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을 맞아 산과 바다, 그리고 계곡으로 피서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장마와 하루하루 찌는 듯한 무더위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독서.

에어컨을 켜고 시원한 매미 소리와 함께 더위를 피하면서 진정한 휴식으로 ‘독서’를 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2017년도‘8월의 읽을 만한 책’을 선정·발표했다. 추천도서 가운데 몰입하게 만드는 스토리와 지친 심신을 재충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서 몇 권을 살펴본다.

'사람'이라는 오래된 지도를 들고 떠나는 베를린 여행기 <베를리너>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하던 저자가 무작정 떠난 베를린에서 3년간 머물며 만난 베를리너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갤러리 인턴으로 시작해 종일 말똥을 치우는 농장일과 독일 드라마 엑스트라 출연까지, 갖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눈이 아닌 몸으로 겪은 자만이 발견할 수 있는 베를린의 숨은 매력이 가득 담겨 있다.

총 스무 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모험하는 베를리너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생생하게 녹아 있다. 국적도 나이도 직업도 천차만별인 이들을 만나 인터뷰한 저자는 영화, 역사, 비건, 클럽, 소비, 문화 운동 등 오늘의 베를린을 가장 잘 드러내는 스무 개의 키워드를 통해 타인의 삶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다. 무엇보다 여행을 ‘삶’으로 가져와 ‘앎’으로 끌어안으려는 저자의 시선이 빛나는 책이다. 챕터마다 현지인만이 아는 베를린의 핫 플레이스 정보까지 꼼꼼하게 소개해 여행 정보서로도 손색이 없다.

평행우주가 지닌 어떤 다정함 <디어 랄프 로렌>

소설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손보미 라는 작가를 눈여겨보았을 것이다. 예상치 못한 스토리로 독자들을 자신의 영역으로 완벽히 끌어들이는 힘을 지녔기 때문이다. 데뷔한 지 10년이 되지 않았고, 단 한 권의 소설집을 냈을 뿐인 이 작가는 젊은작가상 대상,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의 기대를 가장 크게 받고 있다.

영상시대라고 하지만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며 인문학적 욕구까지 충족시키는 장르는 소설이 유일하다. 예측 가능한 스토리에다 뻔한 주장을 실은 작품에 식상한 이들을 『디어 랄프 로렌』은 한껏 빨아 들여 낯선 세상을 돌다 어찔어찔해져서 돌아 나오게 만든다. 복잡한 듯 하지만 짝을 지어 한 단계씩 이야기가 풀려나가는 걸 즐길 수 있는 구성이다. 1980년생인 작가의 폭넓은 관심과 지식에 종종 탄성을 지르며 푹 빠지게 되는 소설이다.

레비나스의 깊이 있는 사유 읽기! <타자와 욕망>
타자와 욕망은 레비나스의 철학적 사유에 깊이 있게 들어간다. 레비나스 철학에서 초점은 갈등을 동일자의 지평에서 해결하는 데 있다기보다는 타자와의 관계를 환기함으로써 그 지평과 갈등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변화를 가져오는 데 있다. 레비나스는 우리에게 익숙한 테두리 내로만 눈을 돌려서는 그 내부의 문제도 풀어가기 어렵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삶의 지평을 경쟁과 계 산 따위로 한정해서는 갈등과 전쟁이 되풀이되는 역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얼핏 우리가 당연시할 수 있는 관계들에 갇혀 있지 않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역의 밖, 그 너머와의 관계가 우리 삶의 더욱 근원적인 차원이다. 타자와의 관계는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무대인 존재의 규정들에 앞서며 존재 세계의 바탕에 놓인다.

가짜에 속지 않는 방법 <무기화된 거짓말>

우리는 매일 넘치고 넘치는 정보에 파묻혀 살고 있다. 과장되고 왜곡되며 발명된 거짓정보들이 언론의 자유라는 탈을 쓰고 횡행하고 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드디어 탈진실(post-truth)이라는 단어가 실릴 정도로 우리는 통계숫자, 그래픽, 여론조사, 현장검증, 실험결과, 수사, 탐색, 증거, 증언, 객관적 관찰, 과학적 분석 등등의 이름과 형식으로 쏟아지는 온갖 정보가 진실이 아닌 줄 의심하면서도 진실로서 받아들이는 잘못을 일상적으로 아주 쉽게 범한다.

정치, 정책, 경제, 비즈니스, 안전과 안보, 의료와 과학에 이르기까지 이미 거짓된 정보가 사회적 위험 수위를 넘어서 사실을 압도하고 진실로 수용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실제 일어난 일 보다 개인적인 신념이나 감정으로 즉각적인 여론형성에 휩쓸리기 때문이다. 이 책은 숫자와 언어 그리고 영상으로 조작되는 세상의 현상과 선전 선동에 대하여 우리가 객관적이고 비교학적인 시각과 냉철한 분석력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거짓이 무기화 되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내용으로 차있다.

저자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잘못 보고 잘못 분석하며 잘못된 논리에 빠지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거짓된 사실의 홍수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혜안과 오류를 잡아내는 비판적 사고를 갖춘다면 우리 사회의 질적 수준은 높아지고 우리의 삶은 건강하고 안전해질 것임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의 장점은 거짓말과 사실을 구분해 내는 방법과 사실 속에서 진리를 읽어내는 지혜를 쉬운 설명을 통해서 알려준다는 점이다.

무더운 여름을 거짓과의 감정적 유대를 통하여 이기적인 향락에 빠지는 대신에 이 한권의 책으로 진실을 찾아내어 쾌적한 사회를 만드는 주인이 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보내기를 추천한다.

저작권자 © 한국의약통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