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기업과 정치권 상속사건 잇따라 화제
성견후견인 제도 조명, 본인 상속에 관대한 정치인 ‘비난’

연예계의 상속 관련 사건들이 눈길을 끌었지만 역시 이 분야 ‘센터’는 올해도 대기업과 정치권이 차지했다. 상속 사건이 화제를 모으며, 일반 대중에게 생소했던 관련 제도들이 회자되기도 했다.

# 법원 “신격호 한정후견인, 주주권 대리 행사 가능”

▲ 최근 법원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한정후견인이 신 회장의 주주권을 대리행사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놨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롯데 일가의 상속분쟁과 함께 조명된 ‘성견후견제도’가 대표적이다. 2013년 7월부터 시행된 새로운 성년후견제도는 종래 무능력자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가정법원이 후견인과 후견의 범위를 정하고 감독사무를 담당한다.

또한 후견인이 재산 관리뿐만 아니라 치료, 요양, 거주 이전 등 신상에 관한 결정권 행사도 가능하며, 본인들의 자기 결정을 존중하고, 잔존 능력을 활용해 사회 복귀를 촉진하는 정상화의 원칙 등을 기본 이념으로 한다.

성년후견제는 다시 성년후견, 한정후견, 특정후견, 임의후견으로 나눌 수 있다. 성년후견은 질병, 장애,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결여돼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신청하게 되며, 치매 판정을 받았거나 신체에 일정 장애가 있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할 때는 한정후견, 재산 관리나 회사 경영 등 특정 사무에 한해 후견이 필요한 경우 특정후견, 계약에 의해 후견이 성립되는 경우를 임의후견이라고 한다.

지난해 8월 법원은 신격호(95)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성년후견’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지만 ‘한정후견’은 필요하다고 보고 한정후견을 개시, ‘사단법인 선’을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으로 선정했다. 올해 6월 대법원에서도 지난해 8월 서울가정법원이 지정한 사단법인 선을 신 총괄회장의 한정후견인으로 최종 확정했다.

이런 흐름 속에 최근 법원이 신 총괄회장 한정후견인이 신 총괄회장 주주권을 대리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해 또다시 해당 제도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서울가정법원(가자20단독, 김성우 부장판사)은 지난 10월 30일 “사건본인(신 총괄회장)이 자신의 재산과 신상에 관한 적정한 의사결정이나 문제 해결 능력이 매우 부족한 상태인 사실 등과 신 총괄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에서는 주주권 행사에 대해 명시적으로 정한 것이 없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법원은 “신 총괄회장이 주주권 등 중요 재산권을 적정하게 행사할 수 없는 정신적 상태에 있는 점, 주주권 행사에 청구인이 관여하게 된다 하더라도 경영권 분쟁 중인 친족들과 달리 신 총괄회장 의사를 가장 공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사람에게 대리하게 하는 것인 점 등을 종합해보면 주주권에 관한 동의권과 대리권을 행사하게 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후견인)이 주주권 등을 행사하다 신 총괄회장이나 회사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권한 행사 전에 법원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조건을 달았다.

해당 판례에 대해 민경서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현재 우리나라 1세대 창업주들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전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취지의 판결이 많이 나올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다만, 한정후견 등 성년후견제도가 제대로 활용되려면 후견인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특히 주주권 행사의 경우,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 법원의 허가를 받아 후견인이 관련 행위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법체계를 정비하고, 법원의 후견인에 대한 감독 범위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CJ가의 수천억 원대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

▲ CJ 이재현 회장 등 삼남매를 상대로배다른 형제 이 모씨가 제기한 수천억 원대 유류분 반환청구소송이 진행 중이다./ 사진출처=연합뉴스

대기업 오너가를 상대로 한 수천억 원대 유류분(상속인을 위해 법률상 유보한 상속재산의 일정 부분) 반환청구소송이 12월 21일 재판부(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의 혼외자 이 모(53) 씨가 배다른 형제인 이재현(57) 회장 등 CJ그룹 삼남매와 이 명예회장의 부인 손복남(84) 고문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다.

이 씨 측은 이재현 회장 등을 상대로 한 유류분을 2300억 원으로 특정했다. 이 회장의 재산 중 2조5000억 원은 이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이의 11분의 1인 2300억 원을 유류분으로 정한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 씨 측이 소송을 제기하며 2억100원을 청구액으로 정했는데 이후 법원에 청구취지 변경서를 제출하지 않아 자체적으로 유류분을 2300억 원으로 특정했다고 하더라도 청구액은 2억100원으로 유지될 수 있다.

# 하림의 편법 증여 논란

▲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아들에게 편법증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출처=연합뉴스

편법 증여 논란에 대기업 오너가 공개 기자회견을 하는 등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국내 최대 닭고기 전문 기업인 하림그룹은 지난 7월 편법 증여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으며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직권조사를 받은 바 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2012년 아들 김준영 씨에게 비상장 계열사 올품 지분을 물려줘 10조 원 규모의 하림그룹 지배력을 확보하도록 했는데, 올품과 한국썸벧 매출이 아들 김 씨에게 증여되고 나서 5배가량 상승했다. 또 이 과정에서 아들이 낸 증여세는 100억여 원에 불과했다는 점이 논란이 됐었다.

# 홍종학 장관의 쪼개기 증여 사건

▲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과거 재벌 저격수를 자처했지만 정작 자신은 쪼개기 증여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강한질타를 받았다./사진출처=중앙일보

정치권에서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이른바 ‘쪼개기’증여 문제가 논란이 됐다. 앞서 홍 장관은 2014년부터 2년에 걸쳐 장모(丈母) 소유 아파트, 상가, 건물 등을 본인 부부(夫婦)와 중학생 딸의 이름으로 각각 지분을 나눠 증여받았다.

문제는 미성년자인 홍 장관의 딸이 외할머니로부터 거액의 부동산을 물려받은 데 이어 그에 따른 증여세도 어머니의 도움으로 해결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야권에서는 홍 장관의 중학생 장녀가 초등학생 시절 외할머니로부터 8억6000만 원대 건물 지분을 증여받으면서 증여세를 내기 위해 어머니로부터 빌렸다는 2억2000만 원의 타당성에 대해 강도 높게 지적해 왔다.

무엇보다 과거 재벌 저격수를 자처하며 부의 세습을 견제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관련 주장들을 펼쳤던 홍 장관이 정작 본인 가족의 부의 대물림에 대해서는 관대한 것이 아니냐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여권에서는 “자녀와 배우자 간 사적 채무 관계는 증여세 납부를 위한 합리적인 선택일 뿐이다.”라며 ‘편법’이 아닌 ‘절세’의 방안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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