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10월 시행 앞두고 재검토와 개선 요구
‘취약계층에 대한 필수의료비 경감과 한의약 과학화’ 주목적 이뤄야

 

▲ '첩약급여 논란' 대안 제시를 위한 기자회견 (좌측부터)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국제위원장, 좌석훈 대한약사회 부회장, 박종혁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대변인

 

정부가 지난 6월 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에서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고 밝히자 의약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의약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7월 3일 건정심 소위원회를 열고 올 10월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시행 안건을 건정심 본회의 상정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의약계는 7월 8일 정책 간담회를 열고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부당성과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서는 한편, 7월 말로 예정된 건정심 정책회의에 상정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의약계 7개 단체(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의학회, 대한약학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한국의대의전원협회)가 공동으로 ‘과학적 검증 없는 첩약 급여화 반대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범대위)’를 구성하고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범대위의 여러 활동에도 불구하고 7월 말 건정심 전체회의에서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시행이 결정됨에 따라 10월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진행에 있어 순탄치 않은 미래가 예고됐다.

의약계는 첩약 급여화 정책에 대해 정부의 정책에 부당함을 알리고 철회를 지속적으로 요구를 함과 동시에 한방 급여화 시범사업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9월 초 한방 첩약 급여화 정책을 포함한 이른바 ‘4대악’ 의료정책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정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의약계는 정책 철회와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서는 한편,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개선도 요구하고 나섰다.

 

범대위,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재검토’ 약속 지켜야

첩약 과학화 촉구 범 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는 9월 8일 성명을 발표하고, 한방 첩약 급여화 사업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의약계는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해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면서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원점 재검토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의협과 정부·여당과의 합의 내용에 한방 첩약 시범사업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 약속도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이번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문제는 복지부가 단독 문제가 아니며, 이미 이 사업 시행은 건정심을 통과한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대해 범대위는 정부의 이번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정책 추진 과정을 보면 앞으로도 이 정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알 수 있다며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7월 24일 건정심을 통과했다고 밝힌 시범사업안은 사실 그날 건정심 심의안건이 아니었지만, 소위원회에서 의협과 병협, 약사회 등의 강력한 반대에도 본회의에 보고안건으로 상정해 통과시켰다. 또 지난해 복지부가 이번 정책에 대해서 의협과 별도 협의체를 구성해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런 절차 없이 건정심 안건으로 상정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약계는 그동안 한방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진행한다는 정부방침에 코로나19사태 대응에 헌신적으로 협조해 온 의약계를 자극할 수 있는 이 사업의 시행 결정을 시기적으로 늦춰 달라고 호소했지만, 사실상 복지부가 묵살하고 강행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범대위는 특히, 이번 의료계 단체행동 사태를 겪으면서 의료계의 문제가 언제든 우리 사회를 위협할 수 있는 중요 쟁점으로 인식하게 됐다며, 정책 추진에 있어서 전문가와 이해당사자 간의 충분한 협의와 논의가 없는 일방적 정책은 '소모적 파열상'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한방 첩약 급여화 사업의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범대위, 위원회 이름 변경과 첩약 급여 시범사업의 개선 요구

9월 17일 범대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범대위의 이름을 ‘첩약 과학화 촉구 범 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로 변경했다고 밝히고,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범대위는 10월 예정된 첩약 급여 시범사업의 방향은 지난 2018년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연구(건보단 2018. 12)’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취약계층에 대한 필수의료비 부담 경감과 유효성 검증을 통한 한의약의 과학화 촉진 계기 마련’이라는 주목적에 맞게 시행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범대위는 이를 위해 ▲안전성, 경제성 효과성 평가의 우선 수행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효과성 평가 진행 ▲시범사업에 한의임상표준진료지침(CPG) 보완과 한약제제 처방을 위한 행위 정의와 첩약 시범사업 행위 정의를 비교 연구·평가 내용 포함 ▲규격품 사용 등 한약재에 대한 품질안전관리 방안 마련과 명확한 책임 소재 규정 ▲안전한 처방과 투약을 위한 지침마련과 의약품 안전 관리 시스템 구축 ▲원외 탕전실의 불법 제조행위와 택배 배송행위의 금지 ▲과잉진료와 도덕적해이로 인한 보험재정 건전성 문제에 대한 보완책 마련 등을 고려해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약계는 그동안 한방 첩약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의약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 효과성, 비용 효과성을 충족하지 못해 건강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지적해 왔고,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첩약 급여 시범사업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사업으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서 이 사업에 반드시 포함해야 할 최소한의 지침이라는 주장이다.

 

정부가 한의약의 과학화를 막고 있어, 한의약의 과학화 기로에 서다.

그동안 의약계는 정부가 한의약의 과학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정부가 국민의 안전성과 건강보험의 재정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의약품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제시해 온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비급여 의약품과 신의료기술 등이 건강보험 급여 항목이 되기 위해서는 비용효과성에 대한 엄정한 검증과 근거의 제시가 필요했고, GMP 생산시설 등 엄격한 안전성과 표준성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한방 첩약은 일반 의약품과 의료기술과 같은 과학적 근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안전성, 유효성, 비용효과성 등 한 분야도 증명된 적도 없기 때문에 한방에만 과도한 특혜를 적용하는 불공평한 처사라는 지적을 받아 온 것이고, 정부가 한의약의 과학화를 막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이다.

정부와 의약계의 논란 속에 어느덧 한방 첩약 급여 시범사업을 계획했던 10월이 다가오고 있어, 이대로 한방 첩약 급여화 사업이 진행될 공산이 커졌다.

결국, 한의약은 자신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게 됐다.

저한 과학화를 통해 효과성과 안전성 검증을 통해 의약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당당히 현대의학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인가? 아니면 비과학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계속 조롱을 받을 것인가? 이제 선택은 그들의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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