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계존비속 간 분할증여 위법 거래로 보기 어려워
거래 단계 의도적 조작할 경우 세법상 제재 받을 수
있어

플라톤은 “자식에게는 금보다 양심이라는 아름다운 재산을 물려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이왕이면 양심만큼 금도 많이 남겨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일 터.

그러나 수년째 우리사회 내에는 ‘수저계급론’, ‘헬조선’이란 용어가 일상처럼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벌과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대중의 시선도 마냥 곱지만 않은 실정이다.

물론, 어느 누구도 그들의 부와 명예에 대해 난데없이 비난하지는 않는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듯, 그들이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각종 편법적인 행위까지 동원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모범이 돼야 할 고위공직자와 재벌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는 결국 시민들의 불신으로 이어지기에 충분했다.

따라서 해마다 고위공직자들의 청문회나 재벌들의 국세청 조사마다 불거진 상속·증여 이슈에 여론의 눈총이 따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상속 및 증여세의 절세와 편법의 사이에서 문제 혹은 논란이 됐던 사례를 짚어보고, 왜 논란이 됐고, 실제로 논란이 될 만한 소지가 있었던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자.

CASE 1.   자식과 손주에게 분할증여
최근 상속·증여 문제로 홍역을 치른 사람은 역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홍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이른바 ‘쪼개기 증여 논란’이 편법이냐, 절세냐를 문제로 잡음이 이어졌다. 앞서 홍 장관은 2014년부터 2년에 걸쳐 장모(丈母) 소유 아파트, 상가, 건물 등을 본인 부부(夫婦)와 중학생 딸의 이름으로 각각 지분을 나눠 증여받았다.

문제는 미성년자인 홍 장관의 딸이 외할머니로부터 거액의 부동산을 물려받은 데 이어 그에 따른 증여세도 어머니의 도움으로 해결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야권에서는 홍 장관의 중학생 장녀가 초등학생 시절 외할머니로부터 8억6000만 원대 건물 지분을 증여받으면서 증여세를 내기 위해 어머니로부터 빌렸다는 2억2000만 원의 타당성에 대해 강도 높게 지적해 왔다.

사실 홍 장관 이전에도 편법증여 논란으로 문제가 됐던 정치인들의 사례는 다수 존재해 왔다. 박근혜 정부 당시 초대 국무총리 후보였던 김용준 후보자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아들이 7~8세에 부동산을 취득했던 점이 문제가 돼 낙마했고, 당시 경제부총리 후보자였던 현오석 후보자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를 25세 딸에게 증여하면서 아파트를 담보로 받은 대출채무를 함께 넘기는 부담부증여를 했는데, 아파트 증여 직전에 담보대출을 받았던 관계로 편법증여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홍 장관의 경우, 편법이 아닌 합법적인 증여라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소위 쪼개기 증여는 부모가 아들과 배우자에게 분할해 증여하고, 나아가 장인 또는 장모가 딸과 사위에게 분할해 증여하는 방식을 말한다. 제3자에 대한 증여와 달리 직계존비속 간 증여는 가장거래로 보기 어렵다. 과세관청 역시 직계존비속 간 분할증여는 증여재산공제를 한번만 적용하는 것으로 제재하고 있을 뿐 그 자체를 위법한 거래로 보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부와 모, 그리고 장인과 장모가 각각 아들과 며느리(또는 딸과 사위)에게 교차해 증여하는 것은 탈세로 보기 어렵다. 홍 장관의 경우도 그렇다. 이강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홍 장관의 사례는 언뜻 보기에 수증자를 늘려 증여세율을 낮춤으로써 증여세의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편법으로 보이거나, 할머니가 딸에게 증여하고 딸이 다시 그의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보다 증여세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러한 세대를 건너뛴 상속 및 증여는 세법이 인정하는 합법적인 증여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현행 세법에서는 조부모가 자녀를 생략하고 손자손녀에게 증여할 경우 손자손녀가 30%(미성년자에게 20억 원 초과 증여 시 40%)만큼 할증된 증여세를 내는 방식으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즉, 세금 측면에서 세대생략증여는 그 자체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손자 또는 손녀가 30%(또는 40%)의 할증과세를 부담하는 이상 그 과정에서 세금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탈세가 아닌 절세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세대를 건너뛴 상속·증여는 피상속인 내지는 증여자가 누구에게 상속·증여를 할 것인가라는 고유의 의사결정 문제가 개입돼 있다.”며 “그러한 자유는 원칙적으로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이를 두고 오로지 세금을 감소시키기 위한 행위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회계사도 “재산권의 보장과 조세 법률주의는 헌법이 추구하고 있는 핵심 가치 중 하나”라며 “재산권 보호를 위해 이루어진 세대생략증여로 인해 이루어진 절세는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세대생략증여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입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CASE 2.   상대방의 직계후손에게 교차증여
최근에는 부모들이 서로 상대방의 자녀들에게 증여하는 교차증여가 심심치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 증여세는 증여자별 재산가액에 누진세율을 적용해 산정되고, 동일인으로부터 재산을 증여받는 경우 10년 이내의 증여재산을 합산해 누진세율을 적용해 산정된다. 그래서 증여받는 사람이 한 명으로부터 2억 원을 증여받는 것보다 두 사람으로부터 1억 원씩을 증여받는 경우에 증여세가 줄어들 수도 있다. 이 경우 절세일까, 편법일까?

모 회사의 주주인 A씨와 B씨는 그들의 직계후손에게 회사의 주식을 증여하지 않고, 상대방의 직계후손에게 상호 교차해 주식을 증여했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이들이 합산과세로 인한 증여세 누진세율을 적용받지 않기 위해 편법적인 거래를 했다고 보아 주식을 증여받은 9명의 후손들에게 증여세를 부과했고, 대법원은 이러한 교차증여를 세법에 따라 그 실질에 맞게 A씨와 B씨가 그들의 직계후손에게 직접 증여한 것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7. 02. 15. 선고 2015두46963 판결). 그 결과 처음부터 직접 증여를 한 경우보다 가산세 등의 부담으로 오히려 납부할 세금이 늘었다.

이에 대해 이강민 변호사는 “만일 A씨, B씨가 교차증여를 한 데에 세금을 줄이려는 목적 이외에 사업상 필요 등의 다른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면, 직접 증여의 경우보다 증여세가 줄더라도 특별히 문제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사례처럼 단순히 증여세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에 따라 거래 형태나 거래 단계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는 행위는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오히려 세법상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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