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 인지 장애는 뚜렷한 진단 기준이 없어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질환이지만 고령 인구 증가에 따라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고, 치매의 전 단계로 간주되고 있어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뇌졸중 후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혈관성 치매 환자도 많다. 오늘 좌담회에서는 경도 인지 장애와 혈관성 치매는 어떤 질환이며,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논의해 본다. <편집자 주>

경도 인지 장애의 진단 및 치료 전략 (부천성모병원, 조광욱 교수)

▲ 연자 조광욱

치매는 정상인 뇌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서서히 손상되는 질환이며, 그 원인으로는 노화, 유전적 요인(genetic factor), β-amyloid, tau protein, free radical 등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각각의 원인들이 어떻게 작용하여 치매를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바 없다. 따라서 치매 치료제는 아직 없으며, 현재까지 최선의 치매 치료 전략은 빨리 발견해서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뉴런과 뉴런 사이의 시냅스(synapse)에서 다양한 신경 전달 물질이 분비되어 신경이 전달되고 뇌가 기능하게 된다. 그러나 정상적인 뉴런이 망가져서 원추형 모양의 ‘tangle’을 형성하고 단백질 덩어리인 ‘plaque’가 만들어 진다. 증상이 심해지면 환각이나 망상, 불안, 우울증 등이 나타나는데, 이 단계까지 이르면 환자는 요양 병원에 입원하거나 정신과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오늘은 비교적 치매 초기 단계인 경도 인지 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 환자에게 신경외과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경도 인지 장애(MCI)

정상 뇌에는 뉴런이 촘촘하지만 치매 환자의 뇌에는 뉴런이 소실되어 있다. 뉴런은 한 번 소실되면 재생되지 않으므로 이 단계에서는 약물을 투여해도 뇌 기능을 예전처럼 회복시킬 수는 없다. 다만, 뉴런이 더 이상 소실되지 않도록 진행을 늦추고 남아 있는 뉴런의 기능을 최대화하기 위한 약물 요법만 할 수 있다. MCI는 치매의 전 단계이므로 이 때부터 적극적으로 약물 요법을 하여 치매로의 진행을 늦출 수 있으며, 최근에는 이에 대한 많은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60세 이상 인구의 3~5%, 75세 이상의 15%가 MCI 환자로 추정되고 있다. 외래에서 만나는 환자의 대다수가 60세 이상인데, 실제로 이 환자 중 상당수가 MCI에 해당할 것이다. MCI 증상을 노화에 의한 증상으로 보고 간과하는 경우가 많으나, 이 환자들의 인지 기능 저하 속도는 정상인에 비해 훨씬 빠르고 매년 악화되어 6년 후에는 약 80%가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된다고 한다. 반면, 일부 소수의 환자들은 MCI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거나 오히려 호전되기도 하므로, MCI 단계에서의 약물 요법에 대해 다소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MCI 환자들은 인지 기능이 빠르게 악화되므로 치매로 진단되기 전에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속도와 치매로 진행되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중요한 치료 목적이다.

▲ MCI와 치매의 조기 진단과 치료의 중요성

MCI의 진단 기준은 따로 없다. 치매에 해당하지는 않으나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고, 주변 사람들은 환자의 인지 기능이 다소 저하되었다고 느낀다. 따라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의 선입견이 진단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2004년 미국에서 발표된 MCI criteria(J Intern Med, 2004)도 치매는 아니지만 정상보다 인지 기능이 저하되어 있으며 일상 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를 MCI로 진단하도록 제시하였다. 또한 MCI 환자 중 기억력만 저하된 환자가 있는 반면, 기억력은 정상이나 계산 능력이나 언어 능력 등이 복합적으로 저하된 환자가 있으므로 이를 구분하고, 한 가지 문제만 갖고 있는지 아니면 여러 가지 문제를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는지 판단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특징에 따라 치매 유형이 달라지며, 알츠하이머 치매나 혈관성 치매(vascular dementia), 루이 소체 치매(Lewy body dementia) 등으로 분류한다. 신경과나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를 정확히 분류하기 위해 애쓰지만 사실 큰 의미는 없다. 왜냐하면 어떤 유형으로 판단되더라도 투여할 수 있는 약물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2011년 개정된 NIA-AA(National Institute on Aging-Alzheimer’s Association) criteria는 기억력을 중심으로 MCI를 진단하도록 하였으나, 이전의 내용과 뚜렷한 차이는 없다.

