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료계, 문재인 케어와 의료정책의 입장차 여전해
정부·여당의 공공의대 설립과 원격의료 추진, 의료계 반대
코로나19 극복과 미래의 바른 의료정책 추구 지향점 같아

 

▲ 공공의대 설립과 비대면 진료 거부의사를 밝히고 있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좌)과 이상훈 대한치과의사협회장(우) / 사진= 대한의사협회

그동안 의료계와 정부는 의료계 현안에 대한 크고 작은 의견 대립이 많았다. 특히 ‘문재인 케어’라고 속칭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에 따른 후속 조치 등에 따른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추진은 의료계와의 갈등을 부추키는 촉매제가 됐고, 의료계와 정부는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의료환경 구축이라는 슬로건 아래 각자 서로 다른 방향을 추구했으며, 의료현안에 대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차는 점점 벌어졌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이런 시각차에 따른 현실인식 차이는 서로 다른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당장 눈앞에 덮친 위기인 코로나19 사태 극복과 코로나19 이후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의료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같은 목표를 추구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꿈을 꾸고 있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인 것이다.

올 초 코로나19가 국내에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하자 의료계는 즉각 선제적이고 강력한 대처를 해야 한다 주장했지만, 정작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으며, 감염원에 대한 의견도 의료계와는 다른 반응을 내놨다. 또한 정부의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는 방역 조치도 의료계 요구와는 엇박자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대구 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집단 지역감염으로 확산되자 정부와 의료계 그리고 국민은 집단감염의 확산을 막고자 한뜻으로 뭉쳤다. 정부는 총력대응태세로 돌입했고, 의료인들은 위험을 무릎 쓰고 코로나19 최전선에 자원해 확산을 막고자 애를 썼다.

모두가 노력한 결과 4월 말에는 코로나19 확진자 중 지역감염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기도 했고, 대구 경북 지역의 집단 감염이 사라지고 안정세를 보이자, 정부는 5월 6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 조치로 전환했다.

어느 정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하자 정부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의료계와 정부 간의 과거 의료 정책을 다시 추진할 뜻을 천명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발생했던 문제의 원인과 해법에서도 의료계와는 다른 견해 차이를 보이며, 독단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는 코로나19 위기가 끝나지 않은 지금에서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며 일단 코로나19 극복에 총력을 다 할 것을 주문하면서 공공의료 확충만이 해결책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 들은 공공의료 인력확충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의료계가 반대해왔던 원격의료 시행 등에 대한 움직임을 보이자 의료계는 “파렴치한 배신행위”라며 원색적 비난을 하면서 반발하고 총력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의료인력 확대로 공공의료 강화 vs 공공의료 확대만이 답은 아냐

5월 초 정부여당이 비공개로 의사인력 증원 등에 대한 국회 간담회를 개최하고 의대 정원 확대와 의대 신설 등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한 사실이 알려지자 대한의사협회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초기대응이 실패와 대구 경북지역의 환자 급증에 따른 인력 부족과 병상 부족 등의 문제의 원인은 공공의료 인력의 부족을 원인으로 보고 있고, 앞으로 감염병 위기나 국가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공공의료 확대를 위한 양적 확충을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코로나19 확산에 제때 대응을 하지 못하고 초기 방역에 실패한 것은 단순히 의료진의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의 총제적으로 문제에 대한 대응과 조치를 하지 못하고 정략적으로만 대응했던 안목과 무사안일주의에서 비록됐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감염병 위기에 공공부문의 힘만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재난상황은 재난상황에 맞게 시스템을 개선하고 대응력을 키워야하며 민관이 협력하여 극복해야 하지만 평소에는 활용할 수 없는 공공의료인력을 증원하겠다고 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의사인력 양성은 약 15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써, 의사인력 수급 문제는 의대 입학부터 전문의 배출까지 전 주기적 관점에서 다루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가적인 의료인력 계획에 대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인프라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의사인력 수급이 의료제도 및 의료이용 행태 등에 미치는 영향력, 멀지 않은 미래에 다가올 절대 인구의 감소로 인한 영향력 등 변화하는 시대적 상황들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검토와 논의를 통해 의사인력 수급의 적정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지만, 단순히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만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계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공공의료인력을 확충하겠다며 공공의대 설립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5월 초부터 지속된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각 지자체장들이 공공의대 설립을 하겠다는 계획을 개진하는가 하면, 5월 말에는 구체적인 의대생 증원 내역도 나왔다.

게다가 21대 국회 개원이 되자마자, 정부여당은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했고, 이에 따른 의료계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의료 실증 사업’, 사실상 원격진료 확대 수순?

