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근무환경, 책으로 자생의 힘을 기르다.
나만의 독서 방법으로 간호 행위의 변화 일으켜

최근 감정노동의 극한으로 세간에 오르내리는 직업이 있다. 바로 ‘간호사’라는 직업이다.

3교대 근무와 환자, 보호자와의 관계 형성은 육체적, 정신적 노동이 함께 동반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간호사, 상사, 엄마, 며느리, 아내 많은 관계 형성에도 그 역할을 온전히 해내며 26년간 간호사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는 한 사람이 있다.

▲ 김희나 과장/ 한양대병원

한양대병원 외래주사실 김희나 과장은 하루하루가 버겁고 힘들었지만 항상 책을 통해 그 고통을 감내하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김 과장은 “‘간호원’에서 ‘간호사’로 명칭이 바뀌어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듯 우리의 마음도 항상 인식하고 개선해 나가야 하며, 나에게는 그 방법이 책”이었다고 말했다. 26년간 간호사로 근무하는 동안 책은 김 과장에게 삶의 에너지와 자생력을 키워주는 수단이었다.

책을 가까이 하게 된 이유에 대해 김 과장은 “간호사라는 직업이 단순히 돌봐주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지만, 상당히 많은 관계를 형성하고 살아간다.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서 소통의 어려움과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책을 읽게 됐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괴롭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 운동이나 술, 음식 등 다양한 방법들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한다. 하지만 괴롭고 힘들다고 책을 들고 읽기는 쉽지 않다. 김 과장은 “술, 담배 같은 것은 일시적으로 해결 됐다고 느낄 뿐 스트레스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또 그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에 책을 통해 문제를 인식하고 끊임없이 스스로 개선하려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 때문에 김 과장은 학사 출신이 아님에도 대학병원에서 승진도 하게 됐으며 외래주사실의 이미지도 밝아지고 환자들의 칭찬도 계속적으로 이어졌다.

“책을 통해 공감 능력을 얻게 됐다. 단순한 감정이입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이해하는 것이 간호사로서의 업무 능력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외래 주사실은 퇴원 후 집에서 주기적으로 방문해 항암주사를 맞는 환자들이기 때문에 김 과장의 공감 능력은 여기서 더욱 발휘된다.

어느 지역에서 올라왔는지, 오늘 컨디션은 괜찮은지, 지난 번 주사를 맞고 간 뒤 특별한 문제는 없었는지…환자가 묻기 전 먼저 다가가 말을 건넨다. 주사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환자를 대하는 따뜻한 말과 행동을 무척 중시 여기는 것이다.

김과장은 직장과 가정의 일로 오랜 시간동안 독서를 하기 힘들지만 병원을 오가는 출퇴근길, 쉬는 시간 그의 손에는 항상 책이 들려있다. “요즘 한양대 사이버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공부하기 때문에 독서의 양이 줄어 현재는 한 달에 약 4권의 책을 읽는다”며 “주로 인문학 관련 서적을 많이 보는데 옛 성현들의 말씀은 현재 나의 삶에 적용해 깨달음을 많이 얻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고민도 책을 선물해 독서도 하고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도록 한다.”고 말했다.

또, “요즘엔 미니멀리즘에 빠져있다. 특히 마스노 슌묘의 ‘일상을 심플하게’를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있는데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현 시대에 물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방법을 깨닫게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여기까지 쉬웠던 것은 아니다. 바쁜 와중에도 왜 독서를 하는가? 라는 물음에 김 과장은 “요즘 영상매체를 보면 어떤 깨달음보다 저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자극적이고 시청률만을 위한 프로들이 아쉬웠다. 책은 인쇄물로 남고 작가들의 진정한 메시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계속 독서를 하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베스트셀러나 유명한 작가가 쓴 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책을 찾도록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책은 내면을 성장 시킬 수 있는 힘이 된다. 독서 습관은 생각을 변화 시키고 고정화된 틀을 깨고 세상의 흐름을 알려주고 생각을 변화시키며 그것이 또 다른 지식을 쌓고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독서 행위만으로 그 변화가 쉽지는 않지만 그런 의문이 생길 때 김 과장은 책 한권을 수줍게 내밀었다.

‘예스 채근담’이라는 책 곳곳에 밑줄과 메모가 적혀 있다. 김 과장은 “누구나 책을 한번 읽으면 쉽게 잊을 수 있다. 한권의 책을 몇 번을 읽고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거나 느낀 감정을 적고, 좋은 구절을 따라 쓰며 계속 되새기는 것도 독서가 행동의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 과장에게 독서는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를 일으켰다. 이전에 친절한 간호사였다면 지금은 환자의 가려운 부분까지 긁어주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환자분이 필요한 정보와 요구 사항은 친절하게 도와주는 것이 간호사의 본분이다. 그러나 모르는 부분까지 해결해 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계속적인 의문을 가졌던 행위는 환자들의 상태나 행동에 의문을 던지고 직접적인 요구 없이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으로 삶에 대해서 김 과장은 꽤나 소박하다.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를 생각했을 때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환자에게 편안함을 주고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이든 구분하지 않고 간호사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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