혈관성 치매

심혈관 질환이나 뇌졸중 환자들을 주로 보시는 선생님들은 혈관성 치매에 대한 관심이 많을 것이다. 혈관성 치매 위험 요인으로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이 있으며 이러한 환자들이 뇌졸중을 앓고 나서 갑작스럽게 치매가 발병한 경우 혈관성 치매로 진단한다. 단, 뇌졸중 환자들의 일부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매우 유사한 과정을 거치므로 이에 대해서도 간략히 살펴보겠다. 혈관성 치매는 정상 뇌 혈관에 혈관성 사고(vascular event)가 발생하여 뇌 세포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다. 따라서 혈관이 손상되는 부위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이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혈관성 치매 유병률은 어느 정도인가? 뇌졸중 환자는 많은데, 이 환자들이 모두 치매로 진단받는가? 이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자. 뇌졸중 환자 약 3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뇌졸중 발병 3개월 후 약 70%의 환자에서 치료가 필요한 경증~중증 치매로 진행된다고 한다. 혈관성 치매 중 알츠하이머 치매와 유사한 형태가 바로 피질하 혈관성 치매(subcortical vascular dementia)다. 피질하 혈관성 치매 환자들은 초기에는 거의 병원을 찾지 않다가 증상이 의미 있게 나타난 후에야 MRI 검사를 통해 뇌 혈관 손상을 알게 된다. 이 때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어느 시점에 어떤 혈관성 사고가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므로 알츠하이머 치매와의 정확한 감별이 어렵다. 최근에는 혈관성 치매 자체가 알츠하이머 치매의 한 유형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어쨌든 치매는 일단 발병하면 회복이 어려우므로 발생하지 않도록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편, 지난 해 World J Psychiatr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혈압과 치매 발생률은 ‘U’ 자형 곡선을 그린다고 한다. 즉, 노인 환자의 혈압을 젊은 환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낮게 조절하면 치매 진행 속도가 오히려 빨라진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혈압을 너무 낮추면 탄력이 저하된 직경 1~2mm밖에 안 되는 뇌 안의 세동맥 관류(perfusion)가 지나치게 저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인 환자들은 혈압을 약간 높게 유지해야 치매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최근에는 당뇨병 환자들의 치매 발병률이 높은 이유를 인슐린 저항성으로 설명하고 있다.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여 뇌 세포가 충분한 양의 포도당을 섭취하지 못하여 그 기능이 저하되고 치매가 발병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 고혈당(hyperglycemia)이 문제가 되었으므로 최근에는 혈당을 엄격하게 조절하는 추세이나, 이로 인한 저혈당(hypoglycemia)도 문제가 되고 있다. 저혈당 상태에서는 뇌 세포가 충분한 양의 포도당을 공급받지 못하므로 뇌 세포가 죽고, 그 결과 치매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75세 이상 고령 환자는 혈당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조절하기 보다는 목표 HbA1c를 젊은 환자에 비해 높게 설정하고 완화된 치료 목표를 설정하도록 권고되고 있다. 참고로, 후각 신경은 뇌와 곧바로 연결되므로 인슐린을 비강으로 흡입하면 뇌에 많은 인슐린이 전달되고 치매를 개선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

