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惡 총력 투쟁, 올해도 뜨거운 여름 되나?

한국의약통신 443호 임승배 기자l승인2020.08.04 06: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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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첩약 · 의대증원 · 공공의대 신설 · 원격의료 4대악 규정
관련 단체들 입장 묻지 않고 현실 고려 안 된 일방적 정책
코로나 위기 틈탄 기습적인 정책 추진 “파렴치한 배신행위”

▲ 첩약 급여화 반대 의약계 7개 단체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 / 사진= 대한의사협회

작년 여름 의료계와 정부는 말 그대로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정부와 의료계의 정책에 대한 이견으로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의협 지도부가 삭발에 이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가 실신해 쓰러지는 상황까지 발생했고, 복지부에 대한 의료계의 성토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올해도 이런 상황이 재현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초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지역감염 확산이 주춤해지자 정부가 그동안 의료계가 반대해오던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협은 작년에 ▲문재인케어의 전면적 정책 변경 요구 ▲진료 수가 정상화 ▲국민 건강을 위한 한의사의 의과 영역 침탈 행위 근절 ▲의료전달체계 확립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발생 대비한 의료분쟁 특례법 제정 ▲의료 국가재정 투입의 정상화를 요구해 왔다. 이 것은 9월 들어 7개월 만에 의정협의체가 재개되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사실상 완전 해결이 아닌 임시로 봉합된 상황이었다. 서로 간의 감정의 골은 컸고, 의정협의체를 통한 노력은 계속됐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올 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정부와 의료계가 코로나19 극복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잠시 이런 갈등이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 했지만, 지역감염 확산이 주춤해지자 정부가 그동안 의료계의 반발 때문에 미뤄왔던 ▲한방 첩약의 급여화 ▲원격의료 정책과 코로나19라는 초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발생했던 공공의료 확충을 해결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 추진에 대해 의료계는 집단 반발하고 있고, 급기야 대한의사협회 전국광역시도 회장단협의회에서는 정부의 이런 정책들을 4대 악으로 규정하고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게다가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의료계뿐만 아니라 약계 또한 반발하고 정책 추진을 철회하라고 맞서고 있어, 올여름도 뜨거운 여름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한방 첩약의 급여화

한방 첩약의 급여 추진은 올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한방치료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 추진을 해 왔으며, 번번이 의료계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해야만 했다.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미뤄왔다가 6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라는 명목하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추진 의사를 밝혔다.

정부가 이번에 내세운 사업계획은 3년에 걸쳐 3단계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1단계 한의원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2단계와 3단계에서는 한방병원이나 약국 등으로 사업대상을 확대하는 것으로, 한방 첩약에 적용 대상 항목은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관리, 월경통, 알레르기비염, 무릎관절염 등 5가지 항목이지만, 올 10월부터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관리 및 월경통 등 3개 질환에 대해 한방 첩약 급여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약계는 사실상 한방 첩약 급여화의 단계를 밟고 있다며, 안정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방 첩약을 보험 급여화하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이 사안에 대해서는 대한의사협회뿐만 아니라 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등 의약계의 대표 단체들이 입 모아 정책 추진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방 첩약은 과학적인 검증 절차가 적용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양약과 의료행위나 기기 등과 같이 엄격한 안전성 검증이나 효과성 검증을 거치지 않았고, 일반적으로 의약품은 전 단계에 걸쳐 안전성 유효성 기준을 적용받고 있지만, 첩약은 개별 약제단계, 처방단계, 조제단계, 투약 후 단계 등에 있어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해 병·의원, 약국 등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고, 2021년 건강보험 수가협상에서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수가를 제시해 의료계의 수가 협상이 모조리 결렬된 상황에서 수백억의 건강보험 재정이 소요되는 사업을 추진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원격의료 도입

원격의료도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하려고 했던 정책 중 하나다. 이 역시 그동안 의료계가 반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사업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일부 진료에 대해서 비대면 진료를 임시로 허용해 왔었지만, 정부가 비대면 진료 실증사업과 해외 원격진료 도입하는 등 사실상 원격진료를 확대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동안 원격의료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를 필두로 원격의료는 비대면 상황에서의 제한적인 소통과 근본적 한계로 인하여 그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의문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지난 수년간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진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원격의료는 결과적으로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과 산업계의 경쟁을 촉발하고 불필요한 수요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허용 형태에 따라서는 극단적인 영리추구 행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원격의료로 인해 경증 환자를 놓고 대형병원과 동네의원이 경쟁을 벌이게 되기 때문에, 동네의원의 몰락과 기초 의료 인프라의 붕괴로 이어져 국민 건강에 치명타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사 수 증원과 공공의대 증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지역감염 확산에 따른 정부의 대응과 지역 불균형이 문제가 되자 공공의료를 강화해 추후 있을 지역감염 사태 대응을 강화하는 한편 지방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며 정부는 공공의대 증설과 의대 정원을 늘려 의사 수를 늘리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단순히 의사수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며, 의료전달체계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방 공공의료의 부족과 지방에 의사가 부족한 것은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 지방 근무를 하려는 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의사 인력의 절대적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수도권으로의 인력 쏠림에 따라 지역별 의료 인력의 수급 불균형과 이로 인한 의료 격차의 발생이 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정부가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실태 조사 등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고, 그 해결을 위한 정책 수립 등에 대한 체계적 노력 부족이 공공의료 인력 부족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공공의대 설립을 통한 양적이고 외형적인 인력 증원보다 보건의료체계 내에서 공공의료 취약성의 원인 파악과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저출산 위기로 시골의 지역 군·구가 사라질 위기에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고 현재 OECD 국가 중 최저 출산율을 자랑하는 상황에서 의사 수만 2배로 늘려 OECD 국가 중 의사 수만 1위를 기록하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인구수는 감소하고 있는데 아무 대비도 없이 무책임하게 의료 인력만 늘린다면, 국가의 의료  인력이 남아돌게 되고, 결국 다시 정원을 줄이자는 논의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나라마다 사정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그 나라의 의료 수준이나 적정 의료수가나 종합적인 상황에 대한 평가나 고찰 없이 단순한 OECD의 인구 당 의사 수라는 비율로만 비교한다는 것 차제가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약계와 정부, 올해도 뜨거운 여름이 될 듯

정부의 이런 정책들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이 정책을 ‘4대 악’으로 규정하고 총력투쟁을 예고하고 있으며, 의약계 단체들도 반대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서는 총력으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정부와 의약계의 관계는 험난한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의약계는 이번 정책들을 반대하면서 이 정책들에 대해 일방적인 추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이 정책들을 추진하면서 정책의 이해관계 당사자들에 대한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으며,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정책들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코로나19 라는 초유의 사태로 의약계와 정부 모두 총력을 다 하고 있는 가운데, 위기상황을 틈타 정부가 이런 정책들을 추진했다며, “등 뒤에 비수를 꽃은 격”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급기야 “파렴치한 배신행위”라고 규정하기까지 하면서 점점 더 감정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뜨거운 여름이 도래했다. 의료계와 정부의 관계는 작년에 비해 달라진 게 없으며 오히려 갈등의 싹은 늘어만 가고 있다. 따라서 올해도 의료계의 여름은 작년만큼 뜨거운 여름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임승배 기자  medi@b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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