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도 서비스”식당과 같은 개념…양질의 진료가 성패 좌우
경영진단 출발점은 외적 측면보다 내부 점검부터 차근차근

 

 

최명기


부여다사랑병원 원장
경희대학교 의료경영학과 겸임교수
Medigate·동아비즈니스리뷰 칼럼 연재
저서 <심리학테라피>
<병원이 경영을 만나다>

 

불황이 장기화되고 주 5일 근무제의 여파로 외래 환자가 줄면서 병의원 경영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면서 심심찮게 병의원 경영진단이라는 제목으로 오는 e-mail을 많이 보게 된다. 족집게처럼 문제점을 짚어서 경영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광고 메일인데, 과연 한 두 가지 측면만 시정해서 병의원의 경영을 획기적으로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10년 전만 해도 병의원이 서비스 산업에 속한다고 이야기하면 기분 나빠하는 의사선생님들이 많았다. 서비스 산업하면 호텔이나 식당을 연상하시고, 의료업이 동급으로 취급 받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하셨던 것 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병의원을 의료서비스 산업이라는 서비스 산업의 한 부분으로 보는 시각이 보편화되었다.

 

그런 맥락에서 때때로 의원은 자그마한 동네 음식점에, 중소병원은 제법 규모가 큰 외식업체에, 대규모 3차병원은 호텔과 공장의 복합 형태로 비유해서 직원들에게 설명하곤 한다.


의사 역할이 의원 성패 좌우


의원은 의료 서비스업 중에 가장 기본이 되는 소규모 형태의 사업이다. 물론 의원과 식당은 많은 차이가 있다. 규제에 의해서 인정받은 전문직들이 인간의 고통을 덜어주고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의료서비스는 다른 서비스 범주와 비교할 수가 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고객이 요구하는 서비스를 고객이 보는 앞에서 만들어서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식당은 의원과 많은 유사함이있다. 하지만 사업 운영상에서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식당에서는 주인, 주방장, 서빙 직원 등이 완전히 분리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의원에서 의사가 차지하는 위치는 어쩌면 이 세 가지 역할이 모두 합쳐진다.

 

서비스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고, 고객 서비스까지 책임져야 한다. 그래서 의사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의원의 성패를 좌우한다.


음식이 맛이 있지 않으면 아무리 터가 좋고 광고를 많이 해도 식당이 성공할 수 없듯이, 환자가 부작용 없이 잘 치료되지 않는다면 의원이 제아무리 좋은 진료권에 위치해서 효과적인 마케팅을 하더라도 성공하기가 힘들다.


동네의 작은 식당과 커다란 외식업체의 차이가 어떤 점에서 의원과 중소병원 사이에도 존재한다. 자그마한 식당에 갈 때와는 달리 외식업체에 갈 때는 주차여건도 고려하고, 분위기 있는 인테리어도 보고, 광고 등에 의해서 형성된 고급스러운 분위기도 따진다.

 

많은 고객들이 예측할 수 없는 시간에 몰려오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음식의 맛이다. 음식이 맛있다면 같은 장소에 위치하고 같은 자본이 투자되고 같은 정도의 마케팅을 하는 경쟁자들보다 한 발 앞서 나가게 된다. 음식이 맛이 없다면 항상 경쟁자들에게 한 발자국 뒤지게 된다.

 

의원보다는 다른 부분들에서 받는 영향이 많지만 중소병원의 경우에도 여전히 우수한 치료진에 의한 양질의 진료가 성패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후광’도 진료 서비스의 연장


의료의 어떤 부분은 실질적인 서비스에 해당되는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닌 일종의 후광을 팔기도 한다. 성형외과나 미용 피부과의 경우에 실질적으로 환자의 용모가 좋게 바뀌었느냐가 중요하지만, 결국은 환자가 얼마나 자신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는지를 믿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어떤 점에서는 그러한 후광도 서비스에 해당된다. 하물며 당장 환자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어야 하는 보험과목은 식당으로 따지면 음식 맛에 해당되는 진료 서비스가 더 중요할 것이다.


외식 업체나 여타 서비스 산업 혹은 일반산업의 경우는 가격과 상품의 질을 비교해서 가격대비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면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의 경우는 정부에서 의료기관에서 받을 수 있는 가격을 보험을 통해서 제한하기 때문에 결국은 의료서비스의 질에 의해서 평가 받게 된다.

 

가격 경쟁이 이루어지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질적인 경쟁이 중요하다. 환자를 빨리 낫게 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하다. 환자가 병원에 오기 전보다 나아졌다고 믿게 하는 기술, 치료가 잘 진행되고 있다고 신뢰하게 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경영진단 출발점은 ‘의료서비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대다수 경영진단의 한계는 그 진단이 진료 외적인 측면에 대해서만 강조되어진다는 점에 있다.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하고, 또 의사들이 자신의 임상진료 능력이 외부에 의해서 평가 받기를 원치 않기 때문에,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 자체에 대해서는 소홀히 여긴다.

 

많은 의사들도 자신이 제공하는 임상 서비스의 질이 다른 동료 의사들이 제공하는 임상 서비스의 질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성공 여부가 위치, 마케팅, 자금력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의료서비스 자체에 대해서는 그 수준을 점검해보기를 원하지 않는다.

 

때때로 점검을 하는 경우에도 내가 현재 의료서비스를 어떻게 얼마나 잘하느냐를 따져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행하는 의료서비스가 돈이 되는 품목이냐 아니냐만 판단하려 한다. 그리고 주위에서 이야기하는 소위돈 되는 의료 서비스 품목으로 무작정 진출하려고만 한다.


하지만 그렇게 자꾸 새로운 서비스를 불완전하게 익히는 것보다는 자신이 행해야하는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에 문제가 있는것은 아닌가를 점검해 보는 것이 먼저 일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은 조그만 상가를 가지고 있는데, 임대를 하는 것보다는 본인이 가게를 하는 것이 더 수익을 남길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닭갈비집을, 몇 달 뒤에는 분식집으로, 다음에는 고기집, 그 다음에는 칼국수 집으로 바꾸기를 거듭했다. 항상 실패할 때마다 유행이 지나갔다, 광고를 잘 못했다, 그 업종을 하기에는 위치가 안 좋았다고 외부 탓으로 돌렸다. 그래서 임대를 했고, 그 자리에 들어온 분은 음식점으로 크게 성공했다.

 

결국은 종목과 관계없이 음식을 최대한 맛있고 정성스럽게 만드는 기술을 알았어야 했음에도 건물주인은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던 것이다.


어려울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 나면 오랫동안 보지 않았던 교과서를 다시 뒤적이고, 환자가 낫지 않으면 동료 의사에게 묻고, 자신이 환자를 진찰하는 태도가 어떻게 비치는지 스스로 비디오도 찍어서 객관적으로 분석하면서, 진료 서비스 자체를 향상시키는 것이 의료기관의 경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