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흥 약사(안산 백제약국)

견비통 순식간에 개선, 부작용 적고 근본적 해결 도움
만성피로·비만 등 원인되는 부신피로증후군에 계지탕 효과

뒷목이 뻣뻣해져서 힘들 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은 많이 있습니다. 우황청심원이나 거풍지보단과 같은 처방은 다빈도로 사용되는 좋은 약들입니다.

하지만 그 약들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뒷목 당김 증상에 아주 좋은 처방이 있습니다. 계지가출부탕입니다. 계지탕에 부자를 섞고 습을 제거하기 위해 백출을 섞은 처방인데, 그 처방의 단순함에 비해 아주 강력한 효과가 있습니다.

계지가출부탕의 모체인 계지탕은 그 자체로 쓰기 보다는 다른 약제를 섞어서 계지가용골모려탕, 소건중탕, 쌍화탕, 계지부자탕 등으로 변형방을 더 많이 씁니다. 마치 계지탕은 너무 단순해서 그대로 쓰기엔 좀 부족한 듯 한 느낌마저 받습니다.

하지만 계지탕을 잘 이해해야지만 다른 처방들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우선 계지탕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1. 계지탕
계지탕은 계지제의 기본방으로 계지, 작약, 감초, 생강, 대추로 이루어진 처방입니다. 계지탕은 태양병의 허증에 쓰이는 약으로 두통, 체통, 기상충과 발열, 한출, 오풍을 치료 목표로 합니다.

태양병은 겉에서 한(寒)에 저항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저항하는 힘은 강하고 안에서 받쳐주는 힘이 달리면 그것을 태양병의 허증이라고 말합니다. 영약위강(營弱衛强)의 상태입니다. 설사를 하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등의 이유로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이 부족해지면 한사가 침범했을 때 영양의 불균형이 발생하게 됩니다. 영양이 충분치 않아 전신에 필요한 만큼의 영양을 고르게 보낼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두통과 전신통증 그리고 발열, 오풍, 한출 등의 증상이 오게 됩니다. 이때는 영양을 고르게 보충해 주면서 순환이 잘 되도록 하는 것이 그 치료법이 될 수 있습니다.

계지탕에서는 계지는 생리기능을 촉진하고 땀구멍을 윤(潤)하게 합니다. 한선을 열어줘서 발한, 해열을 하며 체표사지말단의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촉진시킵니다. 또 진통, 강심 및 신진대사의 촉진을 통해 각종 신경통, 두통, 견비통, 체통 등에 쓰일 수 있으며 협심증, 심근경색 ,위경련에도 쓰일 수 있습니다.1)2)

작약은 혈관을 수렴하고 혈액이 잘 돌게 함으로써 통증을 가라앉히는 기능을 합니다. 혈관을 단단하게 하는데 혈관이 약해서 혈액이 유출되는 상황을 개선하고 혈압을 상승시키는 작용을 함으로써 피가 조직에 잘 도달하도록 합니다. 체액 양을 늘려주는 감초와 함께 사용하면 혈액량을 늘리면서 동시에 강하게 전달되도록 하기 때문에 근육의 급격한 통증을 가라앉히는데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생강은 발한을 돕고 소화기능을 좋게 해줍니다. 대추는 현대적인 의미로 볼 때 종합비타민과 같이 영양을 넣어주는 기능을 합니다.

이렇게 구성된 계지탕에 부자를 섞으면 계지부자탕이 됩니다. 계지부자탕의 부자는 양허증상을 개선하는데 쓰이는 약으로 양허는 일반적으로는 기허가 더 진행된 상태를 이야기 합니다.

2. 기허와 양허
기는 원음과 원양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물질운동으로 세 가지 주요작용을 합니다.

첫째는 장부의 기능을 촉진하고 물질의 운송과 배설을 촉진하며 심장박동과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작용을 합니다. 이 기능이 약해지면 기허라 합니다. 장부기능이 떨어지고 물질의 운송과 배설에 장애가 생깁니다. 심장박동이 느려지고 힘이 없으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안하며, 맥이 가늘고 약해집니다. 입맛이 떨어지고 속이 더부룩하며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식후에 졸음이 옵니다. 호흡이 짧아지고 목소리가 작아지며, 가슴이 답답하고 헛기침을 합니다. 방광의 기능이 약해지고 소변이 약해지며 시원하게 보지 못하게 됩니다. 대장기능이 약해지면 배변이 잘 안되고 변비가 생깁니다. 순환계통의 기능이 약해지면 혈류가 원활하지 못해 어혈이 생깁니다.

