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진 폭행 시 즉시 ‘구속수사’ 입법 추진
정치권과 공조 강화, 대국민 홍보 국민청원 동의 유도

# 7월 1일 전북 익산의 한 병원에 근무하는 이모 응급의학과장이 술을 마신 환자에게 무지막지한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폭행을 휘두른 A(46)씨는 손가락 골절로 해당 병원을 찾았다가 이 과장이 ‘자신을 보고 비웃으며 진통제를 놓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먹과 다리로 수차례 폭행을 가했다. 현재 해당 의사는 뇌진탕을 비롯해 경추부 염좌, 비골 골절 및 치아 골절 등으로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 7월 6일 강원 강릉의 한 병원에서 조현병 치료를 받던 환자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목과 머리, 어깨 등을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가해자는 국민연금공단이 장애등급을 3등급으로 판정해 장애수당이 감소하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해자는 살인전과로 보호관찰 중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응급실 의료진들이 일부 시민의 온갖 욕설과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그동안 응급실 등 의료기관에서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 폭행 사건은 여러 차례 이슈화 됐던 사안이다. 그때마다 부도덕하고 위험한 상황에 대한 강력한 처벌 마련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도 있었다. 심지어 지난 2016년 의료진 폭행방지법이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제대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솜방망이 처벌’ 논란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이에 의료단체가 의료진 폭행 피의자에 대해 엄중한 형사적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법 개정 추진에 발 벗고 나선다.

의료진 폭행사건, 약식기소 처분 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폭행사건’으로 보지 않고 있다. 의료진 폭행으로 인한 의료인 공백은 수십 수백 명 환자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응급실 의료진’ 폭행 사건의 뿌리를 뽑겠다는 각오다.

2016년 국회를 통과한 ‘의료인 폭행방지법’은 의료진 폭행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인 대표적인 법이다. 법에 따르면 의료행위를 행하고 있는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최대집 회장은 “의료인 폭행과 관련해 중벌에 처할 수 있는 법령이 분명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재발되는 이유를 ‘솜방망이 처벌’에 의한 결과”라며 “의료진 폭행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법을 집행하는 사법기관에서 엄격하게 판결을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발생한 의료진 폭행 사례에 법원은 벌금 백만 원을 내렸다.”고 토로했다.

더 자세하게는 2015년 동두천 중앙성모병원에서 야간 당직을 서던 근무 의사가 폭행을 당했을 당시에도 법원은 약식기소로 벌금 삼백 만원을 내린 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때문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찰, 검찰, 법원에서 관련법을 법령대로 적용하여 무관용의 원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폭행 가해자 구속수사 원칙으로 해야
의료계는 재발 방지를 위해 가해자를 구속수사하고 특수폭행으로 가중 처벌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8일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의료기관 내 폭력근절 범 의료계 규탄대회’ 역시 이러한 의료단체의 입장을 대변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최 회장은 “의료인이 이유 없이 당하는 폭력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이 적용되고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보건의료인 폭력사건 수사 매뉴얼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이사는 “만약 CCTV와 SNS가 없었다면 또 소리 없이 묻혔을지도 모를 일”이라며 “버젓이 법률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초범이라고, 주취 상태의 심신 미약이라고 오히려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됐다.”며 “이후 개선을 위해 사법당국과 보건당국, 국민과 보건의료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 정성균 대변인은 “의료인 폭행 사건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 역시 최선을 다해 치료 하는 의료진에게 발생한 일을 안타깝게 생각할 것”이라며 “응급실 폭행 가해자는 모두 현행범이기 때문에 벌금형을 없애고, 일단 체포를 하는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선처를 위한 피해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 법원에서도 이를 인정해 형량을 낮추는 반의사 불벌죄 조항도 적용하지 않는 엄격한 법집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의협은 의료기관내 근본적인 폭행 근절을 위해 국회의원들을 접촉하고 있다.

정 대변인은 “의료기관내 폭행 가해자에 대한 벌금형을 삭제하고,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엄중한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며 “응급실을 이용하는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이유도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공감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상주 경찰’…형식적일뿐 도움 안 돼
한편 일부 병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상주 경찰’에 대해서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섭외이사는 형식적일뿐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하며 다소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좋은 효과를 보기도 하지만 일선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의 의견을 들으면 형식적일뿐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다분하기 때문에서다. 때문에 이경원 이사는 현실적인 안전한 의료진료 환경 마련을 위한 당국의 지원을 당부했다.

이 이사는 “의료진 폭행은 공공의료인에 대한 도전이며 환자 안전에 대한 심각하고 중대한 범법행위로 당국에서 엄중히 다뤄야 한다.”며 “응급의료기관들은 응급의료인들과 응급환자들의 안전한 환경진료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지자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법률적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상주 결찰도 하나의 제안이지만 병원의 규모를 떠나서 주취자 진료 시 안전관리료 수가를 신설해 안전요원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병원에 일정 보상을 주고 그를 통해 응급실이 안전한 의료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국민 호소 및 홍보 활동 전념
한편 의료단체는 이번 사건을 계기삼아 국회의원의 설득과 재발 방지를 위해 대국민 호소와 홍보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 대변인은 “응급실이 있는 모든 병원에 관련 포스터가 배포될 예정”이라며 “폭력이 근절될 때까지 간호계와 치과계, 더불어 대국민 호소와 홍보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의협은 현재 진행 중인 ‘청와대 청원’이 국민 여론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청원을 격려하는 지원과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앞서 지난 8일 ‘의료진 상대 폭행 행위’와 관련해 경찰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연 당시 현장에 모인 300여명의 보건의료인들은 개인 휴대전화를 통해 국민청원에 동의하는 퍼포먼스를 벌인바 있다.

정 대변인은 “국민청원을 통해 청와대의 공식적인 답변을 얻기 위해 20만 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사실 6만 명이 동의한 이후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최근 발암물질 고혈압약 사건 등 여러 사건들이 터지면서 관심이 떨어진 것으로 판단한다. 문제가 가라앉으면 다시 홍보를 통해 국민 청원을 격려하는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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