가 추세가 현저하게 낮아졌고 IT부품을 중심으로 가격 하락 추세가 본격화 되고 있다.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 등 세계경제 불안요인들이 빈번히 불거지고 국내적으로도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과 소비자 심리가 쉽게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성장률 4%로 하락


국내 경제의 성장 둔화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경제위기 과정에서 세계 경기가 우리나라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더욱 크게 나타났다. 위기를 맞아 주요 선진국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률이 급락했다가 회복기에는 개도국들과 유사하게 높은 성장세를 보인 바 있다. 세계 경기 상승세가 다시 둔화되면서 내년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올해보다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경기회복 기간 중 우리나라가 누렸던 세계 교역 환경의 이점들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내구재와 관련 부품, 장치산업 부문의 대기수요가 충족되면서 이들 부문의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원화는 경쟁국 대비 높은 절상 추세를 보이면서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투자의 활력도 크게 떨어질 것이다. 지난해의 극심한 투자위축에 따른 시설 부족과 수출의 빠른 증대가 올해 설비투자의 가파른 상승을 이끌었지만 내년에는 설비확장의 유인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 경기의 불확실성 지속으로 건설투자는 내년 중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소비는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완만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고용과 임금의 회복추세가 올 하반기까지 이어지면서 내수경기를 떠받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빠르게 개선된 기업이익이 시간을 두고 일정 부분 배당이나 임금의 형태로 수요확대에 기여할 전망이다.


올해에는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하반기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제성장률이 6%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내년에는 성장률이 4% 내외로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이는 2000년대 들어 위기 이전까지의 평균 성장률 4.7%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내년 초반까지 성장활력의 하락 추세가 지속되다가 하반기 이후 세계경제 상황이 다소 안정되면서 국내경제도 회복국면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경기 둔화-경쟁격화로 수출 타격


수요부문별로 보면 수출이 내년 성장률 하락의 주된 원인이라 볼 수 있다. 우리 수출에 2~3개월 정도 선행하는 OECD 경기선행지수가 4월을 정점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의 계절조정 전기 대비 성장 속도는 지난해 4분기를 피크로 하향추세를 보이다가 올 하반기 들어서는 전기 대비 감소세까지 나타나는 상황이다. 


향후 세계경기 성장세 둔화가 본격화되면서 우리 수출도 활력이 크게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력 제품인 내구소비재의 대기수요가 일단락되면서 관련 부품의 수출도 둔화될 전망이다. 반도체, LCD 등에 대한 우리나라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은 내년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일본, 대만 등의 공급확대로 수출단가 하락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철강과 석유화학 수출은 투자 조정을 통해 경기 확장 속도를 조절하고자 하는 중국의 수요 변화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다.


내년 중에는 둔화된 수요를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개도국 시장에 소홀했던 일본과 구미 기업들이 신흥시장을 잡기 위해 현지화 전략을 크게 강화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내년 경쟁여건은 올해보다 불리해질 전망이다. 원화는 주요 경쟁국 환율에 비해 가장 큰 폭으로 절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국의 인건비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중국을 생산기지로 하는 우회수출의 원가경쟁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세계경기의 둔화와 경쟁여건 악화 등으로 내년 우리나라 수출증가율은 한자리 수로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민간소비, 완만한 성장세 지속


수요부문 중 소비는 둔화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활력 저하로 소득 창출이 둔화될 것이라는 점은 내년 소비에 가장 부정적인 요인이다. 위기 이후 빠른 속도로 늘었던 내구재 소비도 대기수요가 충족되면서 증가세가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부문으로부터의 고용 및 소득 지원 등 부양책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도 소비활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부동산 가격은 내년중에도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어 자산효과에 따른 소비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내년중 예상되는 금리 인상도 적자가계의 소비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다만 올들어 고용사정이 뚜렷한 개선추세를 보이고 있고 임금도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가계의 구매력이 개선되고 있어 소비의 급격한 위축을 막아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수출의 빠른 회복에도 불구하고 소비증가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고용 및 임금이 통상적인 경기회복 국면에 비해 늦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교역조건의 개선으로 실질국민 소득이 늘어난 효과가 점차 고용과 임금에 반영되면서 소비둔화 속도를 완만하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환율 하락으로 수입물가가 안정되는 점도 가계의 실질적인 구매력에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성장률을 소폭 밑도는 3%대 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투자 마이너스 성장 예상


올해 설비투자는 20% 가까운 가파른 증가세가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설비투자의 급격한 위축으로 생산설비가 부족해진 가운데 올 상반기까지 제조업 수출이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기업 투자심리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었기 때문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최근 제조업 가동률은 85%에 달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향후 설비투자 확대압력이 커지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들이 투자를 최대한 자제하고 기존 설비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현재의 수요확대는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국내외 경제의 중기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기업들이 미래의 수요에 대비한 투자를 늘리지 않는 전세계적인 투자 보수화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게 될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미루었던 투자 대기수요가 올해 일단락되고 올 하반기 이후 수출증가 추세가 꺾이게 되면 설비투자 압력이 줄어들면서 가동률도 다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건설투자의 심한 부진은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주택가격의 하향 기대가 쉽게 사라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도권 지역 미분양 수가 2만8천호를 넘어서고 준공 후 미분양 비율은 47.4%로 역대 최고치를 보여 신규주택시장에서의 공급과잉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높은 부채비율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사들이 자산매각, 출자전환 등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보수적인 경영이 불가피하다. 신회계기준 도입으로 건설업 평균 부채비율은 약 200%p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보금자리 주택 등 당초 기대되었던 공공부문의 주택건설 역시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1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LH 공사의 재무구조 악화와 지자체의 부채확대로 인해 기존 개발사업이 중단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지자체는 매년 40조원 규모의 신규사업을 추진해왔는데 내년에는 신규사업 규모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4대강 사업, 행복도시 건설 등 정부주도의 토목건설이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예산상의 제약으로 인해 도로나 철도 부문 건설사업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요인들을 감안할 때 내년 건설투자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조업 중심 취업자 수 둔화


