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농산급탕, 염증 시작돼 조직 단단해지고 발적`발열 시 사용
탁리소독음, 나이 든 욕창환자 등 영양 부족한 사람에게 적합

▲ 김연흥 약사(안산시 원곡동 백제약국)

필자는 이런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탁리소독음을 사용합니다. 약국에서 다빈도로 사용하는 소염제라고 하면 브로멜라인 등이 포함된 소염효소제와 소염진통제, 또 배농산급탕일 것입니다.

여기에 약사들이 잘 알아두면 좋은 약으로 탁리소독음이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탁리소독음과 배농산급탕을 어떻게 이해하면 합리적일지 또 그 약들의 정확한 적응증은 무엇일지를 알아볼까 합니다.

약을 공부하기에 앞서 염증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이해하면 처방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1. 염증 진행 과정
염증은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1) 조직이 손상을 입은 후에 손상된 조직 주변의 소동맥이 이완, 확장되면서 혈류가 증가하여 모세혈관의 그물 전체를 혈액으로 가득 채웁니다.

2) 백혈구가 혈관 벽을 통과하고 손상된 조직으로 이동합니다. 염증으로 인해 혈관 투과성의 증가되어 모세혈관에 있던 단백질이 조직으로 빠져나오게 됩니다.

평소에 무기질은 혈관을 잘 투과할 수 있으나, 단백질은 일부만 제외하고는 혈관 밖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 염증이 발생하면 혈관 투과성이 증가하고 혈액내의 단백질이 혈관을 투과해 조직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혈관 밖의 조직에 있는 단백질이 수분을 끌어들이게 되면서 부종이 형성됩니다. 또한 손상된 조직의 히스타민과 류코탁신이 혈관 투과성을 증가시키고 촉진합니다.

이 과정에서 염증의 4대 증상인 발적, 부종, 발열, 통증이 발생합니다.

3) 조직에 도달한 백혈구는 세균이나 손상된 세포를 제거합니다. 혈장단백질 피브리노겐은 혈액 응고작용을 하고, 감마글로불린은 특정 항원과 반응하는 항체로 작용합니다.

상처 부위의 혈장은 산소를 운반하고 조직에 영양을 공급하며, 이 부위의 유독 물질을 희석시키고 씻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4) 염증반응이 마무리 되는 단계에선 다핵구가 줄어들고 단핵구가 늘어납니다. 다핵구는 손상된 조직에 들어가 대식세포가 됩니다. 대식세포는 식세포 작용을 통해 손상된 조직을 청소하고 회복을 돕습니다.

5) 손상이 클 경우엔 손상된 부위의 회복이 필요하고, 이는 재생과 조직화 두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재생은 파괴부위가 회복될 때까지 살아있는 조직세포가 계속 분열하는 것이고, 결합조직이 크게 부족하거나 혈전과 삼출액이 크게 형성된 경우에는 새로운 혈관과 fibrinoblast(결합조직형성세포)가 자라나 반흔조직을 형성하는데 이를 조직화라고 합니다.

2. 탁리소독음
시중에 판매되는 탁리소독음은 인삼, 황기, 작약, 당귀, 백출, 복령, 진피, 연교, 금은화, 백지, 감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 항염작용
처방을 보면 금은화가 눈에 띄는데요. 금은화는 항염, 항알러지 작용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약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은교산에도 포함되어 있는 약으로 현재 항염 항균 목적으로 많이 쓰입니다.

백지는 항염과 항균작용이 있고, 연교는 항염 항균작용에 혈소판 활성 억제에 도움이 됩니다.

2) 혈관투과성 개선 및 항 궤양 작용
진피의 주성분인 hesperidine은 혈관 투과성 증가를 개선하며, 부종을 억제합니다. 후박은 항균작용과 항궤양 작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후박과 진피는 위장의 담음을 제거하고 위장의 운동성을 좋게 하는 기능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 좋을 듯합니다. 위장관의 궤양을 회복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3) 조직의 부종 제거
백출과 복령은 상처부위의 부종을 제거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4) 상처의 회복
황기는 염증을 억제하는 작용과 더불어 기저세포의 성장촉진에 도움을 줍니다. 여기에 당귀와 천궁 그리고 작약이 들어있는 것은(이 조합은 사물탕의 개념을 넣겠다는 의미겠죠?) 조직의 회복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미입니다.

사물탕은 보혈과 보음의 두 가지 기능을 다 하기 때문에 손상된 조직에 영양이 잘 들어가고 회복이 되도록 돕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탁리소독음은 염증약 중에서 항균, 항염과 더불어 상처의 회복을 도와 흉터가 덜 생기게 해주는 약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잘 아물지 않는 중이염, 부비강염, 간염, 장염과 알레르기성 피부염과 대상포진 등에도 사용할 수 있는 약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탁리소독음의 회복기능에 관심이 갑니다.