MCI 진단 방법

MCI의 특별한 진단 방법이 없고 의사가 판단해야 한다. 다만, 보조적으로 MMSE나 CDR, GDS, MOCA-K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각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K-MMSE(Korean version Mini-Mental State Exam)은 30점 만점이며 MCI 환자들은 대개 25점 이상인 정상에 속한다. 따라서 MMSE는 MCI에 대한 선별 검사로 활용할 수 있으나 민감도가 낮으므로 진단에는 활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MOCA-K(한국판 몬트리올 인지평가)는 MMSE보다 구체적이다. 집중력부터 시공간 인지능력, 어휘력, 계산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혈관성 치매를 진단하는 데 유용하고 MMSE보다 정확한 편이다. 이 외에도 CERAD-NP, SNSB 등을 모아 놓은 신경심리검사 집합도 있으나 검사에 약 2시간 가량 소요되므로 이를 전담하는 인력이 없으면 실제 임상에서 활용하기는 어렵다. 우울증으로 인한 가성 치매를 감별하기 위해 외래 환자에게 기분평가척도(Geriatric Depression Scale)을 미리 체크해서 가져오도록 한다. 이 검사의 cut-off 값은 18점이며 우울증이 의심되는 환자에게는 필요 시 항우울제를 함께 처방한다. MRI 상에서는 MCI를 거쳐 알츠하이머 치매로 진행할수록 해마 위축이 관찰되며, amyloid-PET를 이용하면 뇌 내에 amyloid 단백질이 얼마나 침착 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Amyloid-PET 상에서 붉은색은 amyloid 단백질과 tau 단백질의 존재를 의미하므로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한다.

▲ amyloid-PET 상에서 확인되는 amyloid 단백질 분포

아울러 FDG를 이용한 PET 검사에서는 뇌 세포가 포도당을 얼마나 이용하는지 볼 수 있고, 음성 반응이 많으면 그 부위의 뇌 세포 손상이 많이 진행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뇌척수액을 뽑아 다양한 생체 지표(biomarker)를 평가하는 방법도 있다. 뇌척수액 중의 tau 단백질 양과 amyloid 단백질 양 등을 측정할 수 있으나, 분석이 어렵고 외부의 전문 분석 기관에 의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유전자 검사도 활용되고 있다. 한국인의 알츠하이머 치매나 혈관성 치매와 연관된 유전자는 Apo E가 있다. Apo E 유전자 중 하나만 발현되어 있으면 치매 가능성이 낮고 apo E ε3/ε4 등 쌍으로 발현된 경우 치매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환자 중 인지 기능이 저하되어 있고 MRI 상에서 뇌 위축도 관찰된다면 알츠하이머 치매도 진단할 수 있다.

MCI의 치료

대표적인 치료 약물은 AChEI(acetylcholinesterase inhibitor)이다. AChEI는 acetylcholinesterase를 저해하여 acetylcholine의 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며, donepezil, rivastigmine, galantamine, memantine 등이 있다. 약물을 투여하기 위해서는 MMSE를 비롯한 검사를 해야 하고 이상반응도 많으므로 신중하게 투여해야 한다. 실제 임상에서는 치매가 아닌 MCI 환자에게 AChEI를 투여해야 하는지 고민스러울 때가 많다. 이럴 때 활용할 수 있는 약물이 신경 보호 작용이 있는 acetyl-l-carnitine, choline alfoscerate, nicergoline, oxiracetam 등이다. 이 약물은 MMSE 검사 없이 처방할 수 있고 MCI 환자의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choline alfoscerate는 BBB 통과율이 45%로 높고 노인 우울증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choline alfoscerate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뇌출혈 후유증, 뇌손상 후유증, 파킨슨증, 섬망, 불안 장애 등 다양한 처방코드로 처방이 가능하다. 환자 특성에 따라 acetyl-l-carnitine에 반응을 보이거나 oxiracetam 또는 choline alfoscerate가 효과적이기도 하다. Choline alfoscerate 투여 후의 기억력 개선이 정말 약물의 효과에 의한 것인지 알아 보기 위해 약물 투여를 중단하면 기억력이 다시 저하되었다고 내원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약물의 효과는 2~3개월 정도 지난 후에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 Acetyl-l-carnitine은 안전한 편이지만 복용 후 불안/초조, 가슴 뛰는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다. 약물을 처방하기 전 이를 미리 이야기 해주는 것이 좋고, choline alfoscerate는 이상반응이 더 많은 편이므로 환자에게 충분한 사전 정보를 주어야 한다. 