고용사정의 회복은 하반기 들어서도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동안 구조적 감소추세를 보였던 제조업 부문 취업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고용회복을 주도하는 상황이다. 수출과 투자수요 확대로 기업들이 위기기간 중 미루었던 고용확대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수출 활력이 낮아지면서 제조업 부문에서의 고용증가 추세는 뚜렷이 둔화될 것이다. 세계경기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미래 수요에 대비해 고용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과거 위기 시에도 회복기중 고용이 빠르게 늘었다가 인력부족 현상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다시 고용증대가 멈추는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다만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져 있어 제조업 부문에서의 고용둔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의 완만한 회복에 힘입어 서비스업 부문의 고용증대 추세는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도소매업이나 음식 및 숙박업 부문에서 자영업 구조조정이 지속될 전망이지만 사회적 수요가 많은 보건 및 사회복지, 고부가 부문인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교육 서비스 부문에서는 지속적으로 고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건설과 부동산, 금융부문의 부진은 내년까지 이어지면서 이 부문에서의 고용 창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물가 3% 내외 안정


올해 빠른 실물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은 2%대의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위기 기간 중 총수요의 감소로 인해 크게 늘었던 디플레이션 갭(공급능력-총수요)이 여전히 채워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압력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지수는 1%대의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내년에도 물가의 안정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성장세 둔화로 디플레이션 갭이 채워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절상과 국제 원자재 가격 안정으로 수입물가 상승폭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공공요금 인상 등에 의한 비용 측 물가상승요인이 있을 것이나, 국내외 경기의 불확실성 등으로 물가상승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완만하게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는 올 4분기 이후 기저효과에 의해 전년동월비 기준으로 3%를 웃돌 것으로 보이지만 전월비 기준으로는 안정적인 모습을 지속할 것으로 판단된다. 내년 평균 소비자물가는 한국은행의 목표범위인 3%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 인상, 완만하게 이루어진다


경기회복세가 지속되고, 정책금리도 인상되면서 2011년 국내 금리는 현재 수준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물가에 대한 우려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차 줄여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성장률 둔화, 불안정한 대외여건으로 정책금리 인상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내년말 기준 3% 내외를 기록할 전망이다.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4%, 회사채(AA- 기준) 수익률은 5% 내외로 높아지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 금리 상승폭이 내년에도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자금 수요 부진 때문이다. 설비투자 증가세 둔화로 인해 내년중 기업의 자금수요가 둔화될 전망이다. 부동산 경기 부진으로 주택, 토지 등 부동산 취득을 위한 가계대출 증가율도 예년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경제 전체적으로 대출증가율이 명목경제성장률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경제의 부채부담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상당기간 유지되면서 해외로부터의 자금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채권투자 규모는 2010년 9월 현재의 73조원에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국내금리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내년 하반기 이후 선진국 금리가 인상될 경우 국내로의 자금유입 추세가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중 가계와 기업의 부실이 확대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5년 이후 명목성장률보다 2~3배 높은 속도로 대출이 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존 대출에서의 부실이 꾸준히 발생할 전망이다. 특히 PF 대출과 관련해 부채부담이 크게 늘어난 건설업, 그리고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저소득 가계를 중심으로 부실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여기에 금융권의 외형확대 경쟁도 리스크 요인이 될 것이다. 부진한 대출수요와 꾸준한 자금유입으로 금융기관들이 대출경쟁에 나설 경우 리스크 관리 기준이 느슨해지면서 부실 대출이 늘어날 우려도 있다.
 
원화, 경쟁국 대비 큰 폭 절상


지난 5월 이후 남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여건의 악화와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 증가로 인해 불안한 모습을 나타냈던 원화환율이 최근 들어서는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다. 9월 현재 달러당 1,160원 수준의 원화환율은 원화의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약 5~10% 가량 저평가된 것으로 추정된다. 원화가치의 저평가와 향후 경상수지의 흑자기조 및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 가능성을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의 하락 추세는 올해 말, 그리고 내년까지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요국의 경기둔화 움직임이나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서 금융 불안이 재차 확대될 우려가 남아있기 때문에 원화의 절상속도는 올해보다 완만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원화환율은 달러당 평균 1,100원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의 절상 폭은 주요 국제 및 아시아 통화들에 비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그림 19> 참조). 특히 원화가 절상되는 데 반해 엔화는 절하될 것으로 보여, 원/엔 환율은 원/달러 환율보다 하락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박혜선 기자 keisen@b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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