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한국의약통신DB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게 칭찬을 잘 해주는 편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특히 이제 막 세상을 알아 나가는 다섯 살 아이에게 “우리 민주는 정리정돈을 참 잘해요.”라고 말을 해주면 그 말에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한다.

나와 생긴 것도 똑같이 생겼지만 우리 아들은 나를 똑 닮아서 사실 정리정돈을 잘 못하는 편이다. 하지만 내가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는 순간부터 내 아들은 자신이 정리정돈을 잘하는 어린이이고 싶어서 더 열심히 장난감들을 제자리에 정리해 놓는다.

얼마 전 SF영화의 전설인 블레이드 런너의 속편이 개봉되었다. 블레이드 런너 2049라는 이 영화를 보고 내 아들 생각이 났다. 영화 속 주인공은 안드로이드이다. 사람이 아닌 기계, 로봇이다. 정부의 허가를 받고 만들어진 주인공은 허가받지 않은 다른 로봇들을 제거하는 것이 자신의 업무이다.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인간으로부터 공장에서 만들어서 태어나게 되는 존재인 로봇이 생식 능력을 갖게 되고 출산까지 하게 된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인간들은 크게 놀라고 로봇이 생식 능력을 얻어서 자연출산을 하게 되면 인간의 입지가 위협받기에 그 출산에 의해 태어난 존재를 찾아서 제거하라는 명령을 주인공에게 내린다.

주인공은 사건을 조사하면 할수록 그 특별한 존재가 자신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즉, 자기가 그 특별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타고나기를 비인간적인 로봇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행동으로 자신을 희생하며 결국 영화의 말미에 눈을 감는다.

사실 주인공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특별한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그에게 하여금 자신들의 세상을 좀 더 이롭게 만들었다. 칭찬을 통해 정리정돈을 잘하는 내 아들과 블레이드 런너가 이렇게 엮일 줄은 생각을 못했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나 자신까지 돌아보게 되었다.

나 역시 나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열심히 약국을 운영해서 나와 함께 일하는 약사님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강의장에서 강의를 통해 나의 노하우를 다른 약사님들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내가 생각한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그 부끄러운 경험들은 나로 하여금 자다가 ‘이불킥’을 날리게 하고 결국은 조용히 내공을 다지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내가 특별하다는 생각이 저항에 부딪혔으나 부서지지 않았기에 나는 탄성을 얻어 결국 내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었다.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는 많은 시도를 해봐야 한다. 약국을 좀 더 잘 운영하기 위해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시도들. 하다못해 청소라도 다른 약국보다 더 잘 해야 한다. 일반약 판매를 많이 하고 싶다면 일반약에 대한 매뉴얼부터 만들어야 할 것이다. 자신이 판매하는 약들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부터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무슨 성분이 몇 ml 들어있는지는 알 필요가 없더라도, 하루에 몇 번 먹는 약인지 정도는 외우고 있어야 한다. 직원 관리를 잘 하고 싶다면 직원 업무 매뉴얼부터 작성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게으른 나는 이런 것들을 할 능력이 없다.

그렇다면 자신을 칭찬해 보자. 나는 충분히 다른 약사들보다 뛰어난 약사가 될 자질이 있다. 나는 특별하다. 특별하기 때문에 남들이 잘 안하는 시도들을 해볼 것이다. 언젠가 자신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전보다는 나은 약사가 되어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