결론

기억력 저하를 호소하는 고령 환자가 내원하면 선별 검사로서 MMSE/CDR/GDS를 해보고, 검사 결과가 정상이더라도 주관적/객관적으로 이상 소견이 있다고 판단되면 MCI로 진단한다. 약을 처방하기 전에 MRI나 PET 등 영상 촬영을 할 수 있고, 우울증 등의 다른 위험 요인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MCI로 진단된 환자에게 약물 요법으로 우선 brain metabolite를 처방하고 3~6개월 마다 인지 기능을 평가하여 약물의 효과를 판단한다. 혈관성 치매의 위험 인자 조절을 위한 내과 치료도 필요하며 재활의학과에서 진행하는 비 약물요법 등을 적극 활용하여 환자의 인지 기능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여생을 편안히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겠다.

< Discussion >
송필훈 : 간혹 환자들이 치매 예방약을 처방해 달라고 요구할 때가 있다.

조광욱 : brain metabolite를 약국에서 두뇌 영양제이고 치매 예방약이라고 설명하는 것 같다. 일상 생활에 지장이 있는지 살펴보고, 전혀 문제가 없다면 환자를 설득하여 약물을 처방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반면, 기억력이 저하되어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느끼는 환자는 MCI로 진단하고 약물을 처방할 수 있다.

봉정민 : 당뇨병 환자 중 혈관성 치매를 우려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지 기능 저하 예방 목적으로 약물을 처방하시는지 궁금하다.

조광욱 : 저는 처방하고 있다. 고령이고 고혈압인 경우, 고령이고 당뇨병인 경우 등 위험 요인이 2가지 이상인 환자에게는 처방한다. choline alfoscerate 상용량은 1일 1,200mg이나 예방 목적으로 투여할 때에는 400mg씩 1일 2회(800mg)을 복용하도록 처방한다.

정영국 : 저는 외과 전문의이고 요양 병원 촉탁 의사로 근무 중이다. 요양 병원에서는 환자들에게 brain metabolite와 donepezil을 많이 처방하는 편인데, 치매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입증된 약물은 사실 donepezil뿐이다. 따라서 brain metabolite를 치매 예방약이라 할 수 있을지 다소 의문스럽다. Brain metabolite를 복용 중인 환자에게 donepezil이나 memantine을 처방할 때에는 대부분 brain metabolite 투여를 중단하는데, 이 둘을 함께 처방하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는지 궁금하다.

조광욱 : AChEI가 MCI나 치매 진행을 지연시킨다는 연구는 상당히 많다. 그에 비해 brain metabolite의 효과에 대한 연구는 최근에는 많지 않다. AChEI는 이미 생성된 acetylcholine이 분해되지 않도록 하는 약물이고 brain metabolite는 acetylcholine이 많이 생성되도록 원료를 공급해 주는 약물이므로, 이를 함께 투여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ASCOMALVA 연구는 donepezil 단독 요법과 donepezil/choline alfoscerate 병용 요법을 비교하였는데, donepezil/choline alfoscerate 병용 요법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저는 개인적으로 donepezil만으로 효과가 충분치 않을 때에는 brain metabolite를 병용해보도록 권하고 싶다. 참고로, memantine은 섬망 등 정신과적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주로 처방된다.

한호 : 신경과 선생님들이 처방하시는 패턴을 보면 말씀하신 대로 섬망 등의 정신과적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주로 memantine을 처방하신다. 그러나 AChEI와 brain metabolite를 함께 처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은 것 같다.

조광욱 : 그에 대한 우수한 연구 결과가 있으니 앞으로는 많이 활용하였으면 좋겠다. 이상으로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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