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경 / 부산시 서구 사하구 오거리약국

 

1991년 이화여대 제약학과 졸업
1993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수료
2003년 경성대학교 약학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2010년 경성대학교  약학대학원 박사과정 졸업
2008년 대한약사회주최 복약지도 경연대회  장려상 수상
2009년 경기도 약사회 학술대회 우수상 수상


약국 효자 고객의 첫째은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자이다. 이들 질환은 완치를 위해서 약을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 혈압을 관리하고 혈당수치를 낮추어 남은 생을 건강히 유지하기 위해서 약을 복용한다. 힘들지만 이런 냉엄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혈압, 당뇨약 복용과 함께 식이요법 운동요법을 병행해 건강을 유지할 수가 있다.


이러한 환자들은 매달 약국에 정기적으로 방문을 하게 됨으로 얼굴이 익어 우리는 상당히 친밀감 있게 생각한다.

 

“어서 오세요. 혈압약 처방받으셨네요. 잠시 기다리세요.”
“자 여기 한 달 분입니다. 식사하고 드세요.”
“지난달과 같은 약이네요.”

이렇게 기계적으로 응대를 하고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약을 받는 환자의 입장에서도 “다 아는 약이니 얼른 약이나 주소.”
눈 맞추기 바쁘게 휑하니 약국 문을 나선다.


과연 이러한 환자를 우리는 단골 환자라고 얘기를 할 수 있을까?
만일 약을 조제하는 중 실수가 있어서 한 알이 빠졌다거나 혹은 포수가 모자라게 되었을 때 과연 이 환자는 어떻게 생각을 할까?


“단골이라고 다녔더니 사람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

복약지도를 함에 있어 약에 대한 설명을 정확하고 자세하게 해주는 것이 물론 제일 중요한 첫걸음일 것이다. 그러나 단골환자를 만든다는 것은 이것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말없이 매달 약국을 방문하는 만성질환자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사소한 것까지도  배려하는 섬세함이 한 번 단골 환자를 영원한 단골 환자로 확보할 수 있는 관건이 된다.


요즘은 사회 전반이 서비스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약국 역시 서비스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고객 응대 서비스의 제일 첫 시도는 환자와의 눈 맞춤이다.
환자가 약국을 들어서서 처방전을 접수하고 대기하고 약을 받고 수납하고 약국을 나서는 그 순간까지 우리 약국의 동선은 어떠한지 한번 살펴보았으면 한다.


환자가 들어서는 순간 접수 직원이 웃으면서 응대를 하는지, 처방약이 나오고 나서 약사인 나는 환자와 눈을 맞추며 얘기를 하고 있는지, 환자가 부작용에 대해, 혹은 불편함에 대해 지나가는 말로 언급하는 것을 얼른 알아듣고 대처를 하는지, 내 앞의 환자에게 집중하고 있는지, 환자에게 더 큰 만족을 줄 수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드링크 한 병에 움직이는 철새환자는 환자들의 잘못이 아니라 단골약국이 되지 못하는 약국의 탓이라는 것을 통감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눈웃음과 말 걸기로 대표되는 환자와의 친밀감 높이기, 그 실전에 한번 돌입해보고자 한다.


① 혈압(혹은 혈당)수치를 확인할 때
제일 말하기 쉬운 것은 “오늘 혈압(혹은 혈당) 어떠셨어요?”이다.
그러나 매달 오는 환자에게 똑 같은 하나의 멘트를 말할 순 없기 때문에 그 다음으로 접근하기 쉬운 방법은 계절적인 상황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더워서.. 어제 밤 잠은 잘 주무셨나요? 이런 날은 혈압이(혹은 혈당) 조절이 잘 안되는데 오늘 어떠셨어요?”
혹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아시안게임 같은 특수 상황이 있다면 그런 말들로 환자들의 공감을 구한 후 혈압(혹은 혈당)수치를 확인을 한다.

그러나 일률적일 수는 없고 환자의 연령이나 성별에 따라 다른 상황들이 전개된다.

 

②30대 남성 환자와 만났을 때
젊은 남성 환자들은 본인의 잘못으로 혈압이나 당뇨가 발병한 것이 아님에도 본인의 질병을 숨기려하고 약만 잘 챙겨먹는 것으로 모든 것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간혹 약을 먹는 것을 잊는 경우도 생긴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약사에게 사소한 것으로 시비를 걸거나 많은 것을 아는 것에 대해 자랑하려고 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긴 설명이나 간섭은 환자의 짜증만 일으킬 뿐이고 최고의 응대는 환자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다.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여 부작용을 상기시키거나 합병증을 막는 차원의 얘기를 가볍게 하면서 스티커를 만들어 조용히 붙이는 방법, 브로셔를 제공하고 “가시면서 읽어보세요”라고 한 템포 늦출 필요가 있다.
스티커의 예로는
 “혈압약은 중풍이나 심장병을 막는 보약입니다.”
 “하루한번 약복용으로 평생 건강을 지킵시다.”
 “지나친 음주는 뇌나 심장에 부담을 줍니다.”
 “지나친 흡연은 심장병으로 가는 지름길.”

