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YPG leadership summit을 다녀와서

FIP 서울총회의 공식적인 행사는 9월 14일에 끝났지만, 나의 이야기는 끝이 아니다. 각자의 나라로 돌아간 약사들로부터 이메일이 오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는 FIP 기간에 만났던 약사들과의 교류가 한창이다.

내 생각에 FIP는 전 세계 약사들의 집단 지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일종의 플랫폼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나에겐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있다. FIP에서 만났던 AYPG 사람들의 초대로, 지난 11월 11~13일에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의 AYPG(Asian Young Pharmacist Group) Leadership Summit에 다녀오게 되었다.

AYPG라는 단체는 아시아 지역의 젊은 약사들과 약대생들이 모여 본인들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선배 약사님들로부터 각각의 직능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행사이면서, 동시에 아시아의 젊은 약사들 간의 상호 교류를 목적으로 두고 있다.

나는 그 안에서 FIP와는 다른 아시아, 그리고 내 나이 또래의 약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과 약사로서 가지고 있는 고민을 나눌 수 있었다.

특히 이번에는 행사에 제출된 poster의 평가자 역할이 주어졌다. 이 중 내가 맡은 포스터는 총 53개의 포스터 중 11개.

포스터를 제출하거나 다른 사람의 포스터를 보고 정보를 획득하는 사람에서, 제출된 포스터를 이해하고 평가하는 사람으로 시선이 바뀌니, 행사 전에 포스터 초록을 모두 읽고 내용을 파악하고 있어도 발표자가 말하는 단어 하나하나를 놓칠세라 온몸의 세포가 긴장하고 있었다. 

포스터를 준비한 발표자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였을지 알기에, 포스터 앞에서 그들의 발표를 모두 듣느라 나의 포스터 시간은 화장실을 갈 시간조차 내기 쉽지 않았다.

내가 맡았던 분야는 약대생의 연구 분야였는데 최근 약제학에 대한 연구(나노젤 등)와 각광받는 원료인 curcumin의 새로운 효능 탐색 등의 주제가 주를 이뤘다. 그 외에도 약사들 사이의 설문조사와 교육, 그리고 지역 사회에서의 행사 내용들이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주제로 포스터나 논문을 발표하면 좋은 주제로 보이는 포스터들은 쉬는 시간 틈틈이 촬영해두었다.

행사 기간 동안, 세션 하나하나가 나에게 약사로서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는 현재 전통 의학(우리나라로 치면 생약과 한약학)을 현대화 하여  교육하고 있었다.

말레이시아는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영어와 말레이시아 언어를 쓰면서 중국어, 인도네시아 언어까지 사용하는데, 이런 이유로 전통의학의 경우에도 중국과 인도의 전통의학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음식도 MAMAK이라고 하여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의 음식이 반영된 퓨전 음식이 많다고 한다. 또 일부 약대의 경우엔 영국이나 오스트레일리아와 학제가 동일하여, 2년 정도 외국(Monash University 와 IMU의 경우 영국과 호주에서 동일한 학제 수업을 듣는 것이 가능하다) 수업을 듣는 것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말레이시아, 대만, 태국, 노르웨이, 미국 등에서 온 연자들의 강연들이 매시간 지속됐다(하나라도 놓칠세라 집중하는 나의 모습이 행사 사진에 있어 공유한다).

나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스타트업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entrepreneurship’이라 불리는 약사로서의 사업가에 대한 강의가 가장 인상이 깊었다. 약사로서 쉽게 간과하는 것이 재정능력인데, 이 능력을 강화하라는 메시지였다.

예를 들어 고급 레스토랑에서 데이트를 하게 될 때, 와인을 잔이 아닌 병으로 시키면, 경제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데 많은 약사들이 이를 간과한다고 한다.
강사는 다음과 같이 예를 들었다.

와인 1병에 만 원인데, 1병에 와인 잔으로 4잔이 나온다. 하지만 와인 잔은 1잔당 4천 원이라면,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일반적으로 데이트할 때, 각자 와인을 2잔정도 마시기에, 4잔을 시키는 것보단 병으로 시키는 것이 경제적인데, 일반적으로 잔으로 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심지어 데이트 상대방이 술을 잘 못하여 입술만 축일 경우, 병으로 시키는 것이 본인이 술을 더 많이 마실 수 있는 기회일 수 있음을 명심하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국제 행사의 경험은 자꾸만 손이 가는 새우깡 같다. 한번 손이 닿으면 자꾸만 손이 가게 된다. 물론 그 국제 행사를 제대로 경험하기 위해선 준비과정이 필요하다.

국제 행사에 가기 전 그 행사가 어떤 내용을 가지고 하는지,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 어디에서 어떤 이벤트가 있는지 미리 파악하고, 동선도 미리 다 알아둬야 한다. 시간과 내 몸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행사에 드는 경비를 준비해야 하고, 업무 역시 행사 기간에 맞추어 조절해야 한다. 근무약사나 약국장이라면 행사에 참석하는 경비뿐만이 아니라, 행사 기간에 일을 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소득 역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조금 더 다양한 세상을 보는 것에 관심이 많은 약사님들에게 국제 행사의 참여를 추천하고 싶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지금의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고, 내가 속하지 않았던 세상에 대해 알게 해주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만약 아직 해외학회를 가본 적이 없어 두렵다면, 국제 영화제나 독립영화제 등의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상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원하는 강의(영화제라면 영화)가 동시 상영되거나 겹쳐서 상영될 수 있으니 사전에 동선과 시간을 철저하게 분석해두어야 본인이 100%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국제 행사에 참여하기가 선뜻 망설여진다면, 유명한 운동화 회사의 광고의 카피를 전하고 싶다. Just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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