둘째는 전신을 돌면서 외부 사기의 침범으로부터 인체를 지키는 방어작용을 합니다. 기의 방어작용이 떨어지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땀구멍의 개폐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숨이 가쁘고 식은땀이 나며 감기에 잘 걸리게 됩니다.

셋째는 고섭작용으로 장부를 원래 위치에 고정시키는 작용과 인체에 필요한 물질을 정상적으로 체내를 순환하며 운반되도록 합니다. 이 기능이 저하되면 장부가 원래의 위치에 고정되지 못해 위하수나 자궁하수 등이 잘 발생하기도 하고 혈액과 진액 같은 물질의 비정상적인 유실이 생겨 월경 양이 과다해지는 등의 증상이 새기도 합니다.

양허는 일반적으로 기허가 심해지면 발생하는 것인데, 체온이 떨어지고 성에너지가 감퇴됩니다. 양허로 인한 한증은 외부온도가 떨어지는 환경을 접하면 빈번하게 발생하고 주된 증상 가운데 하나가 통증입니다. 양허증상이 발생하면 신진대사가 떨어지고 심박이 약해지며 혈압과 기초체온이 저하됩니다. 이때 부자를 사용하면 좋은 효과를 보게 됩니다.3)4)

3. 계지가출부탕
계지부자탕증은 계지탕증에 양허증상이 추가된 것이기 때문에 손발이 차고 추위를 호소합니다. 부자는 심근수축력을 높여 강심작용을 하고 체온을 상승시키며, 혈관평활근을 이완시켜 말초혈액순환을 돕고 체온을 올립니다. 

이 처방에 백출을 추가한 것이 계지가출부탕인데 백출은 습을 제거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백출은 위장관의 습을 제거하는 기능이 있고 창출은 근육 조직의 습을 제거하는 기능이 있다고 합니다.

습이란 체내에 수분이 과도하게 쌓여서 생기는 것입니다. 음식을 통해 들어온 수음은 비의 운화를 통해 인체가 이용할 수 있는 정화물질로 바뀌고 나서 인체를 자윤하고 인체의 각종 활동에 필요한 물질을 제공하는 기초가 됩니다.

하지만 비의 운화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인체에 들어간 수음은 인체가 이용할 수 있는 정화물질로 전환되지 못하고 이 수액에 체내에 과도하게 누적돼 정상적인 생리활동에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를 내습이라고 말합니다. 수습이 과다하게 쌓이면 팔다리가 붓고 무거우며, 부종이 생기고, 설사를 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내습을 잘 기억하면 만성비염과 비만에 대한 상담을 할 때도 도움이 됩니다. 만성적인 비염과 기가 허한 사람의 비만 또한 습담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5)6)

따라서 내습한 사람이 양허증까지 있어서 몸이 차고 몸이 무거우며 근육에 정상적인 진액공급이 되지 않아 경련성, 마비성 증세를 보일 때 사용하면 좋은 처방이 계지가출부탕인 것입니다.

계지가출부탕증은 일반적으로 몸이 쑤시고 아프면서 무거운 증상을 가장 기본으로 합니다. 양허증이기 때문에 몸이 춥고 손발이 찬 증상을 보입니다. 표가 실하지 못하므로 땀을 흘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순환이 잘 되지 않고 조직 간액이 많아져 있어 몸이 무겁고 통증이 발생합니다. 계지가출부탕은 관절통과 근육통 모두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4. 김 약사의 생각
하지만 계지가출부탕증을 이 정도로만 사용하기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평소 필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더해서 조금 더 설명해 볼까 합니다.

