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약, 과립제 사용해 치료 효과 높이고 부가 수익 창출
약사시인으로 환자에 꿈 심어주고 만족할 때까지 상담

경기 부천시 삼정동 신흥시장 사거리에서 16년째 자리를 지켜온 동경약국이 있다.

맞은편 동경약국보다 더 큰 규모의 약국이 들어섰지만 굳건히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30년 이상 약사로 살아온 동경약국의 이희국 약사는 주민들에게 약사이기도 하지만 시시때때로 상담가와 시인 등 다양한 모습으로 주민들 곁은 지키고 있다.

한약 사용해 약 선택의 폭 넓혀
먼저 동경약국을 들어서면 진한 한약냄새가 벌써부터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요즘 약국에서 한약을 조제하는 모습을 사라졌지만 이희국 약사는 탕약과 과립 등 한약제제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그는 “생약과 한방을 다루고 있다. 매약과 처방뿐만 아니라 과립과 탕약을 사용해 환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며 “매약과 처방 조제의 수익에만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요즘은 한약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적어 탕약에 대한 부담이 많지만 그럴 경우 과립제에 대한 지식을 충분히 갖고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과립제의 경우 일반의약품이기 때문에 치료율을 높이고 수익도 올려줘 그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동경약국의 탕약 조제기는 쉴 틈이 없이 돌아간다. 이 약사는 “요즘 약국에서 한약조제는 많지 않지만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조제를 해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약조제의 경우 조제부터 조제기 청소까지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약 조제기만 관리하는 인력을 고용했다.

그는 “조제하고 약을 달이고 탕약을 꺼내 포장하고 조제기를 관리하는 등 그 과정이 쉽지는 않다.”며 “환자들이 복용할 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인력을 고용해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경약국의 또 다른 특징은 곳곳에 구비되어 있는 소아제품이다.

옆 건물에 소아과가 있어 처방전을 가지고 방문하는 아이들의 쇼핑 공간인 셈이다.

입구 쪽에는 캐릭터 칫솔과 밴드 등 위생용품이 있고 카운터에는 장난감 용품들이 있다. 한 곳에 모아 진열한 것 보다 소비자의 동선에 따라 다양한 제품을 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또 무상 드링크제는 제공하지 않지만 무상 요구르트는 제공한다. 이익을 위한 서비스가 아닌 오로지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것이다.

이 약사는 “유아들의 경우 진료를 받고 오면 지쳐 칭얼대는 경우가 많다.”며 “보호자가 약을 조제받는 동안 요구르트를 마시며 진정하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희국 약사는 이런 섬세한 서비스만큼 성인에게도 섬세함으로 다가간다.

지금은 근무약사가 있기 때문에 하루 7명 정도의 상담을 예약 받고 상담해 주는 것이다. 꼭 질병으로 아파서가 아니라 마음이 아픈 이들도 상담을 한다.

이익을 위한 상담이 아니라 약사라는 소명의식으로 그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도록 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약사는 “환자가 만족할 때까지 충분한 상담시간을 갖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질병뿐만 아니라 자살이나 우울증 등 심리적인 상처에도 효과가 있다.”며 “복약상담은 약사만이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이며 직원들에게도 복약상담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고 말했다.

▲ 사진=유은제 기자

시로 마음까지 치유해주는 약사
동경약국에 환자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약사의 지역사회 봉사활동도 한 몫 했다.

어려운 집안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집을 장만해드리는 것이 소원이었던 청년은 부모님의 집을 사 드리고 다른 가정의 보금자리 마련에 힘썼다.

‘백 가구 살리기’로 이름을 짓고 시작했던 꿈은 어느새 60을 바라보는 중년이 되었고 보금자리를 마련해준 가정은 백 가구가 훌쩍 넘었다.

부천원미경찰서 경찰발전위원장, 행복문화포럼 자문위원장, 국제로타리 3690지구 다문화 위원장 등 지역사회의 봉사를 이어가며 정치 입문 제의도 있었지만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는 40대 중반 약국이 안정되면서 취미로 시작(詩作)에 몰두했다. 약국을 운영하며 틈틈이 쓴 시로 문단에 등단했다.

특히, 올해 4월 발간된 시집 ‘다리’ 중 ‘새벽바다’라는 시는 그가 약사로서 봉사하며 살아가는 이유가 잘 녹아있다.

이 약사는 “약으로 환자의 신체가 회복되고 시로서 마음까지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약사로서 주민들의 약손이 되어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한,  “약사의 직능이 좁다고 생각하지 말고 약국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에서 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일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의 목표는 많은 사람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는 “약사라는 직업이 약만을 파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약사와 시인으로서 사람들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꿈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마지막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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