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후피임약 ‘OTC’로 분류…가격은 5~7만 원대
전문의약품 배달문화 등장…아마존 시도 움직임 포착
공항·쇼핑센터서 등 OTC인 듯한 의약품 자판기로 판매

미국에 오면 항상 습관적으로 들르는 곳이 Walgreens와 CVS pharmacy입니다.
이번에도 열흘 동안 들르면서 수시로 들락날락 하면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새롭게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사후 피임약이 OTC라는 것이었어요. 우리나라는 ‘전문의약품’이고 의사의 처방전이 필요한데 미국은 OTC라니….

응급이니까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하기에 전문약이면 안 된다는 의견도 있더군요. 이해가 되기도 했지만 ‘한 생리주기 안에 여러 번 남용하면 어떡하지?’ 싶은 생각이 약사로서 들기도 했어요. 여성은 생각보다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사후 피임약의 제품명은 Plan B 와 Aftera이었습니다. 금액은 5~7만 원 정도로 싼 편은 아니었습니다.

미국의 약국 약사들도 약의 처방전을 받고 조제를 할 텐데요.
Drive-thru가 있는 것은 진즉에 알고 있었습니다. 참 편리하죠. 미국 특성상 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서 인 듯도 합니다.

뉴욕에 사촌 언니 부부가 약사인데, 형부는 CVS에서 일을 하고 언니는 일주일에 30시간 재택근무를 한다고 했습니다.

“약사인데 재테크 근무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가능한 거야?” 했더니, 집에서 의사가 처방한 처방전 검수를 하면 누군가가(누가 조제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조제를 해서 집으로 우편배달이 된다는 것이었어요. 회사 이름은 Express Scripts이고 이것을 아마존이 시도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 언니의 회사는 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사촌언니가 이 일을 십년 이상 해왔다는 겁니다. 아이들 넷을 키우면서요. 그야말로 멘붕이 와서 당장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일반의약품을 배달해도 약사법 위반인데 전문의약품이 배달문화라니 살짝 충격도 받으면서 ‘우리 약사님들이 우리 약사의 영역을 잘 지키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press Scripts 어플도 있던데 관심 있으시면 한번 들어가 보세요(www.express-scripts.com).

미국에서 탐방을 하면서 또 한 가지 신기했던 점이 있습니다.
이전에 미국에 방문했을 때와의 차이를 보자면 공항에서든, 쇼핑센터든 우리나라에서 일반의약품일 법한 약들이 자판기에서 팔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안전상비약이 편의점에서 팔리고 있지만, 이런 자판기가 우리나라에 있다면 약국을 찾는 환자들이 줄 것은 분명하고, 중요한 것은 약의 복약상담을 듣지 못한다는 것이죠. 약의 올바른 사용법도 모르고 약을 남용하거나 과용할 수 있는 소지가 커지는 것입니다.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편리할 수도 있지만 약은 음식보다도 질환의 치료에 목적을 두기 때문에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함은 마땅합니다.

약사로서, 건강을 책임지는 전문가로서, 일반인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면서 의약품의 복약상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깨우쳐 주는 것 역시 우리의 몫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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