계지탕은 영약위강(榮弱衛强)에 쓰는 약입니다. 영양은 충분치 못한데 소비만 많은 상태가  영약위강이고, 이것이 계지탕 증입니다. 한사가 공격하는데 체력이 약해 땀을 흘리고 기상충이 일어나는 것이나, 영양 공급은 충분히 하지 않고 일만 하거나, 제대로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 음주만 하고 과로를 하는 등 영약위강의 예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로 인해 허열이 생기거나 부종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어깨가 뭉치고 뒷목이 당기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약위강이라고 생각해도 괜찮을 듯합니다. 무리해서 운동을 하다가 근육이 손상되는 것도 일종의 영약위강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스로 신진대사에 문제가 생기고 살이 찌고 대사증후군이 오고 성욕이 떨어지거나 손발이 차가워지는 증상과 계지가출부탕증이 비슷합니다. 만성피로와 비만 등의 원인이 되는 부신피로 증후군 환자에게 딱히 쓸 처방이 없을 때 계지탕에서 시작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신피로 증후군 환자는 필요할 때 코티솔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아서, 해당(解糖)이 잘 되지 않고 영양을 제때에 공급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입니다. 따라서 혈당이 떨어지면 단음식만 찾게되고  혈압이 떨어지면 짠 음식만 찾게 됩니다. 그래서 달고 짜게 먹습니다. 코티솔이 적당한 시기에 나오지 않아 저장된 지방을 잘 이용하지 못하고 에너지를 그때마다 음식으로 보충하게 돼서 복부비만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계지탕은 그 처방을 보면 영양이 다양하게 있다기 보다는 편중된 진액을 골고루 분포되도록 돕는 약이기 때문에 부신피로 증후군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부종과 양허를 개선할 수 있는 백출과 부자가 추가된 계지가출부탕 내지는 계지가영출부탕은 부신피로 증후군을 가진 사람의 피로와 비만에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또 계지탕은 몸은 비대한데 피부가 건조하거나 입이 마르고 코가 맹맹한 사람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 약입니다. 코가 맹맹하거나 입이 마르는 사람이 영양은 충분해 보이지만 국소부위의 건조감을 호소한다면 이것도 영양이 제대로 분포되지 않기 때문일 수 있고, 그런 사람이 손발이 차다면 계지출부탕을 사용하면 됩니다. 
필자는 계지가출부탕 증인 사람이 견비통이 심하거나 항강통이(목이 당기거나 저린 증상) 심할 때 갈근탕과 진무탕을 사용합니다.7)7) 윤영배, 방제에서 사람으로, 안암출판사 이 책에서 저자는 계지가출부탕보다 진무탕 합 갈근탕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만 진무탕합갈근탕은 마황이 있어 체력이 약한 사람이 먹을 경우 불면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필자는 체력이 진무탕합갈근탕이 항강통 내지는 견비통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그 다음으로 계지가출부탕합오령산 내지는 계지가출부탕 단일로 사용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갈근탕의 마황의 작용으로 더 빠르고 강하게 효과가 나기 때문에 좋아하기는 하지만 체력이 약하거나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사람은 각성작용이 있을 수 있어 확인 후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그럴 때는 계지가출부탕만 쓰거나 오령산을 같이 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생각보다 견비통을 호소하는 환자는 많이 있습니다. 그런 환자에게 진통제를 쓰는 것보다는 계지가출부탕을 사용한다면 환자는 통증도 가라앉고 근본적으로도 견비통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꼭 손발이 차가운 사람이 아니라도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이니 많은 약사님이 이용하시면 어떨까도 생각하는 좋은 처방입니다.
필자도 대표적으로 영약위강한 사람입니다. 체격은 크고 몸은 잘 붓고 손발은 많이 찬 편인데, 갈근탕과 진무탕 처방을 복용하고 뒷목이 당기는 증상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소위 거짓말처럼 사라진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빠른 효과가 있습니다. 계지가출부탕은 그 효과의 즉효성에도 불구하고 사용하는 약사님들이 많지 않습니다. 아마도 그 설명이 안면마비, 반신불수 등 매우 심각한 질환에 사용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필자가 사용해 본 결과 매우 속효성이고 근본적인 약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니 더 좋은 방법을 사용하시는 약사님들도 계실 것입니다. 다만 처음 한약을 공부하시는 약사님이나 견비통에 효과적인 약을 찾고 계신 약사님 들이라면 안심하고 쓰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진통제 정도로 효과가 빠르고 부작용도 적으며 근본적인 해결에 도움이 되는 좋은 처방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주>

1) 임상방제학강좌, 노영범, 대성의학사
2) 계지는 IL-1α의 생성을 억제해서 해열작용을 합니다. 마취시킨 동물에서 cinnamaldehyde의 경우 말초혈관을 이완시키고 cinnamic acid와 cinnamicaldehyde는 isoproterenol로 유도된 급성 심근경색에 유의적인 보호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3) 탕윈, 한의학을 말하다, 청홍
4) 주성완, 임상 한의사를 위한 기본 한약처방 강의, 가온해미디어
5) 배현,기초에서 응용까지 핵심 상한론 48처방, 대한약사통신
6) 탕윈, 한의학을 말하다, 청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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