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에서 다양한 업무 경험으로 환자에 다방면 도움
약사, 본연의 역할 다하고 존경 같은 무형의 보상 바라야

 

▲ 허지웅약국 허지웅 약국장

2호선 삼성역 4번 출구로 나와 좌측으로 돌면 허지웅약국이 보인다. 이 약국은 월세가 비싸기로 유명한 대치동에 자리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약국 중 하나다. 주변에는 안과와 시술 위주의 피부과가 있는데, 처방전 유입은 적고, 방문하는 고객들은 주로 수 천 원대의 일반의약품을 찾는다고 하니 약국 경영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 비싼 월세 때문에 1인 약국으로 운영하며 항상 몸이 고단함에도 이곳에서 허지웅 약국장은 가장 만족스러운 약사 생활을 하고 있다.

 

약업계와 국민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고자

어릴 적 허지웅 약국장에게 약국이란 동네 주요 길목에 위치해 모든 사람들이 편하게 들러서 약과 건강 정보를 공유하거나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 역할도 하는 곳이었다. IMF 당시 그는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유년 시절 약국의 따뜻한 이미지가 떠올라 약사가 되기로 결심, 약대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국내 제약회사와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각각 5년씩 10년을 근무했다. 제약회사에서 미래를 항상 준비하며 나 자신을 개발한다고 생각해 개발, 학술, 대관업무, 지적재산권 관리, 생산, 품질, 마케팅, 세일즈 등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허 약국장은 제약회사에 다닐 당시에도 주말마다 약국에서 파트타임 약사로 일하며 약국에 대한 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면서 품질 체계가 바뀌는 ‘밸리데이션'과 ’탈크 사태‘ 등 큰 이슈들을 현장에서 직접 겪으며 기업 구조에 대한 한계와 올바른 결정권자의 중요성을 깨닫고, 국민들이 제약회사와 약국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낮은지 체감할 수 있었다. 이에 제약회사에서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약국이라는 최전방에서 범약업계와 국민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기로 결심, 본인의 이름을 내건 ‘허지웅약국’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보통 아름다운 미사여구로 약국의 이름을 짓지만 저는 아버지가 지어주신 제 이름 석자를 걸고 ‘신뢰받는 약국이 되자’, 그리고 ‘이름을 지어주신 아버지의 뜻을 기억하며 마지막 효도를 하자’는 생각으로 정직하게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들르고 싶은 약국, 미소가 지어지는 약국

허지웅약국은 ‘모던함’과 ‘심플함’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외부는 파란색과 빨간색의 보색대비 효과로 약국의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켰는데, 좌측에 놓인 눈사람 모양 조명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든다.

약국은 지역사회에 녹아들어야 하는 위치인 1층에 주로 위치해 있는 만큼 고객들에게 친근하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는 허지웅 약국장의 마음이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의 약국 내부는 제품 진열장을 모두 흰색으로 맞춰 깔끔하고 제품들이 부각되는 효과를 낸다.

허 약국장은 요즘 추세인 ‘셀프 메디케이션’을 고려, 환자 스스로 편하게 약을 고르고 찾아볼 수 있도록 약국이 좁음에도 진열장을 많이 뒀다. 앞쪽에는 가정상비약, 파스, 생활용품 등을 진열하는 등 제품의 특성에 맞춰 구획을 정해 진열했다.

허지웅약국은 개국할 때 근무환경과 고객들의 건강을 생각해 천장을 트고 덕트를 시공, 수시로 환기해 매일 쾌적하고 위생적인 공간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초록색 십자가 모양의 조명으로 약국 인테리어에 포인트를 줬다.

이곳에 허지웅약국이 생기자 환자들은 허지웅 약국장에게 종종 고맙다는 말을 한다고 한다. 약국이 잘 들어서지 않는 상권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이렇게 들어가 보고 싶을 정도로 멀끔한 약국 덕에 멀리까지 가지 않고도 약을 구매하는 것이 편리해졌다는 것이다. 

“제약회사를 나올 때 해외 유수의 제약회사 스카우트 제의를 다 거절하고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약국의 사회적 역할’을 이루고자 개국약사가 됐는데, 현재 꼭 필요한 곳에서 도움을 주면서 제가 상상하던 약국의 꿈을 펼치고 있습니다.”

 

 

작은 약 하나에도 성심껏 설명을 합니다

허지웅 약국장은 아무리 바빠도 환자가 약을 구매할 때 한마디라도 꼭 건넨다. 조제료에는 복약지도가 포함돼 있으니 당연할지 모르지만 비록 마진이 없는 작은 일반약을 구매하는 환자에게도 책임감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허 약국장은 환자가 이 약국에서 구매하는 제품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박카스 한 병을 사가더라도 카페인의 부작용을 설명하는 등 세심하게 복약지도를 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하는데, 복약지도가 이해하기 어려우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복약지도뿐만 아니라 환자와의 친밀감 형성을 위해 고객과의 대화를 기억하려고 한다. 약과 함께 복약지도를 통한 지식의 전달뿐만 아니라 예전에 나누던 손주 얘기를 하는 등 개인적인 담소를 나누며 치료를 넘어 치유가 되는 공간이 되도록 한다.

정보 전달에 있어 사람의 마음을 바라보고 하는 소통이 제일 중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이러한 소소한 대화를 반긴다고 한다.

“편의점에서도 상비약을 팔고 있지만 복약지도 없이 그냥 줘요. 약은 사고 팔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의사항, 효능, 다른 약과의 차이점 등을 설명해줘야 해요. 저는 이 약국에서 편의점에서는 들을 수 없는 얘기를 꼭 해줘요.”

 

다양한 곳에서 약사의 직능을 펼쳐라

허지웅 약국장은 약국 운영뿐만 아니라 지난 4년 동안 칼럼과 책 출판과 유튜브 방송, 그리고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약사로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 다양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다른 약사들과 환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었고, 본인도 이슈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었다.

그는 약대를 졸업하면 개국약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길이 있다고 제시한다. 그러나 환자와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개국약사를 목표로 한다면 제약회사든, 병원이든, 약국이든 먼저 다양한 곳에서 경험을 쌓고 오길 바란다고 조언한다.

“약국은 본인이 마음을 먹으면 언제든지 근무할 수 있죠. 하지만 약국으로 오게 되면 약사 직능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은 포기해야 함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허 약국장은 후배 약사들에게 약사로서 일을 할 때, 경제적인 측면만을 바라지 말고 약사 본연의 역할도 한번쯤은 꼭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한다.

“약사란 직업을 택할 때 단순히 경제행위나 계층 상승의 목적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먼저여야 합니다. 약사로서의 직업의식과 소명의식을 갖고 일을 하다보면 그에 따르는 신뢰와 존경은 당연히 따라오게 되고, 그로 인한 만족감은 훨씬 높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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