원격진료는 낙도와 산간벽지 주민들과 같이 병원의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의료접근성을 향상을 위해 추진되는 정책으로, 산간도서나 벽지 주민들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 병원 방문횟수를 줄일 수 있고, 코로나19 상황처럼 감염병 위기상황에서 질병 전파 감염성을 낮출 수 있다.

이웃 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원격진료를 1997년 12월 도입했으며, 2016년 4월부터 상용화 서비스를 시행했고, 지난 4월 코로나19 사태로 원칙적으로 금지됐던 원격진료의 ‘초진’도 허용했다. 일본뿐만 아니라 영토가 넓은 국가 등에서는 의료서비스의 제공이 어려운 지역이 많기 때문에 도입돼 활용 중이며, 세계적으로도 늘어가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원격진료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원격진료 시범사업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거동 불편자나 제때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오지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보건소 의사와 화상통화를 통해 원격 진단 및 처방을 받아서 근처 약국에서 약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을 추진했지만 활성화되지 못했고, 2010년 이후 정부가 세 차례나 법 개정을 통해 도입을 시도했었다. 특히 2016년 3월에는 일본의원격진료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하고 추진한 적도 있지만 강력한 반대에 직면해 좌절되기도 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구 경북 등 코로나19 집중 발생지역에서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2월 24일 전화를 이용한 처방이 제한적으로 허용됐었지만, 5월 정부가 비대면 원격진료 추진 움직임을 보이자,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이런 움직임을 '파렴치한 배신행위'로 규정하고, 회원들에게 ‘전화상담 처방 전면 중단 대회원 권고문’을 발표하고 정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더군다나 중소기업벤쳐부가 5월 27일부터 일부 지역에서 비대면 의료 실증에 본격 착수한다는 발표가 이어지자 본격적인 원격의료 허용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더욱더 반대하고 나섰다.

원격의료가 세계적 대세고, 여러 가지 장점이 많지만, 의료계로서는 당장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격의료는 영상과 음성과 같은 제한적인 정보만 가지고, 진단하고 처방해야 하기 때문에 오진 가능성이 대면 진료보다 높다.

게다가 원격진료시 오진에 대한 형사나 행정책임은 의사가 지고 있지 않지만, 의사가 의료행위의 주체로서 민사상 책임은 져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운영 주체의 문제와 일부 병원으로의 환자의 편중도 지적되고 있다. 수많은 개인정보와 의료정보를 관리하고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관리 주체에 대한 논의, 일부 병원으로의 편중 우려 등, 여러 가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계는 책임소재와 진료범위 등에 대한 세부지침이 없는 상황에서의 추진은 불가하며, 이에 대한 논의가 선결과제로, 논의 없는 일방적 추진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가야 하는 같은 목표, 슬기롭게 대처해야
 
결국 이번 사태를 돌이켜보면, 의료계와 정부 간의 골은 코로나19 사태로 잠시 봉합된 것처럼 보였지만,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기존 의료 현안과 관련해 정부와 의료계 간의 입장차는 변하지 않았으며, 코로나19로 사태 초기에도 서로 간의 감정의 골은 여전했기 때문에, 당사자에겐 의견 개진 기회도 없는 일방적인 정책들이 추진되기도 했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장에서 코로나19와 싸워야 할 의료계가 대책 논의에서 빠진 것도 모자라, 전문가 집단이라 할 수 있는 그들의 의견이 정책이나 조치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런 결과로, 잠시 뜻을 같이하며 문제점을 도출해 냈지만, 문제의 원인을 한쪽 관점으로만 봤기 때문에, 해결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

현재 확산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코로나19는 완전히 극복한 것이 아니다. 언제든 지역감염이 확산될 우려가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팬데믹 상황이기 때문에 장기전이 될 공산이 크다.

의료계의 말처럼 우선적으로 코로나19 극복이 우선 가장 시급한 문제지만, 조심스럽게 포스트 코로나19에 대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정부와 의료계 코로나19를 극복하고 향후 올바른 보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는 같은 꿈을 꾸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서로 간의 감정의 골과 아집은 현재와 미래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코로나19라는 강력한 적을 눈앞에 두고 벌어지는 자중지란(自中之亂)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태껏 잘해왔지만, 코로나19라는 위기의 완전한 극복과 후 미래를 대비하고 더 좋은 대한민국의 보건의료를 만드려면, 보건 의료계를 이끌어 나가야 할 정부와 의료계의 쌍두마차의 협력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정부와 의료계 이제는 서로 간의 유기적인 협력과 서로를 인정하고 슬기롭게 머리를 맞대야 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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