 

③30대 여성 환자를 상대할 때
대부분은 약사의 설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한참 양육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혈압, 혈당이 높을 수 있으니 이 시기만 잘 넘겨보자고 응원을 보낸다. 이러한 공감대가 환자를 심리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다. 혈압수첩을 제공하고 그날의 혈압이나 혈당 상황을 같이 확인하는 것을 관심으로 여길 것이다.

 

④4,50대의 여성 환자는 자기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색깔을 분명히 한다.
이 연령층들은 사소한 일상사를 같이 나누면서 혈압약의 복용 여부를 체크해보는 것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젊어 보인다거나 아름답다는 말에 제일 큰 관심을 보이고 돈이나 시간 모두 여유를 가지기 시작하는 때이므로 만성질환과 궁합이 맞는 혈액순환제까지 같이 설명해 볼 수도 있다. 운동이나 식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환자들의 충성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환자의 운동복이나 모자에 대해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에 대한 칭찬 격려나, 운동모가 남달리 잘 어울린다는 등의 사소한 멘트도 운동을 지속하는 큰 지원군이 된다.
“식전 약은 에피타이저, 식후 약은 디저트!! 빠지지 않고 챙기는 에티켓”

 

⑤4,50대의 남성 환자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이고 가정의 안정을 중요시하므로 가족 사랑을 강조함으로써 남성의 기를 살리도록 한다.
이 환자들은 복약지도에 대한 반응이 별로 없는 게 특징이다. 특히 50대 후반의 남성은 자기표현에 너무 서툴기 때문에 잘 웃지 못하는 것이므로 약사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으면 안 된다. 40대 중후반의 경우는 현실에 쉽게 적응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TV의 유행어를 이용해서 말을 만들어본다. 이럴 경우에도 스티커가 효과가 좋다.
“하루 한 번 약을 잘 챙겨 드시는 것만 해도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약 잘 드시는 당신 진정한 달인이십니다.”
“이렇게 열심히 약을 잘 챙겨 드시는 분은 많지 않다.”는 격려 반응에 효과가 좋다.

 

▲오거리약국의 만성질환자를 위한 약봉투 이용 복약지도 아이디어

 

⑥60대 이상 여성은 노년기로 접어드는 시기이므로 앞으로 다가올 세월에 대한 희망과 격려, 살아온 지난 세월에 대한 이해와 칭찬에 맘을 쉽게 열게 된다.(예로 어머니가 아프신 것이 전부 훈장입니다. 힘든 세월 자식들 키워내느라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아프신 거죠.)
사소한 변화에 관심을 가져준다면 복약지도의 반응이 좋고 격려도 큰 힘을 발휘한다. 
혼자 사시는 분도 많이 있고 대화의 상대가 많지 않기 때문에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어 단골 환자 되기 쉽다. 젊어 보인다거나 젊었을 때 정말 예뻤을 거 같다거나 자식들이 잘해주시는 지 얼굴이 편안해 보인다는 말을 제일 좋아한다.
그리고 “하루 열 번 웃는 것으로도 온 몸이 건강해질 수 있다.” 

“약은 생각난 즉시 바로 먹는다.”
등의 스티커를 눈을 바라보면서 부착해보자 .인기짱 약사가 될 수 있다.
9988123 이라고 99세 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하루 이틀 아프고 3일 째에 일어나라는 뜻의 스티커도 아주 반응이 좋다.

 

⑦6,70대 이상의 남성
복약지도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귀가 나쁘므로 많은 얘기를 하지 않고 스티커를 사용하면서  색깔별로 달리 표시하여 얘기를 전달한다.

 

⑧70대 이상의 여성, 무학 여성
복약지도에 귀를 기울이나 잘 알아듣지 못하므로 9988123정도의 스티커를 붙여주고 가능하면 1포로 포장을 하여 시간 맞추어 약 복용할 수 있게 도와준다.

 

⑨보호자를 동반한 환자
보호자에게 자세한 약의 기전이나 부작용까지를 설명하여 사소한 약물 부작용에 당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복약지도는 약사의 의무이자 약사가 건넬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이다. 단골 환자가 들어오면 한눈에 파노라마처럼 변화를 읽어내고 관심을 말로 표현하면서 환자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복약지도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방법 중 하나가 스티커를 이용해서 환자와 눈을 맞추고 약을 교부하며 정성스런 맘으로 하나하나 붙여주는 것이다.


스티커의 내용이야 각 약국마다 다르겠지만, 봉투에 인쇄되어 나가는 것보다 월별 계절별로 다른 멘트를 만들어 예쁘게 포장을 하고 정성스럽게 선물을 건네 보자. 환자의 입가에 번지는 미소는 단골약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