이와 같은 탁리소독음의 기능을 이해한다면 탁리소독음을 사용할 때, 영양물질을 같이 쓰면 효과가 더욱 좋을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심한 허증의 환자가 상처가 잘 회복되지 않을 때 십전대보탕을 사용해서 상처회복을 돕는데, 이것은 현대 약국에서 아미노산이나 태반과 같은 제품을 사용함으로 상처의 회복을 돕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제 배농산급탕도 한 번 알아봐야 겠지요?

3. 배농산급탕
배농산급탕은 아주 흔한 약이지만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것 또한 배농산급탕입니다.

배농산급탕은 배농산과 배농탕의 개념을 묶어 놓은 처방인데, 배농산은 지실, 작약, 길경으로 이루어져 있고, 배농탕은 길경, 감초, 생강, 대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 배농산
배농산은 지실과 작약 그리고 길경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실은 파기소적하는 약으로 뭉친 것을 풀어주는 파기제의 명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은 IgE의 생성을 용량 의존적으로 억제해서 염증 과민반응을 완화합니다. 또한 혈액응고를 억제하는 작용도 있어 염증으로 인한 혈전 생성을 줄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작약과 함께 쓰면 단단하게 뭉친 것을 푸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변비약인 굿모닝에도 쓰이고, 경련성 위장장애에 효과적인 사역산에도 쓰이고, 배농산에도 사용되는 것입니다.

길경은 통증과 염증을 없애는데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길경, 지실, 작약으로 이루어져 있는 배농산을 보면 염증의 초기에 조직이 부풀어 오르고 발열, 통증이 이뤄지는 단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배농탕


길경과 감초, 대추, 생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길경탕(길경과 감초)에 생강과 대추를 합한 것으로 이해하면 좋습니다.

길경탕은 목이 아프고 부어있고 누런 가래를 내뱉을 때 사용하는 약입니다. 누런 가래와 피가 나는 염증이라면 이미 농이 삭아서 배출되는 상태를 의미하며, 배농탕은 그 농이 잘 제거되도록 돕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여기에 배합된 대추도 항염증과 항 알러지 작용을 하며, 생강도 항균 및 항염작
용에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배농산은 화농증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증상이 국소에만 한정되어 염증이 침윤되고 아직 파열되지 않았고, 단단하며 궤양이 생기지 않았을 때 사용하는 약이고, 배농탕은 화농증에 쓰는 것으로 환부는 크게 부어오르지 않았지만 약간 열이있고 발적할 때 쓰는 약이라고 이해할 수있습니다.

따라서 배농탕은 고름과 종기,치조농루, 중이염, 축농증, 치루, 편도염 등의 증상으로 상처가 곪았거나 고름이 흐를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두 처방을 섞은 것이 배농산급탕 이므로 배농산급탕은 염증이 시작되고 단단해지며 심해지는 단계부터 화농이 생성되고, 회복되는 모든 단계에 사용할 수 있는 약인것입니다. 염증 전반의 과정에 도움이 되는 약입니다.

이렇게 설명을 해놓고 보니 탁리소독음과 배농산급탕을 언제 사용해야 될지가 보입니다.

배농산급탕은 염증이 시작이 돼서 조직이 팽윤되고 단단해 지고 발적과 발열이 시작되는 단계에 있어서는 탁리소독음보다 효과가 좋을 듯 하고, 탁리소독음은 나이든 욕창환자나 당뇨환자와 같이 영양이 충분치 못해서 상처가 쉽게 회복되지 못하는 상태에 특히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눈다래끼와 같이 상처가 단단해지고 통증이 수반되는 염증 전반에 대한 약으로는 배농산급탕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고, 림프절 염이나 항문주위의 염증, 잘 낫지 않는 중이염과 같은 다소 만성화된 질환에는 탁리소독음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염증이라는 것이 어떤 기준을 놓고 한 가지 증상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두 처방을 동시에 사용해야 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소시호탕과 탁리소독음 그리고 배농산급탕의 조합은 신경성으로 인한 만성적이고 반복적인 염증성 질환에 좋고, 회복이 더딘 단단하게 뭉친 치질에도 을자탕 등과 같이 쓰면 효과가 좋습니다.

지금까지 탁리소독음과 배농산급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염증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아보다 보니 배농산급탕이나 탁리소독음이 얼마나 중요한 약인지 알 것 같습니다.

탁리소독음은 현재 단일 제품으로 생산하는 회사가 한풍제약 정도 밖에 없습니다. 약국에서 많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갈수록 생산하는 회사가 줄어든 탓입니다.

약사님들이 더 정확하게 이런 약들을 이해하고 많이 사용한다면 더 많은 회사들이 이런 제품을 만들게 되겠죠. 더 많은 약사님들이 관심을 갖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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